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LILAC(2021)

IU 정규 5집 [LILAC] 리뷰 - 아이와 나의 바다

류겐 2021. 4. 19. 00:24

 

 

아이와 나의 바다 - 기나긴 자아 찾기의 끝

 

'아이와 나의 바다(이하 아나바다)'는 노래를 듣기 전부터 이미 '밤편지'의 작곡진이 만든 곡이라는 것에서 기대가 컸습니다. 김제휘, 김희원 두 분 작곡가와 아가수의 시너지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입증되었죠. 이번에도 아이유양에게 딱 맞는 노래를 들고 오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듣게 되었습니다. 

 

 

이미 아이유의 팔레트 등에서 김제휘 작곡가가 밝힌 것처럼 애초에 '아나바다'는 지은양의 20대 일대기 그 자체를 그린 곡입니다. 그래서 '아나바다'의 플레이 타임이 5:16 이라는 것도 다들 아실 겁니다. 긴 곡이니만큼 가사 분량도 상당합니다. 지은양의 20대 전체를 아우르는 표현이 들어가야 하기에 어찌 보면 긴 플레이 타임이 가사를 넣기에는 더 좋을 수 있었겠네요.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맘이 가난한 밤이야

 

 

1절은 어두웠던 내면을 말하고 있습니다. 위 두 줄이 그 시간을 온전히 표현하고 있네요.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낮과 다르게 밤은 혼자만의 시간입니다. 불면증으로 시달리는 지은양에게는 더욱이 마음이 춥고 기나긴 밤이었겠네요. 예전에 아이유양이 20대 초반 혼란스러웠던 자아를 극복하고 스스로를 믿게 될 정도로 자존감이 높아지는 과정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보시면 '아나바다'를 이해하시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거라고 봐요.

 

관련 글 링크 - 자신을 믿게 된 아이유

 

 

 

거울 속에 마주친 얼굴이 어색해서
습관처럼 조용히 눈을 감아

 

 

'아나바다'의 1절은 그야말로 아픔의 반복입니다.  저는 위 가사를 읽었을 때 정말 맘이 아프고 공감도 많이 되었습니다. 저 또한 20대 초반에 남이 바라보는 저와 제가 인정하는 저와의 괴리 사이에서 많이 헤맸거든요. 지은양처럼 거식증이 올 정도는 아니었지만 자기혐오 때문에 저 스스로를 온전하게 바라보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나를 바라보기 싫어서 눈을 감고 다시 밤이 오길 바라지만...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밤은 다시 혼자만의 힘든 시간이죠.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쌓이는 하루만큼 더 멀어져
우리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아

 

 

이 가사를 읽으며 정말 작사가 아이유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감탄할 따름이었습니다. 이렇게 눈을 감고 밤을 청하는 일상의 반복을 쌓이는 하루만큼 멀어진다고.. 그렇게 멀어져서 화해할 수 없다고 표현하다니... 정말 '아나바다'는 그야말로 시적 표현의 잔치 같아요. 아가수가 밝힌 대로 아이는 과거의 자신, 그리고 나는 현재의 자신이죠. 여전히 현재의 자신을 "겨우"라고 한 부분에서 아직도?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시간 순으로 표현해서 그럴 거라고 봅니다. 2절부터는 달라지니까요. 

 

 

<2014 '딱 한발짝 그 만큼만 더' 소극장 콘서트>

 

 

'아나바다'의 2절부터는 비로소 아가수가 아이유 제2막이 시작되는 시점을 이야기합니다. 팬이 된 지 얼마 안 된 분들은 이 '아이유 2막'이라는 것이 무슨 말인가? 하실 수도 있는데요. 2014년 아가수를 올해의 가수로 만들어준 [꽃갈피]를 발매하고 소극장 콘서트가 끝난 후에 그때까지 지은양을 이끌어주던 조영철 PD가 로엔을 떠납니다. 그러면서 말해주었던 것이 "이제 아이유의 2막이 시작된다."라는 것이었죠. 

 

관련 기사 링크 - 아티스트 아이돌 아이유

 

 

그렇게 스스로 자신의 음악을 프로듀싱하면서 아가수는 이제까지의 이미지를 천천히 벗기고 자신이 만들어가는 음악으로 채워갑니다. 그리고 아이유양이 스물다섯이 되는 해에 [Palette]를 내어놓으며 이제 자신을 알 것 같다며 자신을 보듬어 안습니다. 이미 많은 곳에서 지은양이 스물다섯이 되던 해에 좋아졌다고 했지만 아마 그 해에 콘서트에 오신 분들은 느끼셨을 거예요. 우리 아가수의 자아가 안정되었다는 것을... 

 

 

2절 가사는 아이유로 살아가며 놓치고 있던 내면의 자아에 대한 그리움, 회복, 그리고 화해로 채워져 있습니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도 모르게 어릴 적 가지고 있던 좋은 것들을 잃어갑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고 하지만 적어도 저 또한 20대 때는 그것들을 잃기 싫어서 발버둥 쳤던 것 같네요. 

 

 

물결을 거슬러 나 돌아가
내 안의 바다가 태어난 곳으로
휩쓸려 길을 잃어도 자유로와
더이상 날 가두는 어둠에 눈 감지 않아

두 번 다시 날 모른 척 하지 않아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아가수는 비로소 자신이 외면하려고 했던 자신과 화해를 합니다. '더이상 날 가두는 어둠'이라는 표현은 앞서 스스로 눈을 감았던 부분을 다르게 표현했네요. 피하려고 눈을 감고 밤을 청했던 것을 이렇게 말한 것 같습니다. 

 

 

 

'아나바다'는 알려진 바와 같이 녹음 중에 즉석으로 김제휘 작곡가님이 한 키 더 높이자고 하였고 그렇게 작업되어 그런 무시무시한 클라이막스가 만들어졌다고 하죠. 이미 스튜디오 녹음 영상이 공개되어 아가수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잘 보셨을 겁니다. ㅎㅎ 이걸 보니 '아나바다'는 구조적으로 2접 [Last Fantasy]의 수록곡 '비밀'과 상당히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비밀' 또한 클라이막스에서 연주, 코러스 합창이 더해 웅장함을 강조한 곡이죠. 곡의 전개가 매우 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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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시그널' 의 김이나 작사가 초대편에서 보면 여전히 '비밀'을 힘들어하는 아가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콘서트에서 '비밀'을 듣는 기분이란... 황홀함 반, 걱정 반... ㅎㅎ 우리 아가수가 무사히 '비밀'을 불러내야 할 텐데... 하며 팬들은 걱정했더랬죠. 그만큼 '비밀'은 어려운 곡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불렀는데 타이틀이 아니라니?? 이보시게 PD양반?

 

이번 '아나바다' 또한 공연에서 부른다면 극한의 난이도를 자랑할 겁니다. 이미 아이유양의 곡들은 난이도가 높은 노래가 굉장히 많은데 아마 '아나바다'는 공연에서 단 한 번도 부르지 않은 '얼음꽃'과 별 다르지 않을 듯하네요. [Palette] 팬사인회 때 제가 '이름에게'를 언급하자 벌써부터 콘서트에서 부를 걱정을 하던 지은양이었는데 결국 공연에서는 훌륭하게 불러주었죠. '비밀' 또한 얼마 전부터는 이 정도쯤이야~ 하면서 불러줍니다. 그래서 '아나바다'도 그리 큰 걱정은 안 해요. 이미 자신을 믿는다는 아가수이기에... 결국 이것도 다 해내리라고 믿거든요. ^^

 

 

누가 알겠어? 

오늘 운이 다가올는지,

하루하루가 모두 새로운 날이 아닌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 '노인과 바다' 중에..>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떠올렸습니다만 가사를 보다 보니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다만 위의 유명한 구절이 20대를 마무리하며 30대를 맞이하는 지은양에게 조금이나마 여유와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네요. '아나바다'부터 '어푸', '에필로그'는 할 이야기가 가득이어서 얼른 이어서 쓰고 싶지만 어느새 주말이 다 지나갔습니다. ㅠㅠ 두 곡 리뷰를 마치고 전체 앨범에 대해서 할 이야기도 너무 많네요. 그래서 좋아요. ㅎㅎ 아이유의 팬으로 살아간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바다 '어푸'로 갑니다~^^; 아이유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