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LILAC(2021)

셀러브리티 - 이지금 세계관의 놀라운 통합

류겐 2021. 1. 31. 15:01

 

'Celebrity' 가 나온 이후 참 즐겁습니다. 무엇보다 귀가 즐겁고 댄스가수 아가수의 폭풍 댄스를 보는 눈이 즐겁고... 셀럽첼린지를 보며 유애나들이 감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도 즐겁네요. 이렇게 워낙 많은 이목이 집중되는 'Celebrity' 라서 그런지 뮤직비디오에 대한 해석도 참 많습니다. 대부분 와~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치밀한 분석들이라 모두 아이유학 박사 학위를 줘도 되겠다 싶더라구요. ^^;

 

 

그 중에 한 유튜브 뮤비 해석 영상을 보는데 그 분은 아이유와 이지동이라는 분리된 캐릭터가 'Celebrity' 에서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라는 얘기를 하더군요. 눈썹 아래 점을 보고 이지동이라고 하는 부분은.. 뭐 실제로 아이유 티비에서 나왔던 오리지널 이지동이 눈 바로 아래 점이라는 부분에서 좀 다르긴 합니다만, 암튼 화려한 삶을 살지만 타인의 시선과 생각에 맞춰 살아야 하는 빛나지 않는 아이유와 자유분방하지만 빛이나는 별과 같은 이지동이 결국 마지막에 깨달음을 얻고 하나가 되어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그런 해석입니다. 

 

 

 

 

dlwlrma Universe

 

이 영상을 보면서 머리 속을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바로 'dlwlrma' 유니버스죠. [Love Poem]의 '시간의 바깥' 을 리뷰하면서 이 '이지금 유니버스' 에 대하여 얘기했습니다. 과거 아이유를 영광의 자리로 올려놓은 소녀 판타지를 스스로 버리고 자신만의 음악관을 세워놓은 'dlwlrma'의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던 아가수가, '시간의 바깥' 을 통해 외면하고 싶었던 소녀 판타지의 아이유조차 품에 안으며 자신의 세계관을 통합시켜버렸습니다. 당시에 이 부분이 팬으로서도 꽤 감동적이었고 앞으로 또 어떤 세계관을 보여줄까 굉장히 기대되었는데요. 지은양은 'Celebrity' 로 또 이런 굉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관련글 링크 - IU 미니 5집 [Love poem] 리뷰 - 시간의 바깥

 

 

팬이시라면 '이지금' 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잘 아실 겁니다. 지은양은 금은동, 이라는 소위 말하는 올림픽 메달 색깔 같은 글자를 써서 자신의 이름인 '이지은'과 비교하여 자신보다 조금 더 나은 캐릭터라는 '이지금'을 만들어 자신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만들어왔습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dlwlrma' 유니버스의 시작이었죠. 그리고 아시다시피 이 '이지금'은 대외적으로 아이유의 모든 셀럽 활동을 대표합니다. 아가수가 활발하게 소통하는 창구로 쓰여지는 인스타그램의 계정도 'dlwlrma'이죠. 

 

 

즉 일반인 이지은이 아닌 아이유로 대표되는 연예인으로서의 삶을 '이지금' 이라는 캐릭터에 투영시켜서 활동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아이유양은 아이유라는 직접적인 대명사가 아닌 '이지금' 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아이유를 노출시킴으로 일반인 이지은인 자신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지동

 

그리고 아가수는 또다시 '이지동' 이라는 캐릭터를 만듭니다. '이지동'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금은동의 순서에서 가장 후자가 되는 캐릭터입니다. 말하자면 이지은인 본인보다 나을 것 같지 않은 모습을 가진 캐릭터라고 할 수 있죠. 사실 아이유티비에서 신입사원 이지동으로 표현된 것 말고는 딱히 더 나온게 없긴 합니다만... 지은양은 '이지동' 이라는 캐릭터를 보임으로 '이지금' 의 의미를 더 확실하게 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지금 == 아이유, 이지동 == 이지은 과 같은 형식으로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하여 실제 자신은 그 뒤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만든거죠. 

 

 

지은양은 자기 자신에 대해 매우 엄격하고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책을 하는 것으로 스스로 자존감을 떨어뜨리곤 하였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스스로에 대한 자아성찰의 결과물이 위의 캐릭터들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대중들에게 노출되어 늘 평가받는 삶 속에서 자기 내면 또한 살피며 성장시켜야 하는 아이유양의 입장에서는 나름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래서 팬으로서는 일과 삶을 분리하는 지은양의 모습에 응원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나의 ‘별난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적으며 시작했던 가삿말이었지만 작업을 하다 보니 점점 이건 나의 얘기이기도 하다는 걸 깨달았다. - Celebrity 앨범 소개 중에서.

 

 

'Celebrity'는 액면 그대로를 보면 팬들에게 보내는 순정 넘치는 사랑시입니다.  'You are my Celebrity' 라는 가사에 많은 팬들이 감동받았죠. '별난 친구' 라는 표현 뒤에는 사회 속에서 소외받는 자존감 떨어져 있는 사람이 보입니다. 깊숙히 떨어져 있는 그 '별난 친구' 라는 팬들에게 아가수는 "넌 하늘에 빛나는 별과 같은 존재이고 스스로를 오롯이 만나서 너를 되찾고 행복해지길 바래" 라는 메세지를 전달하는거죠.  

 

 

하지만 지은양은 위의 앨범 소개에서도 보이듯이 이건 결국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뮤비 마지막 부분을 보면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일반인을 따라 황급히 뛰쳐나가지만 결국 만나는 것은 거울 속 자신이죠. 그렇게 이지금으로 대표되는 화려한 셀럽과 이지동으로 대변되는 평범한 일반사람 이지은은 하나가 됩니다. 뮤비 마지막 부분에서 셀럽 이지금이 미소를 가득 머금고 뛰어가는 부분이 그것을 표현했다는 해석에 매우 공감하네요. 

 

 

 

 

 

아이유양은 본인의 30대가 매우 기대된다고 합니다. 이제 20대를 마무리하는 스물아홉의 나이에서 지은양은 이렇게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키네요. '시간의 바깥'에서 과거의 외면하고 싶어하던 모습을 융화시키더니 이제는 자신의 내면을 이렇게 통합시키며 더 단단해진 자아를 보여줍니다. 참 대단한 자아다 싶어요. 정말 소름돋도록 치열한 내면의 성찰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제가 뭐 그리 오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자신을 캐릭터로 만들어서 대중에게 사랑받으며 그것을 잘 활용했던 아티스트가 있었나? 싶네요. 끊임없이 자신을 소비하면서도 계속 재창조를 해내는 아가수의 모습을 보며 아이유의 30대가 무척 기대가 됩니다. 30대가 오기 전에 내면을 단단하게 다졌으니 앞으로의 행보를 더 기대해도 되겠죠? 대작 영화 캐스팅 소식까지 들려서 더 기대되는 이 지금입니다. ^^; 일단 당장은 앨범이 언제나오는지 넘 궁금하네요. ㅜㅜ 그 때까지 열스밍!! 아이유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