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CHART-SHIRE(2015)

'CHAT-SHIRE' 영리한 앨범 구성에 관하여

류겐 2015. 10. 26. 13:50

배드민턴을 약 2년 남짓 해오고 있는데 주말 동안 대회가 있어서 아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네요. 오늘 티켓팅 하느라 몸고생, 맘고생하신 분들께는 죄송스러운 얘기지만, 선예매가 된 덕분에 맘 놓고 대회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클럽 임원인지라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경기하랴 준비하랴... 에구... 꽤나 피곤하네요. ㅎㅎ

 

 

아이유양이 정말 야심 차게 준비한 앨범 'CHAT-SHIRE'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멜론 차트를 보니 TOP10에 여전히 여섯 곡이나 올라가 있더군요. 그래도 조금 아쉬운 건 개인적으로 좋은 곡이라고 생각하는 '안경'이 15위로 밀려났다는 거... 쩝... 아쉽지만 그래도 15위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니까요. ㅎㅎ

 

 

예전에 3집 'Modern Times' 때 '모던 타임즈의 클린업 트리오'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냥 사실 반은 웃자고 쓴 글에 가깝지만 예전부터 앨범의 구성에 대해서 종종 얘기했던 내용이었습니다. 아마도 전체 앨범을 통째로 감상하는 일이 없으신 분들은 뭔 말이야? 하실 수 있지만 사실 프로듀싱하시는 분들은 각 곡들의 배치에 대해서 매우 신경을 씁니다. 우리가 소설을 읽을 때 '기승전결' 같은 구성을 중요시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얘기지요.

 

 

 

 

 

 

3집의 Intro 는 '을의 연애'였습니다. 경쾌한 기타 반주가 강렬하게 시작되면서 전체적인 앨범의 첫인상을 가볍고 강렬하게 만들어주었죠. 더불어서 아가수의 재치 있는 가사까지 더해져 3집의 시작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던 타임즈의 전체적인 곡을 다 설명하기는 이제 좀 진부하니까 휙~~ 지나가서... Outro 가 어떤 곡이었는지 기억나시나요? 설마 '보이스 메일'을 떠올리고 계신 건 아니겠죠? '보이스 메일' 은 보너스 트랙이기 때문에 정식 아웃트로는 '기다려'입니다. 연주곡에 아주 짧은 가사가 있었던 곡인데... 다들 가사 기억하고 계시죠?

 

 

이 느낌이 아냐 깊숙이 숨겨놓은 그 아일 불러줘 
조금 더 내게 불친절 해도 돼
다문 입술이 열리는 순간을 난 기다려
착한 얼굴이 일그러지는 순간을 기다려

기다려

 

 

 

 

 

 

 

^^; 혹시나 감이 확 하고 오시나요? 이제 그렇게 기다리라고 했던 3집 이후 오랜 기다림 끝에 우리에게 찾아온 'CHAT-SHIRE'의 Intro를 봐야겠죠? 설마 모르시는 분은 없으실 테니 바로 '새 신발'의 첫 소절을 보겠습니다. 

 

 

 

안녕 오래 기다렸니 
지루했지 
I run and I run and I run and I run 
나 지금 기분이 딱 완벽해 
나를 시무룩하게 만들 생각은 마 

 

 

 

 

 

 

지은양이 23일 쇼케이스가 끝난 후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에 출연해서 '새 신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바로 첫 소절 '안녕 오래 기다렸니~' 부분이 사실상 '새 신발' 이 가진 역할의 전부였다고 했죠. 3집의 '기다려'에서 우리에게 기다리라고 했던 아가수는 2년이 흘러서 우리에게 다시 '오래 기다렸니? 지루했지?' 라며 반가운 인사를 건넵니다. 참 절묘하죠? 모른다면 모를까 이제 아가수의 치밀함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이 된 우리에게 이런 것들이 그저 우연이라고만 받아들여지진 않죠. ㅎㅎ 

 

 

인트로를 얘기했으니 다시 아웃트로가 되는 곡을 얘기해봐야겠죠. 아시다시피 이번 앨범의 마지막 곡은 '안경'입니다. 아가수의 자작곡으로 좀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곡인데 제 생각과는 다르게 조금 다른 곡들보다 덜 사랑을 받는 모양새입니다. 이 글 안에서 '안경'을 깊숙이 리뷰할 생각은 없으니 아주 간단하게 '안경' 속에서 아가수가 말하는 어투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대부분의 가사가 '~아요', '~려구요' , '~거야' 등으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진행형의 문장을 보여주고 있죠. 제가 좀 억지를 부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역시나 아웃트로에 어울리게 다음을 기약하는 가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트로, 아웃트로에 대해서 얘기해 봤습니다. 아직까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다면 앞으로 한 번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또 다른 즐거움이 우리 가수의 앨범 속에 살아 있을 수 있습니다. ^^; 인트로, 아웃트로 만이 곡의 전부가 아니니 나머지 다섯 곡에 대해서도 얘기해봐야겠지만 곡들을 리뷰하고자 하는 글이 아니니 원래 의도대로 구성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얘기하고 싶네요. 

 

 

1번 트랙인 '새 신발' 이 잔뜩 기대감을 갖게 만들어서 듣는 사람의 마음을 활짝 열게 만들었다면, 2번 트랙 'Zeze'는 그 기대감을 더욱 고양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살짝 언급한 적이 있지만 'Zeze'의 가사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어느 정도 묘한 뉘앙스를 갖게 만들기도 하고 있고 그와 어울리게 아가수는 매력 가득한 보이스로 아주 있는 대로 끼를 부리죠. 

 

 

3번 트랙 '스물셋' 은 이번 앨범의 성격을 아주 제대로 보여주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이틀이자 전체 앨범의 중심을 잡고 있는 곡이죠. 이미 수많은 해석들이 있으니 그것을 참고하시면 되겠지만 전체적으로 '스물셋'은 그동안 아가수가 보여주지 않았던(아니면 못했던) 자신의 프로듀싱 역량을 총동원한 듯한 곡 같네요. 약간은 발칙하고 도발적이면서 유혹적이기까지 한 가사로 듣는 이로 하여금 아이유양이 'CHAT-SHIRE'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한껏 흥분시켜놓더니 4번 트랙 '푸르던'으로 다시 차분하게 만들어줍니다. 정말 들을 때마다 가슴이 녹아내릴 것만 같은 음색에 마음을 다스려주는 가사로 밸런스를 잡아줍니다. 5번 트랙 'Red Queen' 은 어찌 보면 이제 앨범의 끝을 향해 가는 시점일 것 같은 상황에서 청자에게 좀 더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아직 다 안 끝났어~'라고 할까요? ^^; 

 

 

6번 트랙 '무릎' 은 이미 작년부터 많은 분들이 음원으로 나오길 학수고대한 곡이죠. 사실 어찌 보면 전체 앨범 컨셉에서 가장 안 어울리는 노래라고 할 수 있지만, 팬들에게는 선물 같은 곡인지라 반갑기 그지없을 뿐입니다. '무릎' 이 워낙 차분한 곡이라 듣는 이로 하여금 이제 진짜 끝나간다..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인 '안경'에서 아가수는 '나는 이럴 거야~~' 라며 또다시 다음을 기약하죠. 

 

 

'CHAT-SHIRE'의 전체적으로 곡 목록을 보면 '기대 - 몰입 - 흥분 - 차분 - 돌아봄 - 정리 - 마무리' 정도로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는 성격의 곡들을 배치하여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줍니다. 상당히 밸런스가 좋죠. 듣는 사람이 피곤해하지 않아 하면서 전체 앨범을 계속 반복해서 듣기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이 바로 아이유양 본인이라는 거죠. 늘 기대 그 이상을 보여준다고 해왔지만 새삼 이런 것들을 확인할 때마다 빈틈없는 아가씨라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ㅎ (이런 앨범 구성 말고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일단은 요만큼만...ㅎㅎ )

 

 

아마도 다음은 정규앨범이겠죠? 사실 이런 수준의 미니라고 한다면 정규앨범이 전혀 부럽지 않습니다. 보너스 트랙 두 곡까지 하면 무려 아홉 곡... 가수에 따라 정규앨범 볼륨이기까지 한 미니 앨범이라니... 정말 이 앨범을 만들려고 지은양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을지 상상이 안됩니다. 그 바쁜 와중에도 언제 그렇게 많은 작업들을 했는지... 몇 년 전부터 소처럼 일하는 컨셉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더욱 사랑스러울 뿐이네요. ^^; 

 

 

 

 

 

 

오늘 서울 콘서트의 티켓팅이 끝났으니 (물론 취켓팅이 남았지만..)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네요. '스물셋'의 무대가 엄청 기대됩니다. 다른 곡들은 또 얼마나 좋을지~~ 작년 뮤직뱅크에서 김창완님과이 무대를 본 이후로 무대에서 아가수를 본 적이 없는터라 무척이나 무대가 그립고 응원이 하고 잡습니다. 이 기분 좋은 셀레임이 긴 기다림의 시간을 행복하게 채워줄 거라 믿어요. 아이유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