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푸 (Ah puh) - 높아진 자존감 속에 넘치는 해학
소위 말하는 아이유 이용권을 가진 성덕이 있습니다. 아가수의 콘서트에도 자주 출몰하는 그들은 바로 '악동뮤지션' 이죠. 악뮤의 수현양은 콘서트 게스트에 나와서 같은 유애나의 입장으로 자신은 성덕이라고 하며 자신에게는 무려 '아이유 이용권'이라는 어마어마한 티켓이 있다고 자랑을 했습니다. 아가수의 팬으로서 정말 부러운 이용권이었어요. ㅠㅠ
악뮤가 원석의 모습이었던 [K-Pop Star] 에 출연 중이었을 때 아이유양은 직접 찾아가 그들을 응원하기도 했을 정도로 첫 만남부터 서로가 호감이 많았습니다. 이후로 김창완님과 함께 '힐링캠프'에 나갈 때도 악뮤가 함께 하였고 서로의 콘서트 게스트로 출연하며 품앗이도 하고 있죠. 개인적으로도 악뮤는 천재들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끌리는 게 아닌가 합니다. ^^
그런 인연으로 아가수는 '후라이의 꿈'이라는 발랄한 곡을 부르게 됩니다. 아직도 여전히 이 노래가 정식으로 발매되길 바라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심지어 이번 [LILAC]에 혹시 들어가는 건 아닌가? 하는 기대를 하는 분도 있더군요. 지은양이 찬혁군에게 곡을 의뢰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내가 성덕 중의 성덕이다~~ 하는 그런 기분? 아.. 부러우면 지는 건데... 오빠에게 질 수 없었는지 가이드를 심지어 수현양이 해주었다고... ㅎㅎ 귀여운 남매들이에요.
지은양이 말해준 대로 '어푸'는 '후라이의 꿈'의 성숙한 버전이라고 하네요. 재기 발랄한 찬혁군의 곡에 어찌 보면 조금은 장난꾸러기처럼, 조금은 당차게 자신의 현재를 풀어간 노래가 바로 '어푸'입니다. 일반적으로 앨범에는 인트로와 아웃트로가 존재하는데 비록 '어푸'는 마지막 트랙이 아니지만 실질적인 아웃트로의 역할을 합니다. 대게 인트로를 통해 인사와 대략적인 앨범의 인상을 전달하고 각 수록곡에서 그간의 시간과 내용들을 담는 게 보통이죠. 그리고 아웃트로에서는 현재 자신의 모습과 앞으로의 모습을 이야기하죠. 그런 의미에서 '어푸'는 아웃트로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에필로그'는 그만의 역할이 있죠...
I'm such a good surfer
첫 소절을 듣자마자 저 장면이 떠오른 건 저만 그런가요? '효리네 민박'에서 능숙하게 서핑을 하는 이효리님에 비해 지은양은 물이 무서워서 저렇게 땅에서 패들보트에 올라탔죠. 자신이 능숙한 서퍼라고 하는 가사를 보며 시작부터 웃음을 머금게 되었습니다. ^^
무슨 소리 겁이 나기는, 재밌지 뭐
'어푸'에서 말하는 바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은양의 말처럼 10년 동안 참 많이도 봤죠. "지겹게 보자"라는 말은 기본적으로는 부정적인 인상이지만 가볍고 발랄한 곡을 통해서 상쇄시킵니다. 실제로 '어푸'의 가사는 약간 오만하다는 인상까지 줄 정도로 화자의 자존감이 최고임을 보여주고 있죠.
언제적 얘길 꺼내나
보란듯이 헤엄치기 처첨버벙
뭘 그렇게나 놀래나
더 재밌는 걸 보여줄게
뭘 그렇게나 보채나
거품처럼 사라질게
When the time has come
유애나로서 '어푸'를 들어보면 노랫말이 바로 저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위 세 단락을 보시면 지금까지 우리가 아가수와 교감을 나누었던 감정이 그대로 보이고 있습니다. 언제나 걱정이 가득한 유애나에게 항상 아이유양은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은 잘 해낼 거라고 말해왔죠. 그리고 언제나 팬들의 기대와 상상 이상을 해내며 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마지막은... ㅎㅎ 우리가 보챘던가요? ^^;
'거품처럼 사라질게'는 솔직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지은양이 자신의 스무살 시절을 '거품'이라고 했던 걸 아시나요? 스스로가 아직 '비누'가 아닌 거품의 상태인데 너무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습니다. 그래서 얼른 '비누'가 되어서 거품 같은 존재가 아님을 증명하겠다고 하였죠.
해일과 함께 사라질 타이밍
그건 내가 골라
너울과 함께 부서질 타이밍
그건 내가 골라
정말 솔직하게는 '어푸'의 가사를 읽으며 조금은 두렵더군요. 왠지 이별을 염두에 두는 이야기 같아서 말이죠. 때가 되면 거품처럼 사라지겠다는 말이 그리 가볍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어푸'의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아직은 그 때가 오지 않겠다 싶더군요.
어 또 보네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부디 행운을 빌어
지겹게 보자고
'어푸'의 핵심 구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지은양도 또 내일을 살고 내년을 맞이하겠죠. 아가수도 서른이 되겠고요. 누군가에게도 시간은 똑같이 흘러갈 겁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서로 켜켜이 쌓아온 시간들 덕분에 아이러니하게도 '지겹게'라는 부정적인 단어가 역설적으로 "다시 만나자~"로 들리는 건 저만 그런가요? ^^;
아웃트로로서 '어푸'는 정말 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첨에는 그저 밝고 경쾌한 곡에 재기 발랄한 가사가 재미있는 줄만 알았다가 들으면 들을수록 그 속에 숨겨놓은 해학에 또다시 감탄하게 되었네요. 아가수는 진짜 작사 천재예요. ^^; 이건 여담인데요, '해일과 함께 사라질 타이밍' 이 부분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매번 황홀하게 듣습니다. 전반적으로 발랄하게 부르다가 딱 이 구절에서만 굉장히 아름답고 성숙한 목소리로 불러주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목소리라고 할까요? 아마 이 부분도 계산하고 부른 거겠죠? 유희열님은 지은양이 그렇게까지 똑똑하지는 않다, 얻어걸리는 거다~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제가 십여 년을 보아온 아이유양이라면 그렇게 하고도 남을 사람이라... ^^;
지은양은 물을 정말 무서워합니다. 수영은 꿈에도 못 꿀 수알못이죠. 그래도 모아나를 동경하는 꿈 많은 사람입니다. 비록 실제로 바다에서 서핑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어푸'의 속에서처럼 자존감 가득한 사람으로 살아갈 거라고 하는 아이유양을 응원합니다. 코로나가 끝나게 되면 우리 다시 만날 수 있겠죠? 그때까지 서로 행운을 빌어주며 다시 만나길 기다려 봅니다. 아이유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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