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Love poem(2019)

IU 미니 5집 [Love poem] 리뷰 - unlucky

류겐 2019. 12. 19. 10:44

[Love poem] 이 발표된 지 딱 한달이 지났습니다. 차트에서는 여전히 '블루밍' 이 사랑받고 있죠. (요즘 차트는 정말 할말하않...) 아가수의 노래를 언제나 듣고 있지만 점점 새로운 앨범이 나올 때마다 리뷰를 한다는 것이 버거워지고 있습니다. 마치 미술에 미자도 모르는 제가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마주하고 있는 ... 40년을 훌쩍 넘게 살아왔지만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미술관에 들어선 아이 같은 기분이 드네요. 점점 아가수의 세계가 깊고 풍부해져서 표현을 하기가 힘이 듭니다. ㅎㅎ

 

 

[Love poem] 은 2015년 [Palette] 이후 약 1년 반만에 나온 앨범입니다. 물론 [Palette]는 정규 앨범이었고 [Love poem] 은 그에 비하면 훨씬 볼륨이 작은 미니 앨범이죠. 원래라면 작년에 나왔을 수도 있었는데, 중간에 지은양의 생각(챗셔에서 팔레트 같은 앨범으로)이 바뀌어서 새롭게 작업하느라 좀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새 앨범을 기다리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번에도 타이틀이 세 글자 제목인 노래일까? 였습니다. 아가수의 세 글자 제목의 노래가 히트한다는 징크스는 꽤나 유명하죠. '좋은날', '너랑 나', '하루끝', '분홍신', '팔레트' 등 많은 히트곡이 세 글자 제목이었습니다. '금요일에 만나요'와 '삐삐'의 히트로 이 징크스가 어느 정도 깨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세 글자 히트곡이 많은건 사실이니까요. 뭐... 결국 더블 타이블인 'Love poem' 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이번에도 히트곡은 세 글자인듯 합니다. ^^; 지은이 아이유의 블루밍! ㅎㅎ

 

 

여기까지는 사실상 여담이었구요. 제가 훨씬 궁금했던 것은 과연 이번 앨범에도 아이유양 자신의 나이를 표현한 곡이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Palette] 음감회에서 한 기자가 '나이는 아이유의 시그니처' 라고 했을 정도로 아가수의 대표곡에는 유독 그녀의 시간을 표현한 것이 많죠. 많은 사람들이 아이유라는 브랜드의 성공을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합니다. 일전에 쓴 '자신을 믿게된 아이유' 라는 글에서도 사실상 스스로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아가수의 자존감에 대한 얘기를 했었구요. 그 스토리에는 언제나 '아이유의 나이' 라는 중심축이 존재했습니다.

 

 

[CHAT-SHIRE]의 '스물셋', [Palette]의 'Palette' 모두 대놓고 스물셋, 스물다섯이라는 나이를 거론하며 아이유양의 현재를 표현하였습니다. 사실 그 이전의 [스무살의 봄] 또한 이제 막 스물이 된 지은양을 놓고 스토리를 만들어낸 앨범이죠. '좋은날', '너랑 나' 까지 얘기하면 말이 무척 길어질듯 하니... ㅎㅎ 암튼 이번 앨범에도 이 시그니처로 표현될 정도로 익숙한 '아이유의 나이'가 표현될 것인가? 가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나이라는 시간만이 아닌 그 사이 사이에 변화하고 성숙해진 아가수의 생각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1. unlucky - Life is cool

 

 

 

<2014 MBC 음악여행 예스터데이>

 

 

'unlucky'의 가사를 보자마자 떠올랐던 것은 윤상님의 '한 걸음 더' 였습니다. 아가수는 2014년 '음악여행 예스터데이' 에서 상아빠라고 부르는 윤상님의 '한 걸음 더' 를 커버했죠. '한 걸음 더' 는 1990년에 나온 윤상 1집의 7번 트랙으로 수록된 노래입니다. 제 학창 시절 정말 테이프가 늘어질 정도로 많이 들었던 앨범이었네요. 정말 좋은 노래가 많았던 앨범이었는데요. '한 걸음 더' 는 유독 좋아해서 종종 장기 자랑 등으로 노래를 할 때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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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작사 : 박창학

작곡 : 윤상

 

 

숨가쁘게 흘러가는 여기 도시의 소음 속에서

빛을 잃어가는 모든 것 놓치긴 아쉬워

잠깐 동안 멈춰서서 머리 위 하늘을 봐

우리 지친 마음 조금은 쉴 수 있게 할거야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해도 그리 늦은 것은 아냐

이 세상도 사람들 얘기처럼 복잡하지 만은 않아

 

 

그리 길지 않은 가사입니다만 무조건 앞만 보고 내달려야했던 시기에 많은 위로가 되었던 노래였네요. 그리고 윤상님의 곡은 참 희한하게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세련된 느낌이 들곤 합니다. 약 30년이 지났지만 되려 가사 자체는 요즘 세상에 더 맞지 않나요? ^^; 'unlucky' 또한 '한 걸음 더' 와 같은 생각을 품습니다. 'unlucky', '한 걸음 더' 모두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는 위로의 노래죠. 다만 '한 걸음 더' 는 직설적으로 누군가에게 말해주는 듯한 반면, 'unlucky' 는 지은양의 혼잣말을 통해 위로를 건네는 인상을 풍기고 있습니다.

 

 

 

 

여전히 무수한 빈 칸들이 있지 

끝없이 헤맬듯 해 

풀리지 않는 

얄미운 숙제들 사이로

 

 

이 가사를 보자마자 낱말퍼즐이 생각났습니다. 다들 이 낱말퍼즐 한 번쯤은 해보셨죠? 그 풀릴듯 풀리지 않는 단어 하나 때문에 끝내지 못할 때의 짜증? 화남? ^^; 요즘은 잘 접하지 못하는 낱말퍼즐입니다만 옛날에는 잡지나 신문 등에 꼭 나와서 그것들 풀어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당장 안풀릴 때는 엄청 짜증이 몰려오고 그랬는데... 덮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무심히 다시 풀어보면 희한하게 쉽게 풀리는 경험도 있구요. 그럼에도 아가수는 'I love ma days I know that Life is sometimes so mean' 이라고 말하며 그런 것조차 모두 사랑하노라고 말합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처럼 조금 숨을 돌려 다시 한 번 돌아보는게 어떨까? 하는 그런 얘기를 해주는거죠.

 

 

앨범의 첫 트랙이기 때문에 예상했던 대로 발랄하고 가벼운 곡으로 보이지만 제가 볼 때는 [Love poem] 의 가장 중요한 화자라고 봅니다. 아웃트로인 'Love poem' 이 건네는 위로와는 성격이 다른, 지금 우리들에게 아가수가 건네는 위로라고 생각해요. 정작 지은양 본인은 합주연습 때이 'unlucky' 를 부르며 이 가사를 쓴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고 했습니다. 당시 상황은 다들 아실테죠. 24일 서울 일요일 콘서트에서도 인생이 자신에게 장난을 친다고도 했구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unlucky' 는 그렇게 악을 쓰고 화를 내는 모든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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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떠오르는 노래가 있는데요. 바로 sweetbox 의 'Life Is Cool' 이라는 곡으로 2002년에 나와서 한국에서 무척이나 사랑을 받았던 곡입니다. 당시 유행하던 싸이월드 배경음악 1위를 할 정도로 유독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죠. 이 노래 또한 결은 조금 다르지만 결국 삶에 지친 누군가에게 건네는 위로 같은 노래입니다. 참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길 원했나봐요. 이런 외국곡이 그리 많은 사랑을 받았다니 말이죠. 저도 듣자마자 넘 좋아서 지금까지도 종종 듣는 노래입니다. 캐논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도 좋고... 무엇보다 가사가 정말 맘에 들거든요. sweetbox의 'Life Is Cool' 추천해 봅니다~

 

 

Just life, we’re still good without luck

Just life, we’re still cool without luck

 

 

사실 'unlucky' 는 가사를 따로 보지 않고 있다가 늦게서야 마지막 부분이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난 나의 보폭으로 갈게' 라고 말한 뒤에 좋은(good) 삶에서 멋진(cool) 삶으로 가사가 바뀌는 것에 중요한 메세지가 있는것 같아요. 결국 행복이라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있는겁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너만 괜찮다면 아무 것도 아니야' 라고 하던 '나의 어저씨' 의 명대사처럼 말이죠. 'unlucky' 를 사랑해주는 분들 뿐만 아니라 이 노래를 듣는 모든 분들에게 정말 많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한 번에 전체 앨범을 리뷰하려고 하다가 역시나 글을 쓰다보니 길어지네요. 저는 어쩔수 없는 산문형 인간인가 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네요. 글 하나가 너무 길어지면 읽어주시는 분들이 피곤해지실듯 하니 그냥 개별 적당한 분량을 잘라서 올려야겠습니다. 이번 앨범은 곡 구성 자체로도 라임이 잘 맞아떨어지는데... 그런 부분을 따로 따로 올리기 싫었지만 뭐 어쩔수 없네요. ㅎㅎ 암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직도 남은 곡들이 많지만 일단 여기까지~ 아이유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