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LILAC(2021)

IU 정규 5집 [LILAC] 리뷰 - 라일락

류겐 2021. 4. 4. 22:33

 

벚꽃잎이 날리는 봄과 함께 정규 5집 [LILAC]으로 아가수가 돌아왔습니다. 정말 2012년 'Real Fantasy' 이후로 단 한 해도 거른 적 없던 콘서트가 작년에는 없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작년에는 공연도 없었죠. ㅜㅜ 그래도 우리가 심심해하지 말라고 틈틈이 활동해준 지은양 덕분에 조금이나마 버틸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정규 5집은 작년을 예상했습니다. 아이유양도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작년 정도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말을 종종 했거든요. 아마 올해 봄에 나온 이유는 아가수가 설명해준 대로 앨범을 제작하면서 절반에 가까운 곡들을 덜어내고 프로듀싱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덕분에 스물아홉 살의 봄이라는 부재를 달고 [LILAC]이라는 앨범이 나올 수 있었네요. 더 잘 되었다고 할까요? ^^

 

 

다들 이미 [LILAC] 은 원 없이 들으셨죠? 어떠시던가요? 저는 이번 앨범을 들으며 머릿속을 가장 많이 스쳐간 단어를 고르라고 한다면 바로 '주마등'이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아가수의 팬이 되었던 때가 2011년 가을이었거든요. 그야말로 아이유의 20대를 곁에서 오롯이 지켜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LILAC]을 감상하는 동안 지은양의 스무 살부터 스물아홉 살까지 함께 해 온 시간들과 노래 등이  수도 없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LILAC] 은 '주마등'이라는 단어가 정말 잘 어울릴 수밖에 없습니다. 수록곡 곳곳에 아가수 옛 노래에 대한 '오마쥬'가 가득하거든요. 셀프 오마쥬라고 할까요? ^^ 본인의 노래를 스스로 오마쥬 한다는 건... 어찌 보면 '에필로그'의 가사 속 말처럼 멋쩍은 일일 수 있겠습니다만... 지금까지 아이유양은 스스로를 스토리텔링으로 잘 풀어왔기에 이런 것이 어색하지 않게 표현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 앨범 전체에 가득한 '오마쥬'에 대한 이야기와 제가 느끼는 그 '주마등'의 순간들을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앨범이 나오면 늘 리뷰를 하였지만 이번에는 제가 주말 말고는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정말 시간에 쫓기듯이 리뷰를 쓰고 있네요. 언제나 그렇지만 제가 글을 길게 쓰는 지병이 있어서 이번 리뷰도 제법 길거라고 봅니다. 늘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는 고마울 따름이에요. ^^; 그럼 [LILAC] 리뷰 시작해 보겠습니다. 

 

 

 

라일락 -  좋은 날을 떠나보내며

 

 

 

1번 트랙이자 이번 앨범의 타이틀인 '라일락' 은 역시나 지금까지 늘 정규 앨범의 1번 트랙이 그래왔듯이  상큼하면서 밝은 느낌이 가득한 곡이었습니다. '라일락'을 들으며 제가 내뱉은 첫 말은, "우와 욕심쟁이~~"였습니다. 아.. 정확하게는 뮤비를 보면서 한 말이네요. 제가 기억하기로 안무의 양으로도 질로도 지금까지 어떤 아가수의 노래보다 '라일락' 은 아이돌스럽습니다. 아마 '스물셋' 이후로 처음일 거예요. 이 정도로 댄스가 많은 곡은 말이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지은양이 스물아홉 살이라는 것을 다 알 겁니다. 그리고 2015년 [CHAT-SHIRE] 이후로 비교적 정적인 노래 위주로 이어왔던 터라 이번 '라일락' 은 매우 색다른 의미가 있네요. '밤 편지'라는 롱런의 아이콘 덕분에 이제 아가수는 아이돌스러운 무대 이미지보다 믿고 듣는 음원퀸의 이미지가 훨씬 강해졌습니다. 그럼에도 20대의 마지막 고개에서 지은양은 이 '라일락'을 들고 나와 여전히 본인이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걸 보고 있자니 욕심쟁이라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더라고요. 난 발라드도 댄스도 다 되는 사람이라구~~ 하면서 말이죠.(혹시 까먹으실까 봐 언급하자면 아가수는 국힙원탑이라는 닉네임도 가지고 있다죠? ^^)

 

 

 

다시 노래 이야기를 하자면... 라일락을 들으면서 떠오르는 노래는 바로 '좋은 날'이었습니다. 지난 별밤(MC 김이나 작사가)에서 말한 것처럼 아가수는 예전 자신의 곡을 써준 김이나 작사가의 노랫말을 자신의 노래에 종종 써왔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써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관으로 풀어쓰는 데 인용해왔죠. 대표적인 것이 [Love Poem]에서의 '시간의 바깥'입니다. 예전에 리뷰했던 것처럼 '시간의 바깥' 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던 곡이죠. 

 

관련 링크 -  시간의 바깥- 이지금 유니버스

 

'시간의 바깥'을 통해 아이유양은 자신이 떨쳐내고자 했던 '너랑 나' 속 과거의 소녀 판타지 속 아이유를 품에 안아버립니다. '너랑 나'는 누가 뭐래도 그 판타지의 선봉에 서있는 노래였죠. 자신의 내면을 계속 관조해오면서 이렇게 정체석을 확립해 왔습니다. 그렇게 '라일락'의 가사를 살펴보면 '좋은 날' 이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가사를 인용한 부분 만을 언급하지 않아도 노래 전체에 그 분위기가 가득하거든요. 

 

 

'좋은 날' 은 현진건님의 '운수 좋은 날'을 오마쥬 한 듯한 곡입니다. 이별을 마주하기에는 하필 날이 너무 좋았더라... 라면서 그 이별의 순간을 피하고 싶은 마음을 노래하였습니다. '라일락' 은 어떻던가요? 첫 시작부터 눈물이 고인다고 하지만 결국 이 이별을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새로 바뀐 내 머리가 별로였는지 입고 나왔던 옷이 실수였던 건지  - 좋은날

오늘따라 내 모습 맘에 들어 -  라일락

 

'시간의 바깥'에서도 '너랑 나'에서의 수동적인 모습과 대비되는 능동적인 모습을 그려내었는데, 이번 '라일락'에서도 아가수는 '좋은 날'에서의 이별을 대하는 자세를 이렇게 바꿉니다. 

 

 

어찌 보면 이건 집착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은양은 과거 소녀 판타지의 노래들을 전부 회수했어요. 이른바 떡밥 회수라고 할까요? 그럼 '분홍신' 은 어디서 회수했다는 거야? 하시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면 'Unlucky'를 찾아보세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ㅎㅎ 암튼 아가수는  이렇게 과거 자신을 대표하던 소녀 판타지를 다 정리하고 갑니다.

 

 

 

 

뮤비 얘기를 안 하고 갈 수가 없는데요. 각종 미디어에서 지은양이 정말 친절하게 잘 설명을 해주어서...  열심히 해석했던 내용들이 다 무쓸모가 되었습니다. ㅠㅠ 다만 아이유양의 20대를 모두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 뮤비가 정말 잘 만들어졌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지은양 본인 입으로 스물다섯이 자신의 리즈 시절이었다고 했는데 팬으로서도 [Palette]를 기점으로 확연하게 아가수가 단단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팬이 되신 지 얼마 안되신 분들은 잘 모르실 수도 있지만 20대 아이유의 팬으로 사는 것이 그저 꽃길만은 아니었습니다. 정상에 섰다 싶으면 추락하고를 반복하는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물론 지은양의 편으로서 그 기분까지 사랑했던 시절이었습니다만... 뮤비에서 터널을 빠르게 지나며 셀럽 같은 모습을 보이다가 누아르 같은 색채 속에서 17:1 격투로 이어지는 모습은 바로 그런 시기들을 잘 표현해내었다고 봐요. 

 

 

곡도 그렇고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라일락' 은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를 모두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라일락'을 싱글로 내었어도 충분히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책으로 보자면 '라일락' 은 소개글이자 목차에 가까워 보이네요. 이례적으로 1번 트랙을 타이틀로 한 데는 이런 이유가 있지 않나 합니다.  

 

 

단잠 사이에 스쳐간 봄날의 꿈처럼

 

가사 중 이 봄날의 꿈은 '스무 살의 봄'에서부터 '라일락의 봄' 까지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에필로그'에서의 꿈과 같습니다. 말하자면 수미상관의 구조인 셈이죠. 지은양에게 잠과 꿈이 어떤 의미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제 팬들은 잘 알고 계시리라고 봅니다. 

 

 

 

'라일락' 이 타이틀이다 보니 확실히 할 말이 많네요. ^^; 결국 뮤비 마지막에서 보여주는 아이유양의 미소의 의미를 우리 모두 잘 알 겁니다. 조금은 의미심장하면서 조금은 장난끼가 보이는 그 모습에 20대 아이유와의 이별이 편안하고 다음을 기대를 하게 만드네요. 그래서 이 이별이 완벽한 거겠죠. 이제 30대 아이유를 만나러 가는 티켓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아이유 참 좋다~~~

 

 

 

사족 -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라일락 댄스 연습 영상을 보는데요. 진짜 지은양은 몸이 유연해서 그런지 춤선이 정말 예쁩니다. 전문적으로는 잘 몰라서 조리 있게 말하지 못하지만 절도 있는 동작보다 부드러운 동작들 속에 보이는 완급 조절이 눈에 띄게 보이더라고요. 너무 좋아서 힐링하고 싶은 시간에 꼭 챙겨 봅니다. 새삼스럽게 이 안무를 만들고 아이유양이 소화해내기까지 고생 많이 하셨을 박요한 댄스팀장님께 감사함을 드립니다. 예전부터 "지유 아빠 파이팅!" 을 외쳐왔는데 이번에도 만나면 90도 인사를 하고 싶을 정도로 넘 감사하네요. 그리고 나 잘해쪄? 하며 스스로를 대견해하는 아가수에게 "진짜 진짜 잘했어요~"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