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U - 아슬아슬 다가가 위태로운 Everest
앞서 '라일락'을 리뷰하면서 이번 앨범에 지은양의 지난 20대를 오마쥬 하는 성격이 하다고 했는데... 솔직히 이 'FLU'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떠오르는 게 없더군요. 결국 그냥 곡에서 들리는 있는 그대로를 리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아이유양이 IU TV에서 스포 한 대로 'FLU' 뮤직비디오에서의 모습이 'Celebrity'에서 셀럽 아이유가 만났던 자신과 닮았던 또 다른 자신과 같은 복장이라는 것이 힌트라면 힌트일까요? 그 말 그대로라면 이 'FLU'는 중의적인 의미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사람 이지은이라는 개인의 경험을 풀어낸 곡이라고 봅니다.
'FLU'는 이번 앨범을 처음으로 들었을 때 가장 귀에 쏙 들어오는 노래였습니다. 제가 엄청 좋아하는 미니멀한 세션에 아가수의 목소리가 가득했거든요. 특히나 후크 부분에서 들리는 아가수의 코러스 화음이 개인적으로 엄청 취향저격이었네요. '라일락'에 이어서 2번 트랙인 이 'FLU'를 들으며 왠지 느낌이 왔습니다. 아.. 이번 앨범은 보컬이 화려하겠구나...
개인적으로는 후렴구가 나오기 전 "엉망이 될 것만 같은 끔찍한 예감이 들어~" 파트의 목소리가 정말 좋더군요. 특히나 그 부분이 나올 때 공간감을 많이 주어서 누군가에게 호소하는 듯한 느낌을 더 강하게 받았습니다.
'FlU' 는 다들 아시다시피 인플루엔자의 줄임말이죠. 우리나라식으로 하자면 독감이라는 뜻입니다. 지은양이 여러 곳에서 설명한 대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마치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는 것과 같다고 한 건데요.. 아이유양은 20대 초반까지 자신이 금방 사랑에 빠지는 '금사빠'라고 하였습니다. 지금도 '금사빠'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눈이 까다로워지고 누군가를 쉽게 사랑하기 어려워지기 마련이죠. 만약 지금까지도 지은양이 '금사빠'라고 한다면 오히려 축하를 해주고 싶네요. 그만큼 순수한 마음이 살아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뭐 본인은 이렇게 독감에 걸린 것처럼 힘든 경험이 있다고 하지만요. ^^
COIN - 2010년대 음원왕의 스웩
'Coin' 이 '라일락'과 더블 타이틀이라는 것을 보고 노래를 듣기도 전부터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라일락' 은 그 자체로 [LILAC]이라는 앨범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곡이라서 충분히 타이틀이라는 것에 납득이 되었는데, 이 'Coin' 도 분명 어떤 이유가 있겠지.. 하구요.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놀람 그 자체였습니다. 와... 이런 스타일을 한다고? 아가수가??
'라일락' 리뷰에서 제가 아가수는 욕심쟁이라고 했는데요. 진짜 이 'Coin' 을 들으면서 이번 앨범은 정말 프로듀서 아이유의 욕심이 가득한 앨범이구나~ 했습니다. 정말 하고 싶었던 거 다 한 앨범이라고 할까요?
"강자에게~" 하며 시작되는 아가수의 첫 목소리만 들어도 아! 하는 느낌이 오죠. 뮤비를 보면 "과감할수록 신세계 on my table" 부분을 부를 때 table 발음을 이를 악물면서 씹어먹듯이 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노래만 들어도 그 부분이 그렇게 불렀구나 싶더라구요. 시작부터 'FLU' 에서와는 또 다른 보컬의 느낌을 보여주더니, "So 더럽게 재미있지"라는 가사를 보여줍니다. 솔직히 전 여기서 움찔했어요. 아가수 노래에서 이런 가사를 보다니?
김이나 작사가도 언급했듯이 아무래도 아이유라는 가수의 이미지가 이런 강한 느낌하고는 거리가 있었죠. '레드퀸' 이 나름 지은양의 노래 중 센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Coin' 은 그 정도를 한참 넘어선 것 같았습니다. 'FLU'에서도 "oh damn"이라는 가사에서 사실 살짝 움찔했는데 더럽게 재미있다니... ㅋㅋ 저는 이 부분을 들으면서 가끔 아가수가 콘서트에서 자기도 모르게 비속어를 쓰고서 스스로 놀래서 굳어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고 엄청 심한 비속어까지는 아닌데 그래도 공연장에서 자신이 그랬다는 것에 자기가 스스로 놀란 거죠. 솔직히 팬으로서는 점점 우리를 편하게 대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아이유양이 'Coin'의 가사를 쓰고 나서 어떻게 보일지 걱정을 했을지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나의 아저씨'에서의 대사처럼 지은양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사람들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냥 앞으로도 하고 싶은 말을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그렇다고 해도 크게 엇나갈 사람이 아니라는 거 우리 모두 잘 알잖아요. ㅎㅎ
최악의 패를 가지고 싹 쓸어
'Coin' 의 정체성을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가사라고 봅니다. '라일락' 리뷰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이번 [LILAC]은 아가수 자신의 20대를 스스로 오마쥬한 성격이 강한 앨범이라 노래를 듣다 보면 곳곳에서 예전 기억의 향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은양은 메이저 기획사의 오디션에서 탈락하고 당시 서울음반에서 'LOEN'으로 타이틀을 변경하고 엔터 사업을 뛰어든 신생 회사에서 데뷔를 합니다. 종종 로엔과 멜론의 관계에서 마치 아가수가 대형 엔터 회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가수인양 호도하는 것을 보곤 하는데... 솔직히 로엔에서 크게 성공한 가수는 지은양이 유일합니다. 그렇게 대단한 회사라면 아가수 이후로도 수없이 나왔어야죠.
'최악의 패' 라고 할 수 있는 배경에서 말 그대로 2010년대 음원 시장을 싹 쓸어버린 최고의 음원 깡패가 바로 아이유양입니다. 보이그룹, 걸그룹, 남녀 솔로 모두를 통틀어서 1위예요. 괜히 아가수가 신곡을 들고 나올 때마다 1위를 하는 게 아닌 거죠. 지난 십여 년 동안 꾸준하게 이뤄낸 성적이 새로운 노래를 선보일 때마다 대중들에게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겁니다.
타이틀곡답게 'Coin' 또한 풀버전 무대 안무가 존재하는데요. '라일락' 도 그렇지만 'Coin'의 안무는 꽤 놀랐어요. 곡의 정체성이 그러하다 보니 아무래도 유연한 춤선 보다는 강하고 직선적인 안무가 많은 'Coin'인데 이걸 이렇게 멋지게 잘 해냈네요. 진짜 '라일락' 안무도 그렇고 이 'Coin' 안무도 그렇고 이 안무를 준비한 박요한 팀장님에게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혹시 'Coin' 무대를 보면서 아주 옛날 아가수의 댄스 퍼포먼스를 떠올리신 분은 없나요? 오래된 팬들이라면 2012년에 지은양이 콘서트 등에서 보여준 댄스 퍼포먼스 등을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핫했던 트러블 메이커라든지 레이니즘이라든지...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성인 아이유의 농염한(?) 퍼포먼스를 볼 수 있었죠. 물론 본인은 굉장히 멋쩍어했지만 말입니다. ^^;
<2012년 Real Fantasy 성인식, 트러블메이커>
<유희열의 스케치북 2012.05.25>
위 영상이 무려 9년 전이니까... 보시면 알겠지만 사실 귀염귀염하죠. 당시에 저도 아가수가 저런 퍼포먼스를 하는 심정은 잘 알겠지만 멋지다거나, 섹시하다거나 하는 느낌보다는 삼촌이 조카 춤사위 보는 그런 귀여운 기분이 강했습니다. 그랬던 지은양인데...
하지만 이제는 14년 차 댄스가수!! 위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012년 첫 콘서트에서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 데인저러스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익혔던 문워킹을 여기에서도 능숙하게 사용하더군요. 좀 걱정된다 싶을 정도로 지금까지 보지 못한 격한 안무였는데 정말 멋짐 폭발이었습니다. 이렇게 보여주기까지 또 얼마나 수많은 연습을 했을까요. 우리 아가수~~
'Coin' 뮤비 또한 화제였죠. 설마 '타짜'의 그분 아귀님이 나오실 줄이야... 아이유양도 말했듯이 김윤석님의 등장으로 뮤비 속 이야기가 더욱 강렬해졌습니다. 지은양이 김윤석님에게 매우 조심스럽게 출연 요청을 제의했는데 흔쾌히 받아주셨다고 했지만, 사실... 김윤석님은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아가수의 팬이었다는군요. ㅎㅎ 라디오 등에서도 '한낮의 꿈' 을 추천할 정도로 이미 오래된 팬이시고 가족 모두가 아이유양의 팬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은양의 생각과는 다르게 성덕이 될 찬스를 잡으신거죠. ^^;
김윤석님이 겉으로 보이는 인상이 좀 강해서 무서운 이미지가 있는데, 아이유양이 함께 뮤비를 찍으면서 느꼈던 것처럼 평소에는 꽤 부드러운 분이라고 하네요. 후배들에게도 아가수의 노래를 추천하신다고... ㅋㅋ 암튼 덕분에 지은양의 연기력까지 덩달아 폭발한 느낌이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영화 '타짜' 에서 김윤석님의 상대역이었던 분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네요. 바로 조승우님이죠. 아주 예전부터 지은양의 찐팬임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다니는 걸로 유명했는데... 김윤석님의 뮤비 출연 소식을 듣고 난 왜??!!! 했을 조승우님의 모습이 떠올라서 슬며시 웃게 됩니다. ㅎㅎ
Queen, Nicely done. My bad you lose.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파트입니다. 아가수의 이 목소리 정말 매력적이네요. 더군다나 이런 스웩 넘치는 가사라니.. ㅎㅎ 이 랩 파트 뒤에 나오는 Vamos, Vamos... 도 정말 좋아하는 목소리입니다. 이 부분 가사 쓰고 스스로 대견스러웠다는데.. 스페인 가서 투우 경기 좀 보고 오셨나봐요? ^^
말씀드렸다시피 아이유양이 2010년대의 음원 1위였기에 충분히 이럴 수 있다고 봅니다. 매번 지은양이 컴백한다고 할 때마다 수 없는 매체 등에서 누가 같이 컴백을 한다는 둥, 격돌이라는 둥... 하지만 늘 아가수의 승리였죠. 그만큼 이런 스웩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 싶어요. ^^ 원래는 2NE1의 CL님에게 맡기려고 했던 랩 파트를 아가수가 직접 하면서 왠지 판도라의 상자를 연 느낌이랄까요? 안그래도 국힙원탑이라는 애칭으로 라임이 딱딱 들어맞는 기가 막히는 랩 작사 실력을 보이는 아이유양인데... 한 번 맛을 본 이상 왠지 앞으로도 종종 이런 멋지고 당당한 노래와 안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영상통화 팬미팅에서 팬들이 이 'Coin'을 최애곡으로 많이 언급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평소 잘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 색다르고 멋지게 느껴졌다는 것이겠죠. 아가수의 팬층이 현재 10,20대가 대다수인 만큼 아이유양의 모습을 동경하는 워너비 팬들도 꽤 많을 겁니다. 30대에도 더 멋지고 당당한 모습 기대해 봐도 되겠죠? 워낙 이번 앨범에서의 안무가 격해서 댄스가수는 20대까지만 할 거라고 했지만 그래도... 콘서트에서는 멋진 모습을 볼 날을 기대해 봅니다. 그때까지 건강해야 해요~~ ^^; 아이유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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