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 사람 - 찰나의 사랑, 영원한 이별
'그 사람' 은 [Love poem] 에서 유일한 아이유양의 자작곡입니다. 지난 [Palette] 에서도 자작곡이 한 곡 뿐이라는게 좀 의아했는데 이번에도 한 곡만 실렸네요. 팬들은 좀 더 많은 지은양의 자작곡들이 수록되길 바라겠지만 아마 프로듀서 아이유는 생각이 다른가 봅니다. 좀 더 완성도 있는 앨범을 위한 선택이 아닐까 해요. 좀 아쉽지만 차후에 아가수의 자작곡으로 빼곡히 채운 앨범도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서울 콘서트 이전에 다른 지역 콘서트를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사람' 티저 영상이 보여졌을 때 반응이 엄청났습니다. 평소 잘 하지 않는 아주 진한 스모키 화장을 하고 집시 풍의 옷을 입고서 분위기 있는 춤을 추는 모습에 다들 크게 환호했죠. 대중들 또한 이 '그 사람' 티저 영상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만큼 '그 사람' 이라는 노래가, 그리고 그 곡을 노래하는 아가수가 색다른 기대감을 갖게 하였네요.
앨범의 설명을 보시면 작사, 작곡 - 아이유, 편곡 - 적재씨로 되어 있습니다. 음원도 그렇고 실제 콘서트에서 라이브로 들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그 사람' 은 정말 아가수와 기타 연주를 담당하는 적재씨에게 집중되어 있죠. 아가수가 새롭게 시도한 블루스 장르는 왠지 모르게 난해한 느낌을 갖게하지만 실제로 집중해야하는 부분(목소리, 기타연주)은 심플합니다. 그래서인지 역설적으로 가창을 하는 지은양의 목소리는 기교가 넘치고 적재씨의 반주는 멋들어지죠. 그래서 아가수가 콘서트에서 '그 사람' 은 라이브가 훨씬 좋은 것 같다고 하지 않았나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사람' 에서 드럼, 베이스, 기타 전부(피아노만 빼고) 적재씨가 연주했다는 겁니다. 늘 기타를 들고 있는 모습만 봐서 그런가... 왠지 드럼치는 적재씨 모습도 한 번 보고 싶어지네요~ ^^ 처음 들었을 때 코러스가 누구지? 하면서 찾아봤더니 역시 아가수였어요. 예전 처음 팬이 되었을 때 발랄한 목소리만이 아닌 이 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에 반했었는데, 이번 '그 사람' 의 코러스로 낮게 들리는 멋진 목소리가 정말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라망' 같은 분위기보다 '그 사람' 같은 중저음이 강조된 노래가 더 아가수에게 잘 어울리지 않나 싶어요.
Why do i still love you
Why do i sing about you
Why do i still wait for you
Sing about you say love you
Baby i love you
Why i love you why you
'그 사람' 은 [Love poem] 의 어떤 곡보다 시적입니다. 간단한듯 보이면서도 뭔가 뒤에 더 있을 것 같은 여운이 왠지 모르게 이 곡은 어렵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요. 제가 느낀 것은 찰나의 사랑, 영원한 기다림이 아닌가 합니다. 가사를 보면 그 사람은 나와 오래 함께 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이네요. 그다지 나에 대해 관심이 없는듯 해 보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이건 혹시 짝사랑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발자국 하나 안 두고
어디로 바삐 떠나셨나요
그림자 한 뼘 안 주고
어찌 숨 가삐 떠나셨나요
'그 사람' 의 영문 제목은 'the visitor' 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잠시 찾아왔다 떠난 사람이라는거죠. 결국 '그 사람' 은 그 찰나의 시간 동안 날 살게하고, 덥게하던 그 사람을 못잊는 자신에게 쓰는 시이자 한탄, 위로의 노래입니다. '그 사람' 의 가사가 그다지 절절하지도 처절하지도 않음에도 어딘가 모르게 슬프다면 아마도 다시 만나지 못할 이별의 대상을 노래하기 때문인듯 싶네요...
3. Blueming - 사랑이란 이름의 기적
지은양이 직접 알려준 응원법 덕분에 'Blueming' 은 들을 때마다 "지은이 아이유의 블루밍!" 을 외치고 시작해야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생겼습니다. ㅎㅎ 'Blueming' 티저가 공개 되었을 때 적재씨가 "드디어!" 라는 리액션을 보여주어서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 나올까 기대가 가득했습니다. 지금은 다들 들으셔서 아시죠? ^^
“사랑을 주제로 한 가사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심수봉 선생님의 ‘백만송이 장미’다.
미워하는 마음 없이 얻은 사랑의 결실을 백만 송이 장미로 표현한 것이
사랑에 대한 어떤 비유보다 시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Blueming' 은 [Love poem] 의 노래 중에서도 단연 언어유희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우선 제목에서부터... ㅎㅎㅎ 파란 장미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다들 잘 아시겠죠? 기적의 파란 장미를 활짝 피운다고 'Blooming' 을 'Blueming' 이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Blue 라는 단어는 종종 쓸쓸하고 슬픈 뉘앙스를 풍기는데 파란 장미의 기적을 노래하다보니 Blueming으로 바꿔도 딱히 그런 생각이 안드네요.
[Love poem] 에서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지만 'Blueming' 은 그 중 가장 밝고 순수한 사랑시입니다. 사랑을 시작하고 막 터져나오는 설렘을 기적과도 같다고 노래하고 있죠. 드라마 '나의 아저씨' 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주기만 할 때 피어나는 백만송이 장미'의 모티브를 아이폰 채팅으로 연결시키는 부분이 지은양의 넘치는 재치를 느끼게 합니다.
우리의 색은 gray and blue
엄지손가락으로 말풍선을 띄워
금세 터질 것 같아 우
호흡이 가빠져 어지러워
온갖 재기발랄함이 넘치는 가사 속에서도 이 부분이 꽤 재미있었는데요. 대화의 향연을 말풍선이라고 표현하고 자신의 가슴이 터질듯한 감정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그 풍선을 터질듯 부풀리다보니 호흡이 가빠지고 어지럽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정말 감탄했어요. 은유 속에 또 은유를 중첩해놓고 '조금 장난스런 나의 은유에 네 해석이 궁금해' 라고 하는 건 마치 노래 속 대화 상대 뿐만 아니라 이 노래를 듣는 모든 사람들에게 던지는 말 같습니다.
띄어쓰기없이보낼게사랑인것같아
백만송이장미꽃을,나랑피워볼래
많은 분들이 칭찬했던 부분이죠. 노래 가사에서 띄어쓰기없이 라고 했다고 실제 가사에도 띄어쓰기가 없다니~~ 하면서 말입니다. 이걸 보면서 지은양이 정말 이런 것까지 알고 했을까 싶긴 한데... 스마트폰이 없던 예전에 채팅 말고 문자를 보내곤 할 때는 띄어쓰기도 글자로 인식되어서 어떻게든 많은 내용을 보내려다 보면 띄어쓰기 없이 보내곤 했습니다. 빈 칸 하나 조차도 아까워서 나의 속마음을 꼭꼭 채워 보내고 싶은거죠. 아이유양이 그런 시절까지 알 것 같지는 않지만 채팅이라는 공간에서조차 꼭꼭 채워서 보내고 싶은 마음, 그것이 사랑인 것 같아~ 라는 표현... 정말 낭만적이에요. 디지털 세대에는 조금은 동떨어진 클래식한 감성이 가득한 낭만입니다. 아마 현재 이런 감각을 보여주는 20대 아티스트는 아가수가 유일한 것 같아요.
'Blueming' 의 첫 인상은 우선 연주가 대단하다~ 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아가수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저는 목소리보다 악기들의 향연이 먼저 다가오더라구요. 아이유 밴드가 다 함께 녹음한 줄 알았다가 확인해보니 드럼의 짐승호씨와 피아노의 홍소진씨는 빠져있어서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콘서트에서 라이브를 보게 되니 역시나 대만족이었어요. ^^; 아가수는 처음부터 'Blueming' 을 공연용으로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앨범이 지연되면서 신곡 없이 무대를 보여야 했던 광주 콘서트에서 지은양은 [Love poem] 의 노래들이 콘서트를 위해 만든 노래들인데 들려주지 못해서 아쉽다는 말을 했는데요. 앨범이 공개되고 실제로 이 무대를 보게 된 서울 콘서트를 보신 분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아직도 그 흥겨웠던 'Blueming' 무대가 눈에 아른거려요~~
재미있는 것은 응원법 영상의 파급력입니다. 우리 유애나들이야 뭐 이미 많이 단련된 내공이 있어서 응원법 영상이 없더라도 잘 할 수 있었겠지만 해외 공연에서까지 우렁찬 응원들이라니요~ ㄷㄷ 유튜브에 올라왔던 해외콘서트 'Blueming' 무대를 보면서 진짜 대단하다~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내한공연와서 감동 받았다는 해외 팝스타들의 기분이 아마도 이렇겠죠?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곳에서 그렇게 우렁찬 응원법, 떼창이 나오면 정말 가슴이 벅찰 것 같아요. 이미 고인물인 '너랑 나' 응원도 대단하긴 했지만 'Blueming' 의 응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팬미팅 요청이라서 약속을 지킨다고 올렸던 응원법 영상이었지만 효과가 이렇게 좋으니... ㅎㅎ 아가수 앞으로도 계속 응원법 올려야겠는데요? ^^;
곡 개별에 대한 얘기들을 하려니 말이 많아지네요. 아직 세 곡이나 남았는데... 시간의 바깥도 할 얘기가 많을듯 싶구요. 사실 앨범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개별곡 들 얘기로 이렇게 길어질 줄은 저 스스로도 몰랐습니다. ㅠㅠ 역시 이놈의 지병이... 암튼 얼른 다 쓰고 2019년 마무리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이유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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