다들 어제 나온 [조각집] 잘 들으셨나요? 지금도 글을 쓰면서 듣고 있는데 이 소품집을 내어준 아가수에게 정말 감사하면서도 맘이 조금 쓸쓸하기도 합니다. 암튼 이제 코로나 때문에 아직까지 마지막 콘서트가 되고 있는 2019년으로 가보겠습니다~
콘서트가 있기 전에 우리는 여름에 아이유양의 멋지고 아름다움을 맘껏 볼 수 있었죠. 바로 '호텔 델루나' 덕분이었습니다. 아마 유애나라면 다들 본방 사수했을 거예요. 커피차 서포트를 가서 장만월 사장님을 영접하기도 했는데 그 때 농담으로 팬클럽 회원수가 3만 명이 넘을 것 같다고 말한 게 정말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아마 델루나의 영향으로 팬클럽에 가입한 신규 회원도 정말 많았을 거예요. 팬클럽이 늘어난다는 건 곧 콘서트 티켓팅이 더 헬 오브 더 헬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ㅠㅠ
여기에 11월 1일에 [Love Poem]이 발매됨을 알리면서 2019년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지은양은 큰 상실의 아픔을 겪게 됩니다. 10월 초 아이유양이 정말 어릴 때부터 아껴주던 동생 설리양이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었데요. 충격이 너무 커서 결국 지은양은 앨범 준비를 중단하게 됩니다. 팬들도 얼마나 힘들지 알기 때문에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했죠.
문제는 콘서트 일정이었습니다. 이미 공연은 전부 예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과연 일정 연기가 가능할까 싶었는데요. 결국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가수의 의지로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투어의 첫 공연이 11월 2일 토요일 광주였는데요. 원래대로라면 11월 1일에 앨범이 나오고 그 쇼케이스를 겸하는 무대가 될 예정이었으나 결국 새 노래들을 선보이지 못한 채 공연이 진행됩니다. 콘서트 타이틀이 'Love Poem'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광주
아이유 콘서트는 우리 유애나들에게는 1년의 마지막을 보상받는(?) 정말 소중한 시간입니다. 어느새 지방 공연까지 다 보러 다니고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첫 공연인 광주로 향하게 되었네요. 기다리던 콘서트가 시작되고 언제나처럼 지은양은 활기찬 오프닝을 보여줍니다. 오프닝이 끝나고 아이유양은 이 공연을 못할 수도 있었다는 충격적인 말을 합니다. 사실 밴드와 연습도 거의 못했고 정말 몸 상태도 너무 안 좋아서 무대를 올라가기 직전까지 모두에게 공연을 도중에 중단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까지 했다고 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성실한 사람은 공연을 계속 이어갑니다. 사람 좋아하는 아가수인지라 공연 도중에 점점 힘을 받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공연을 진행하다가 아직 앨범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신곡을 부르겠다고 합니다. '자장가'였죠. 노래를 들으면서 아... 이 노래 왠지.. 하면서 그 대상이 떠올랐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가수는 '자장가'를 부르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게 됩니다.
지은양이 관객들에게 눈물을 보인 것은 처음이었어요. 그것도 그냥 눈물 정도가 아니라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 정도의 울음이었는데 그 마음이 이해가 되어서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한참을 다잡느라 고생하는 아가수에게 우리는 그저 박수로 응원해줄 뿐이었네요. 맘을 다잡고 공연을 이어갔지만 확실히 눈에 띄게 컨디션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제 눈에는 정말 기를 쓰고 공연을 마무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보였네요.
그렇게 토요일 공연을 마치고 다음날에도 같은 곳, 광주에서 공연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요일 공연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밝고 활기차 보이는 아가수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억지로 더 밝아 보이려고 한다고 할까요... 아니나 다를까 지은양은 토요일 공연에 대한 미안함을 밝히며 더 잘해야겠다고 합니다..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해서 제대로 공연을 하지 못했다구요. 이래서 울면 안 된다고.. 울면 목이 완전히 잠긴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 미안함 마음에 더욱더 열심히 밝게 무대를 이어가는 걸 보면서 아가수는 참 강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기 자신만으로도 정말 힘들 텐데 이걸 만회하려고 저렇게 애쓰다니... 암튼 그래서인지 일요일 공연은 정말 훌륭했어요.
인천
광주 콘서트를 그렇게 보내고 다시 다음 공연장소인 인천으로 향했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유애나들 마음이 비슷했을 겁니다. 이번에는 내가 아가수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그래서였을까요? 인천 공연은 정말 에너지가 넘치는 무대였습니다. 공연을 하는 아이유양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관객들의 에너지가 엄청났어요.
결국 이런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되어서 지은양은 연신 관객들을 칭찬하며 결국 "이게 공연이지~" 하는 최고의 찬사까지 보내주게 됩니다. 아마 그때 계셨던 모든 분들이 정말 뿌듯했을 거예요. 지금까지 수많은 공연에서 아가수에게 위로와 힘을 받았던 만큼 아이유양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을 겁니다.
인천 콘서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시간의 바깥' 티저였습니다. 딱 '너랑 나'가 나올 타이밍에 영상이 나오는데 다들 어? 어? 하다가 진짜 소름이 확 돋았어요. 바로 '너랑 나'의 10주년을 기념하며 나오는 후속곡에 대한 티저였거든요. 관객들도 그걸 눈치채고 나서 '너랑 나'의 떼창이 진짜 엄청났습니다. 아이유양도 관객들이 영상에 대해 눈치챈 것을 알고서 어느 때보다 '너랑 나' 떼창이 대단했다고 했네요. 그러면서 이민수 작곡가님과 함께 '너랑 나'의 10주년을 기념하는 노래가 새 앨범에 들어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올드팬들이라면 정말 온몸에 전율을 느낄만한 순간이었네요.
서울
2018년에 이어 아가수는 '올림픽 공원 체조 경기장'에서 공연을 합니다. 사실상 실내 공연장 중 최대 규모인 곳이라서 이미 2018년부터 화제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무려 '360도 무대'로 공연이 진행되었네요. 이 '360도 무대'는 바로 이 전에 박효신님이 처음 진행한 이후로 국내에서는 두 번째였고 여성 가수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공연이기도 했습니다.
360도 무대는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게는 좀 불편하기도 했어요. 대게 가수가 정면을 바라보고 관객들은 그 모습을 관람하는데, 360도 무대이다 보니 좀 집중이 안된다고 할까요? 아가수도 관객도 처음이었던 토요일은 약간 어색한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무대가 워낙 예쁘고 모든 방향에서 보이는 스크린 등 무대장치가 참 신기했네요.
관객석도 360도로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런 모습이 예뻤는지 신기했는지... 지은양은 관객들에게 '파도타기' 제안을 합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파도타기'~~~ 한 바퀴만 돌기로 했지만 장난꾸러기 유애나들 멈출 생각이 없었어요. 아가수는 미안 미안하다며 뭘 시킨 내가 잘못했다고... ㅋㅋㅋ 이제 노래할 테니까 그만해달라고 합니다. 누가 이 사람들 얌전한 선비 같다고 했냐고 ㅎㅎㅎ
일요일 공연에서도 역시나 '파도타기'를 했는데요. 딱 한 바퀴만 돌자고 했지만 역시나 장난꾸러기들... ㅎㅎ 토요일과 똑같은 상황이 펼쳐집니다. 이에 지은양도 이 사람들 다 어제 왔던 사람들 같다고... 어쩌겠어요. 가수 닮아서 다들 장꾸인걸요. ^^ 개인적으로 이 '파도타기' 넘 재미있었습니다. 담에도 또 해보고 싶어요. 야광봉 물결이 파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관련 영상 링크 - 아이유와 팬분들의 파도타기
토요일 공연에서는 좀 어색했지만 일요일에는 아가수도 완전히 적응이 되었는지 무대를 자유롭게 누비며 최고의 공연을 보여줍니다. 정말 완벽했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멋진 무대였습니다. 이후에 역주행으로 관심을 모은 '내 손을 잡아' 무대는 정말 그 "니가 좋아~ 정말 못견딜만큼~" 부분에서 관객들 다 넋이 나갔을 꺼에요. ㅎㅎ 역주행할 만큼 대단한 퍼포먼스(?)였습니다.
토요일 무대에서 '레드퀸'을 역시나 새로운 가사를 넣어 불러준 아가수는 이제 그 동생을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아마 그 동생도 여기에서 공연을 보지 않을까 한다고... 그렇게 편안히 잘 가라고 보내주었는데... 인생이란 참 잔혹하더군요. 아마 앵콜 공연이 시작되기 전이었을 겁니다. 여기저기서 관객들의 소요가 느껴졌는데요. 저도 메신저를 통해 구하라씨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그때는 슬픔보다 화가 났어요. 왜... 이렇게 완벽하게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순간에 다시금 넘어뜨리려고 하는 걸까? 하는 마음에 하늘을 원망하게 되더군요.
이미 어느 정도 관객들은 알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고 앵콜 공연까지 잘 마친 아가수도 무대 뒤로 들어갔습니다. 이제는 대놓고 관객들의 웅성거림이 들릴 정도로 공연장은 소란스러웠어요. 과연 지은양이 이 소식을 들었을까? 그냥 듣지 못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맘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광주 콘서트 무대에 올랐던 지은양이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도 다시 무대로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였죠. 아니나 다를까... 옷도 갈아입지 않은 아가수가 무대로 나옵니다.
성실한 우리 아이유... 무대 뒤에서 소식을 듣고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관객들이 '밤편지' 떼창을 하는 것을 듣고 그래도 나와야겠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나왔다고 합니다. 맘을 쉬이 잡지 못하고 무대를 빙빙 돌며 방황하는 지은양에게 관객들은 그냥 들어가도 된다고 했어요. 그러자 아가수는 그러면 정말 울 것 같다고... 여기서 관객들과 함께 있고 싶다고 합니다. "인생이 참 힘들게 하네요"라고... 그러면서 노래를 해야겠다고 하네요. 노래를 하는 동안은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아서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그런 상황에서도 앵앵콜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당시 공연에 왔던 김이나 작사가님은 이 상황을 '방공호'라고 표현했는데 딱 맞는 단어 같았어요. 그때는 지은양이나 관객들이나 우리 모두 그 슬픔 속에서 서로 위로할 수 있는 방공호 속에 있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를 주는 관계를 마음 아프지만 깊게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생각해보면 10주년 'dlwlrma' 콘서트는 정말 행복 가득한 시간만 있었는데, 바로 다음해 2019 'Love Poem' 콘서트는 무슨 드라마, 영화 한 편 본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굴곡이 있는 인생 스토리를 본 것 같다고 할까요. 이후로 공연이 없어서 지은양이 하고픈 말을 들어보지 못했지만, '에잇'과 이번에 나온 [조각집]의 '겨울잠' 등을 들어보면 여전히 이때의 상실감이 큰가 봅니다. 부디 다음 콘서트 때 다시 우리가 그리고 아이유양이 서로에게 위로와 사랑을 아낌없이 나누게 되길 바라보아요.
지금까지 아이유의 20대가 지나가기 전에 함께한 20대 시절 공연의 추억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마지막이 좀 우울했지만 그래도 이것이 끝이 아닐 테니까 다시금 그 위에 행복한 추억을 덮어씌울 수 있길 기대하며 이만 마칠게요. 그동안 변변찮은 이야기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모두 올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아이유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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