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Love poem(2019)

IU 미니 5집 [Love poem] 리뷰 - 시간의 바깥

류겐 2019. 12. 23. 15:46

 

4. 시간의 바깥- 이지금 유니버스

 

 

 

 

 

'시간의 바깥'은 다른 리뷰에서도 종종 언급하듯이 [Love poem] 의 전체적인 틀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는 곡입니다. 다른 곡들이 현실적인 사랑을 노래한다면 '시간의 바깥' 은 표면적으로나 이면적으로나 비현실적인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2011년 [Last Fantasy] 의 '너랑 나' 에서 무려 8년 만에 그 시간을 이어주었기에 인천 콘서트에서 최초로 그 소식이 전해졌을 때 반응 또한 매우 뜨거웠습니다. '너랑 나' 라는 노래가 팬들에게 가져다주는 의미가 엄청나잖아요. 콘서트에서 "아이유 참 좋다~" 를 외칠 때마다 지은양과 팬들 다같이 느끼는 고양감은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습니다. 

 

 

지은양이 '시간의 바깥' 가사를 쓰면서 엄청 고생했다고 말했듯이 정말 가사 한 줄 한 줄이 너무 예쁘고 멋지죠. 그 라임 하나 하나 맞춘 구성 하며 도입부와 맺음의 완벽한 대구까지... 현재 작사가 아이유의 클래스를 제대로 보여준 가사라고 봅니다. 그리고 가창도 빼놓을수 없죠. 아가수는 예전에는 조금 연기하는 듯한 목소리가 많았던 것에 비해 점점 그런 부분을 줄이고 담백하게 노래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시간의 바깥' 에서는 과거의 목소리에 대한 향수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연기하듯 노래하는 것도 아이유양의 독보적인 부분이었는데 말이죠. 

 

 

글을 진행하기에 앞서 우선 표면적인 부분을 보자면, '시간의 바깥' 은 '너랑 나' 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주는 퍼즐의 완성 같은 노래입니다. 일종의 팬 서비스라고 할까요? 올해 여름 쯤이던가... '너랑 나' 의 시간이 다가온다는 글이 올라왔던 적이 있는데 지은양은 그 글 보고 너무 짜증이 났다고 했습니다. 몰래 몰래 깜짝 선물로 준비한 프로젝트였는데 누군가에게 들켜버린것 같았기 때문이죠. ㅎㅎ '너랑 나' 에서 열 아홉이었던 두 남녀가 '시간의 바깥' 에서는 어느새 스물 일곱 성숙한 청춘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뮤비 감독인 황수아 감독님도 '너랑 나' 에서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었는데 둘 다 너무 자라버렸다고... ^^

 

 

 

'타임 패러독스' 라고 아시나요?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시간 여행을 워낙 많이 다뤄서 이제는 많이들 아시는 내용일 듯 한데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누군가가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과거를 바꾼다고 해도 그 과거는 자신의 시간 속의 과거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 과거가 그대로 시간이 흘러 자신이 왔던 현재가 된다고 해도 원래 자신이 있던 현재와 같을 수 없다는 것이죠. '평행세계' 라는 말이 더 이해하기 쉬울까요? 물론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자신의 시간대를 거슬러 가는 모습으로 자주 나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판타지입니다. (어벤져스에서는 또 이걸 양자물리학으로 어케 맞춘다고... ㄷㄷ)

 

 

 

 

 

 

'시간의 바깥' 뮤직비디오는 이런 평행세계를 묘사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이 세계가 연결되는 것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미니어쳐 집, 조각배이죠. 다만 서로가 그 속을 들여다 보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다들 보셨다시피 서로의 세계를 연결하는 것은 바로 '너랑 나' 에서 지은양이 그려준 시간입니다. 당췌 무슨 기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뮤비속 현우 군은 그 시계를 보고 뭔가 깨달은듯 기계에 달린 시간을 손목에 그려진 시간과 맞추는 순간, 지은양과 현우군의 평행세계는 하나의 공간으로 겹치게 됩니다. 바로 시간의 바깥이라는 공간 말이죠. 

 

 

이런 장치들은 드라마 등에서 종종 보았는데 유인나씨가 출연한 '인현왕후의 남자' 에서도 시간 여행의 부적이 사라졌음에도 현대에서 걸려온 전화 벨소리에 소환이 됩니다. (안보신 분들에게는 스포 죄송합니다. (__)a ) 곡의 흐름이 조금 느린 템포로 진행되다가 서로가 만나는 브릿지 부분에서는 매우 빨라지는데요. 이런 부분도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공간을 표현하고자 함이 아닌가 합니다. 

 

 

노래, 뮤비의 결론에 대해서 다들 궁금해 하실텐데... 이런 저런 해석들이 많죠. 개인적으로는 '너랑 나' 에서 지은양이 타임워프를 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시간 속의 평행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싶고 한 번의 꿈같은 만남이 있었다... 정도로 생각하고 싶데요. 결국 아이유양이 말해준대로 그냥 모두에게 열려있는 해석으로 남는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판타지는 말 그대로 판타지일 때가 좋은거죠. 마치 어릴 적 산타가 아빠인줄 몰랐을 때처럼 말입니다. ㅎㅎ

 

 

 

 

 

 

 

이제 표면적인 얘기는 다 한 것 같으니 그 이면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일전에 '시간의 바깥이 반갑고 고마운 이유' 라는 글도 썼듯이 이 곡이 가지는 의미가 제법 큽니다. 물론 정작 아가수는 그렇게까지 생각을 안했을 수도 있습니다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누군가 그렇게 받아들이게 되었다면 그런 의미도 있는거겠죠. 그런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관련글 링크 - 시간의 바깥이 반갑고 고마운 이유

 

 

 

 

지난 서울 콘서트 일요일 공연에는 과거 아가수의 소녀 판타지를 이끌었던 작곡가 이민수님과 작사가 김이나님이 오셨습니다. 아이유양도 두 분이 공연에 온 걸 알고서 최고로 멋진 가창을 보여주었죠. 위의 트윗에 여러가지 내용이 있는데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좋은날 3부작'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얼마 전에 썼던 '자신을 믿게 된 아이유' 에서 과거 소녀 판타지로 만들어지던 아이유를 종결시키고 프로듀서로 새롭게 만들어가는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자신의 의지로 이뤄내지 않은 것에 비해 과도한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한 부담감, 자기혐오의 감정에 대해서도 썼구요. 어찌보면 그런 모습들을 김이나님도 쭉 지켜봐왔을텐데... 물론 이해는 하겠지만 그 판타지를 만들었던 당사자로서는 조금 서운한 감정도 없지 않았을 겁니다. 위의 '동떨어져있는 섬' 이라는 표현이 바로 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이번 '시간의 바깥' 으로 아가수의 세계관에 과거 외면했던(?) 옛 IU가 연결되었고 그것이 너무 행복하다 라는 말을 합니다. 

 

관련글 링크 - 자신을 믿게 된 아이유

 

 

 

 

 

 

 

제가 표면적인 부분과 이면적인 부분을 굳이 나눈 이유는 지금부터 하고 싶은 이야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바깥' 은 표면적으로는 '너랑 나' 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전작의 남녀들이겠죠. 하지만 이것을 위에서 말씀드린 소위 '좋은날 3부작' 의 아이유와 'dlwlrma'으로 시작되는 새로운 아이유로 놓고 봐도 내용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나름 소름이... ㅎㅎ

 

 

네가 있을 미래에서

혹시 내가 헤맨다면

너를 알아볼 수 있게

내 이름을 불러줘

<너랑 나>

 

한눈에 찾지 못해도 돼

내가 널 알아볼 테니까

드디어

기다림의 이유를 만나러

꿈결에도 잊지 않았던

잠결에도 잊을 수 없었던

너의 이름을 불러 줄게

<시간의 바깥>

 

 

두가지 다른 아이유는 (지은양이 프로듀싱을 시작한)어떤 시간을 기점으로 나뉘어졌습니다. 둘은 같은 시간 속에서 흘러가고 있음에도 이제까지는 서로 만날 수 없는 동떨어져 있는 존재 같았죠. "내 이름을 불러줘" 라던 '너랑 나' 에서는 수동적인 모습이었지만, "너의 이름을 불러줄께" 라며 '시간의 바깥' 에서는 굉장히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상반되는 캐릭터가 바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아이유를 대표하는 모습인 것이죠. 잠시 다시 곡 얘기를 하자면 저는 '시간의 바깥' 에서 깔리는 북(드럼)소리가 너무 좋은데요. 이 소리가 마치 아가수가 찾아가는 발자국 소리 같다고 할까요? 뭔가 진취적인 분위기도 나고...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습니다.

 

 

긴긴 서사를 거쳐

비로소 첫 줄로 적혀

나 두려움 따윈 없어

 

 

이 부분이 클라이막스인데요. '서사' 라는 단어는 시간, 이야기, 사건 등을 망라하는 단어입니다. 아이유라는 이름이 시작된 그 날부터 이어진 많은 시간과 이야기 등이 비로소 '이지금 유니버스' 에 하나가 되어 첫 줄로 적히는 것이죠. 자존감이 한껏 올라와있는 지금의 지은양은 과거 외면하였던 소녀 판타지 아이유조차 품어 안습니다. 

 

 

 

 

 

서로를 감아 포개어진 삶

그들을 가만 내려보는 달

여전히 많아 하고 싶은 말

우리 좀 봐 꼭 하나 같아

 

 

마지막 가사를 보면 참 행복하지 않나요? 아마도 김이나님은 마지막 가사를 보고 미소를 지었을꺼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니... ㅎㅎ 그런 말들이 또 하나의 노래로 나오겠죠? 아마 더 이상 판타지스러운 곡은 보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Palette]에서 '이 지금' 같은 곡도 보여주었으니 종종 그런 노래도 기대해 보고 싶습니다. 

 

 

 

'시간의 바깥' 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하고나니 후련하네요. (물론 앨범 전체에 대해서 얘기할 때 쪼오금 더 이야기 할 겁니다. ㅎㅎ) 이제 '자장가' 와 'Love poem' 두 곡이 남았습니다. 글 하나만 더 쓰면 되겠네요. ㅠㅠ 그래도 '시간의 바깥' 에 대해 쓸 때는 쓰면서도 즐거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술술 풀릴 때는 글 쓰면서도 흐뭇하거든요. ㅎㅎ 암튼 얼른 마무리까지 하고 싶네요. 아이유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