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LILAC(2021)

정규 5집 LILAC 이 가지는 의미

류겐 2022. 4. 8. 17:09

아침에 출근하면서 화단에 활짝 핀 꽃들을 보았습니다. 3월이 지나도 제법 차가운 기운이 오래간다 싶더니만 그래도 봄이 오네요. 매번 반복하는 4계절이고 1년마다 피어나는 꽃들인데 왜 항상 반가울까요? ^^; 

 

 

정규 5집 [LILAC]이 나온 지 1년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뭔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는 건가 하실 수 있는데요. 사실 그 1년 전에 쓰려던 것을 미루고 미루다 다큐 영상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앨범이 나올 때마다 나름대로 각 앨범들이 가지는 의미들에 대해서 적어보았는데 하마터면 [LILAC]을 그냥 넘길 뻔했습니다. 늦게라도 이런 마음이 들어서 다행이네요. ㅎㅎ

 

 

[LILAC]의 발매일이 2021년 3월 25일입니다. 지금 기준으로 1년이 살짝 넘었네요. 하지만 원래 아이유의 정규 5집은 2021년이 아닌 2020년 하반기 즈음에 나올 예정이었습니다. 이미 아가수가 팬미팅 등에서 그렇게 예고했거든요. 다만... 어떤 이유 등으로 인해 늦어지게 되었고 결국 정규 4집 [Palette]처럼 봄에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첫째, 아이유의 욕심

 

 

'욕심'이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으니 읽으시는 분들은 이게 뭔 소린가? 하실 수 있겠네요. [LILAC]이 공개되고 타이틀이자 1번 트랙인 '라일락'을 몇 번 들어보고서 제가 느낀 첫 감정을 표현해주는 단어가 바로 '욕심'이었습니다. '라일락'을 계속 들어보면서 "우와~ 진짜 하고 싶은 것 다 했구나~"라고 했거든요. ㅎㅎ

 

 

'라일락'은 첫 도입부부터 바로 이 곡이 '시티팝'이 베이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유튜브나 기사 등에서 워낙 언급을 많이 했으니 다들 잘 아실 거예요. 이 '시티팝' 장르에 적절한 디스코 코드도 들어가면서 표면적으로는 분명 복고풍의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시티팝'이라는 장르가 요즘 세대분들에게는 매우 낯설 텐데요. 아재 팬인 저에게는 향수 가득한 옛 추억의 사운드입니다. 이런 올드한 사운드가 베이스인데...'라일락'이 그렇게 올드하게 느껴지시나요? 아마도 아닐 겁니다. 2022년인 지금 들어도 '라일락'은 세련된 곡으로 느껴지거든요. 80년대 스타일의 사운드가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올드하지 않다니...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상상이 가시나요?

 

 

13년차 댄스가수도 눈물 쏙 뺄 정도로 힘들었던 라일락 안무

 

엄청난 연습량이 느껴지는 '라일락(LILAC)' DANCE PRACTICE

 

 

게다가 이 올드한 '시티팝' 장르에 아가수는 아이돌스러운 무대를 준비합니다. 라일락의 댄스 연습 유튜브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13년 차 댄스가수 아이유에게도 정말 어려운 무대로 보여요. 다들 아시겠지만... 지은양은 타고난 댄서는 아닙니다. (이거 본인 스스로 그렇게 말한 거니까 저한테 뭐라고 하기 없기예요~~ >.<) 잘 안 되는 부분은 반복해서 연습 또 연습하여 결국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타입이죠. 옛날 '인기가요' MC를 볼 때도 가서 보면, 쉬는 시간에도 지은양은 쉬지 않고 대본 연습을 합니다. 완벽하게 입에 붙을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연습하니까 생방송인데도 그렇게 자연스러운 진행이 가능한 거죠. 천재가 노력까지 하네... 뭐 이런 타입이랄까요? ^^

 

 

예쁜 건 계속 계속 또 보자~

 

 

방송 무대를 다들 보셨겠지만 딱히 요즘 아이돌 못지않습니다. 이때가 무려 서른을 코 앞에 둔 스물아홉인데 말이죠.  말로는 이제 무릎 아파서 댄스는 더 이상 못하겠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라고 하는데 ㅎㅎㅎ 과연 그럴라나요? 후에 설명하겠지만 아마도 가수 아이유의 또 다른 자아(?)가 결국 다시 춤추게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LILAC]의 앨범 설명을 보시면 이제까지 보다 확연하게 작곡진이 많아졌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라일락'만 해도 네 명, 'Flu'가 여섯 명, 그리고 'Celebrity'는 무려 일곱 명입니다. 게다가 국내 작곡가만이 아닌 글로벌한 작곡진으로 굉장히 다양하면서 호화롭습니다. 이런 작곡 방식은 요즘 소위 말하는 K-Pop 아이돌 그룹들의 방식인데 그래서 평론가들 중에는 굳이 아이유가 이런 방법으로 앨범을 만들 필요가 있었나?라고 하기도 하더군요. 

 

 

아마도 프로듀서 아이유는 본인의 20대 마지막에서 하고 싶은 것 다 해보자~라는 생각이었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평소에 하지 않았던 다양한 방법을 통해 20대 마지막을 장식할 앨범을 완성해보고 싶었겠죠. 만약 이 결과물들이 별로였다면 그냥 욕심만 잔뜩 부리다 망한 꼴이 되겠지만, [LILAC]은 그런 욕심 속에서도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습니다. 단순히 곡만이 아닌 프로듀서 아이유로서의 역량도 인정받은 셈이죠. 

 

 

짧게 정리해보면 올드한 팝 베이스의 노래를 아이돌 스타일의 작곡 방식으로 만들어서 또 아이돌스러운 안무로 무대를 꾸몄는데 이게 1위!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도 또 절대 1위는 놓치지 않는 아가수는 욕심쟁이 우훗훗!!(아재개그 죄송합니다.. (__)a)

 

 

 

 

둘째, 아이유의 대중성

 

 

[LILAC]은 정말 이례적으로 지은양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앨범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였고 또 그런 노래들이 사랑받는 것에 감사해온 아가수였지만, 이번 [LILAC]은 아주 작정하고 본인의 서사로만 가득 채웠어요. 열 곡 중 그래도 몇 곡 정도는 그냥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것으로 채워도 되었을 텐데... [LILAC] 자체가 아이유로 보이고 들려야 했기에 그렇게 온전하게 자신의 이야기로 채웠어야 했나 봅니다.

 

 

잠시 콘서트 이야기를 하자면... 요즘은 아가수의 콘서트가 5시간은 기본이죠. 대략 35곡 정도를 부른다고 보고 곡당 5분으로만 잡아도 175분입니다. 3시간 정도를 노래하고 각종 영상, 게스트 등으로 1시간을 사용한다고 쳐도 결국 1시간 이상을 토크에 사용한다는 거죠. 그렇게 콘서트 투어 내내 많은 말들을 하던 지은양이었는데 그 콘서트를 못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겠어요? 그래서 [LILAC]에 그렇게나 아이유양의 말들이 가득 담겨 있나 봅니다. ^^; 

 

 

콘서트가 가고 싶어요...

 

 

사실 팬들에게는 정말 고맙고 좋은 앨범이지만 대중들에게는 어떨까 싶은 도전적인 앨범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LILAC]을 사랑해 주었습니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 수도 있는데... 그래도 이 부분은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조금 적어보려고 합니다.

 

 

아가수는 [CHAT-SHIRE] 때부터 본인이 프로듀싱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곡들의 분위기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죠. 여러 번 언급했지만 [CHAT-SHIRE] 이전까지 아이유양은 소속사에서 만들어준 소녀 판타지를 표현하였습니다. 그런 소녀 판타지 덕분에 얻은 수많은 영광의 순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은양 본인은 그 이미지에 만족하지 못하였고, 결국 아가수는 자신만의 음악을 하기 위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죠.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CHAT-SHIRE]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쭉~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들을 담아 [Palette], [Love Poem] 같은 앨범들을 내놓았네요. 

 

 

23 IU [CHAT-SHIRE]

 

 

혹자들은 예전 시절이 그립다고 합니다. 아이돌스럽던 과거의 모습들, 노래가 더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구요. 이제는 너무 매니악해져서 부담스럽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유양이 셀프 프로듀싱을 한 이후로 대중들은 오히려 더 아가수의 노래를 많이 듣게 됩니다. 얼마 전 자축했던 '밤편지' 1억 뷰를 비롯하여 수많은 노래, 영상들이 대중들의 귀와 눈길을 사로잡았죠. 이건 곧 아이유양이 굉장히 대중적인 가수이자 작곡가이며, 작사가이자 프로듀서라는 말입니다. 

 

 

이 정도의 캐리어를 가지면 대게 어느 정도 수준에서 변화를 그만두고 자기 복제식의 곡들을 가지고 안전한 길을 갈 만도 한데 아이유양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앨범의 서사는 자신의 이야기들을 담지만 곡들은 항상 대중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하였죠.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며 도전하는 그 마음, 욕심이 바로 데뷔 14년 차 가수가 여전히 롱런하는 비결인 겁니다.

 

 

 

 

셋째, 프로듀서 아이유

 

 

현재 지은양은 음악이라는 장르에서 보면 작사가 아이유, 작곡가 아이유, 가수 아이유, 프로듀서 아이유라는 역할로 어느 정도 나뉘어 있다고 봅니다. 아이유양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의 첫 번째로 작사가를 꼽고 있으니 1번으로 제쳐놓고 그 다음 순위를 생각해보면 저는 프로듀서 아이유라고 봅니다.

 

 

가수 아이유와의 순서에서 꽤나 고민이 많았지만 현재로 보면 저는 지은양이 PD 쪽에 더 몰입해 있다고 봐요. 그만큼 가수 아이유는 경지에 오른 면도 있고 여유로운 상황이라고 봅니다.(귀 얼른 나아요~ ㅠㅠ) 그렇지만 PD 쪽은 여전히 더 잘하고 싶어 하고 뭔가 해보고 싶은 부분이 더 있어 보이거든요. 

 

 

이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점점 사라지는 자작곡입니다. 이번 [LILAC]에는 자작곡이 없습니다. 부분 작곡 참여가 있긴 한데 주로 작사와 가창에 몰두하였고 본인의 자작곡은 넣지 않았네요. 제 생각이긴 하지만... 아마도 PD 아이유는 자신의 자작곡이 본인의 정서를 표현하는 데는 적절하지만 아이유의 서사를 표현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하다 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가 여태껏 정식으로 앨범에 담기지 못했다가 비로소 '조각집'이라는 자작곡 앨범에 들어간 것처럼, 프로듀서 아이유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앨범의 서사에 자신이 직접 만든 곡을 넣기에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요. 그래서 아마도 PD 아이유는 가수 아이유가 "이제 내 무릎이 못 버틴다고~ 댄스 그만하고 싶어~"라고 하더라도 단호하게 "안돼! 이 노래에는 댄스 퍼포먼스가 꼭 들어가야 된다구~" 라며 강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런 이유로 제가 위에서 아이유의 또 다른 자아 == PD 아이유가 안무를 그만두지 못하게 할 것이다~라고 한 거죠. ㅎㅎㅎ

 

 

 

 

마치며...

 

정규 5집 [LILAC]에 대한 총평을 대략 '욕심'으로 압축해 보았습니다. 사실 팬으로서는 아가수가 이런 '욕심'을 부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지은양이 30대가 되면 20대 소지은에서 조금 벗어나서 자신을 좀 더 챙기며 쉬엄쉬엄 하겠다고 했으니... 어느 정도 욕심도 내려놓고 점점 내려가는 준비를 하려는 건가? 싶은 마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LILAC]을 들으며 그런 걱정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아도 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지은양은 천성적으로 소처럼 일해야 하는 사람 같아요. 물욕은 없을지 몰라도 성취욕은 매우 강해서 그냥 쉬는 것 자체가 더 힘든 사람이 있잖아요. 그게 딱 아가수라고 봅니다. ^^ 만우절 기념 프롬유에 적혀있는 것처럼 아이유양은 나름 엄청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는데 우리에게 보이는 부분이 적을 뿐이니까요. 

 

 

아마도 올해에는 앨범 소식이 없을 가능성이 크겠죠. 대신 '브로커'와 '드림'이라는 멋진 영화와 드라마 '머니 게임'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올 듯합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연말에 콘서트... 제발요~~~ 찢어질 목은 준비되어 있으니 부디 연말에 공연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티켓팅이 어떻게 하는 건지도 다 까먹은 것 같아요. ㅠㅠ 다시금 전사의 피를 끓어오르도록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아가수도 우리도 모두 건강하길~ 아이유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