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Love poem(2019)

IU 미니 5집 [Love poem] 리뷰 - 자장가, Love poem

류겐 2019. 12. 23. 16:26

 

5. 자장가 - 잊어도 돼. 괜찮아.

 

 

'자장가' 는 늘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찡해지는 노래입니다. 이번 투어의 첫 공연이었던 광주콘서트에서 지은양은 '자장가' 에 대해 곡을 한참 전에 받았음에도 가사를 붙이는게 참 어려웠다라고 했어요. 아이유양의 첫 영화 데뷔작인 [페르소나] 의 '밤을 걷다' 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이라고 했지만 일단 가사를 보시면 쉽게 쓰지 못했다는 말이 이해가 갈 수 있을 정도로 슬픕니다. 

 

 

 

 

 

'밤을 걷다' 는 개인적으로 [페르소나] 에서 가장 취향에 맞는 파트였습니다. 이런 설정을 처음 본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꿈에 찾아온 죽은 자가 보여주는 모습은 신선했어요. '밤을 걷다' 를 연출한 김종관 감독은 이 영화를 죽음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죽음이라는 것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명확하게는 모르죠. 각자 상상할 뿐입니다. 영화에서는 이 죽음을 꿈이라는 시간, 공간을 초월한 곳에서 마치 현실같은 생생함으로 표현합니다. 

 

 

나는 너 외의 사람들한테 외로움을 느꼈어

너를 제외한 그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모습들에 

외로움을 느꼈어

 

 

'밤을 걷다' 에서 인상적이었던 대사 중 "나는 너 외의 사람들한테 외로움을 느꼈어" 라는 말이 나옵니다. 자신이 외롭게 만들어서 여자친구를 죽게 만들었다는 자책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에 이렇게 위로를 해주는 거죠. 다만 이미 죽어서 시간을 초월한 존재가 바라보는 관점과 시간을 계속 이어가는 사람과의 관점의 차이 때문에 누군가는 이제 그만 자책하라고 하고 누군가는 잊지 못할뿐... 

 

 

 

 

죽어서도 끝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

그것뿐이야

 

 

'밤을 걷다' 에서 죽은 자는 이름이 있고 살아있는 자는 그냥 'K' 입니다. 이건 죽음이라는 어떤 경계를 두고 사라져가는 존재와 살아있는 존재를 표현한 것이 아닌가 했어요. '밤을 걷다' 는 계속 역설적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괜찮아~" 라고 말하며 계속되는 시간 속에 죄책감을 가지며 살아갈 남겨진 K에게 위로를 건네죠. 하지만 우리가 아닌 누군가는 잊어버리겠지만 너와 나는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꿈도 죽음도 정처가 없네 가는데 없이 잊힐거야

우리는 여기에 있는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

다 사라지고 밤뿐이네 안녕

 

 

앨범과 콘서트를 분주하게 준비하던 와중에 날아온 비보는 공연을 기다리던 팬들에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광주콘서트를 보러 가면서도 지은양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던 것은 저만이 아니었겠죠. 사실 [Love poem] 의 곡을 들을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아이유양이 곡에 대한 설명을 하고 뭔가 숨을 들이키며 주저하는 것을 볼 때부터 긴장되기 시작했는데 곡이 시작되면서 감정이 소용돌이 치더군요. 아가수 본인도 결국 감정의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처음으로 무대에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냥 눈물을 흘리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소리내 울었어요...

 

 

노래를 들으면서 어쩔 수 없이 설리양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자장가' 를 만든 것은 훨씬 전이었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부르게 될 줄은... 이렇게 듣게 될 줄은 몰랐지만요. 아가수는 이 '자장가'에 누군가에게 보내는 위로를 실었을텐데 정작 '밤을 걷다' 의 K가 노래를 부르는 지은양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자장가' 는 지친 누군가의 밤을 위로하는 곡입니다. 힘든 삶에 지친 숨소리를 내며 잠들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무서운 꿈이 두려워 잠들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포근한 잠으로 인도하는 꿈결같은 노래죠. 지은양이 '자장가'를 부르며 차오르는 슬픔에 울기도 했지만 그냥 '자장가'가 그렇게 슬픈 노래로 남기를 원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자신의 노래로 힘겨운 밤을 보내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보내고 싶을 테니까요. 

 

 

노래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부분인데, '자장가' 는 아마도 아가수 노래 중 가장 많은 기교를 부리는 노래가 아닐까 합니다. 지은양도 이 '자장가' 가 많은 연습생들이 오디션에서 부르게 되지 않을까 한다 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만약 '자장가'를 밤편지 같은 느낌으로 너무 차분하게 불렀다면 아마 듣는 사람들이 그저 한없는 슬픔 속에서만 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많은 기교가 들어간 가창이 조금이나마 슬픔 속에서 벗어나 위로의 감정으로 인도하는 느낌이 들어요.

 

 

 

 

 

모두 잊어도 돼

다 괜찮아 괜찮아 놓아

 

 

'밤을 걷다' 에서 주인공은 K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다 괜찮다' 라는 것을 기억하게 만들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자장가' 에는 죽음이라는 영원과 현재를 가르는 시공간적인 구분없이 현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괜찮아 다 잊어도 돼" 라는 아이유양의 당부가 담겨있습니다. 이것은 [Love poem] 의 앨범 소개에 있는 어떻게든 살았으면 좋겠다는 부탁과 결을 같이 하죠. '자장가' 속에는 지은양의 진심이 담긴 위로가 있습니다...

 

 

 

6. Love poem - 서시

 

 

 

"인간의 이타성이란 그것마저도 이기적인 토대 위에 있다."

 

 

'이타성' 이라는 말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계신가요? 사전적인 의미로 보자면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나 행동을 정의한 단어입니다. 이타적인 행동은 어떤 집단이나 사회에서 사실 언제나 환영받는 행동이죠. 그럼에도 지은양이 'Love poem' 을 소개하는 곳에서 이런 말을 꺼낸 것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다. 

 

 

흔히 이타적인 행동에 대해 좋게 평가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이득이 될 일을 차치하고서 타인을 도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타인의 시선으로 볼 때는 이타적인 행동은 무조건 칭찬받아야 하죠. 다만 그것이 나라는 행동 주체의 시점으로 볼 때는 좀 더 복잡해 집니다. 'Palette' 어쿠스틱 버전의 가사에 "되돌려 받기 위한 친절은 그만둘까 봐" 라는 부분은 아가수의 이타적인 행동에 대한 복잡한 생각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타적인 행동은 사실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을 때 아름답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그런 이타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표면적으로는 무언가를 바라지 않아요. 하지만 'Palette' 의 가사처럼 직접적으로 뭔가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내심으로는 나의 이 행동으로 상대방이 뭔가 변화되기를... 어떤 리액션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런 마음을 지은양은 '이기적인 토대' 라고 표현하네요. 

 

 

'Love poem' 을 들으면서 두가지 '서시' 가 생각났습니다. 하나는 신성우님의 노래 '서시'이고 다른 하나는 시인 윤동주님의 '서시(序詩)입니다. 신성우님의 '서시'는 솔직히 가수를 그리 좋아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사가 정말 맘에 들어서 자주 불렀던 노래입니다. 2001년에 나온 곡이라서 아마도 현재 10대, 20대분들에게는 좀 낯설 수 있겠네요. 30대 이상이신 분들은 금방 아실 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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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2001)

작사 - 신성우

작곡 - 이근상

 

해가지기 전에 가려 했지

너와 내가 있던 그 언덕 풍경 속에

아주 키작은 그 마음으로 

세상을 꿈꾸고 그리며 말했던 곳

이제 여행을 떠나야하는 소중한 내 친구여 

때론 다투기도 많이 했지 

서로 알수없는 오해의 조각들로 

하지만 멋적은 미소만으로 

너는 내가 되고 나도 네가 될 수 있었던 

수많은 기억들

내가 항상 여기 서있을께 

걷다가 지친 네가 나를 볼 수 있게 

저기 저별 위에 그릴꺼야 

내가 널 사랑하는 마음 볼 수 있게 

 

 

이 노래의 후렴구 "내가 항상 여기 서있을께 걷다가 지친 네가 나를 볼 수 있게" 라는 구절이 참 좋았는데요. 'Love poem' 의 마지막 소절과 느낌이 비슷해서 머리 속에 떠올랐습니다. 약간 분위기는 다르지만 인생이라는 각자의 여행을 떠나는 내 친구, 내 사람들에게 지쳐 돌아보면 내가 있으니 힘을 내라는 말이 형태는 조금 달라보여도 같은 감동으로 다가오는듯 해요. 

 

 

Here i am 지켜봐 나를, 난 절대

Singing till the end 멈추지 않아 이 노래

너의 긴 밤이 끝나는 그날

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곳에 있을게

 

 

그리고 다른 하나라고 말씀드린 윤동주님의 '서시' 는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하니까 다들 아시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의 서두에 있는 작품으로 당장 생각이 안나더라도 보면 바로 떠오를 정도로 익숙한 시입니다. 

 

 

 

 

 

 

아이유양과도 인연이 있는 강하늘씨가 나온 영화 '동주(2016)' 를 보신 분들은 좀 생생하게 아실 수도 있는데, 윤동주님의 '서시'는 본인이 죽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완성된 노래입니다. 그래서 죽음을 앞둔 자기 성찰과 다짐이 들어있죠.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라는 구절 또한 'Love poem' 에서 지은양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평생 업고 갈 수 있는 타인은 없다. 
하지만 방향이 맞으면 얼마든 함께 걸을 수는 있다. 
또 배운 게 도둑질이라, 나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든 노래를 불러 줄 수 있다.
내가 음악을 하면서 세상에게 받았던 많은 시들처럼 
나도 진심 어린 시들을 부지런히 쓸 것이다.

 

 

 

 

 

여름날 우리를 많이 웃고 울게 했던 '호텔 델루나' 에서 장만월이 이렇게 말합니다. "난 죽은게 아니야. 죽지 않고 그냥 있는 거야." 사전적 의미로 '있다' 는 어딘가 떠나지 않고 머물거나 실제로 존재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장만월이 말한 '있다' 는 사실 죽지도 살지도 못한 존재라는 표현이겠지만 그녀를 사랑하게 된 구찬성에게 '있다' 는 살아있다 라는 뜻이 되는거죠.  

 

 

그리고 숨을 쉬어 달라는 것.

크고 작은 숨을 쉬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Love poem' 은 [Love poem] 의 아웃트로입니다. 인트로인 'unlucky' 는 현재 아가수가 하고 싶은 말을 하였고, 'Love poem' 은 아웃트로로서 앞으로의 자신을 이야기 합니다. 숨을 쉬면서 살아달라는 부탁은 무척이나 무거운 말입니다. 매우 당연한 말이면서도 숨조차 쉬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부탁이죠. 그럼에도 지은양은 서로의 진심이 담긴 사랑의 시를 들어 주면서 그냥 살아보자고.. 함께 걸어보자 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아이유양이 'Love poem' 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자기 성찰이고 사랑인거죠. 

 

 

솔직히 이제 고작 스물일곱, 금방 스물여덟이 되는 사람의 생각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조금은 걱정도 되네요. 쉽지 않을 것이고 스스로 감당해야할 짐도 큽니다. 의외로 자신이 단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크게 무너지기도 하는 법이라... 그러니까 함께 걷는 우리가 더 많이 응원하고 힘을 줘야 합니다. 방법이요? 정말 간단합니다. 우리 각자가 행복하면 되는거죠~ 그것이 누군가를 걱정하고 기도해주는 사람에 대한 최고의 보답입니다. 

 

 

 

 

 

 

휴... 결국 마지막 'Love poem' 까지 리뷰를 마쳤네요. 솔직히 과연 내가 이런 리뷰들을 쓸만한 게 내 속에 있을까? 싶기도 하고 쓰고나서도 스스로 부끄러우면 어떻하지? 라는 생각이 많았지만, 그래도 이런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지은양을 아끼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에 두려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계속 적어보았네요. 이제 전체 앨범의 구성에 대한 리뷰까지 하고 [Love poem] 의 리뷰를 마쳐야겠습니다. 여기까지 쓰는데도 꽤 힘들었어서 좀 쉬어야겠어요. ㅎㅎ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고 행복 가득하시길~ 아이유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