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넘어가기 전에 글을 쓰고 싶었는데... 쩝... 벌써 시간이 지나버렸네요. 일요일 앵콜 콘서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후 생각을 좀 정리하고서 글을 올립니다. 토요일, 일요일 양일을 모두 다녀온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이번만큼은 마지막 콘서트이니만큼 정말 마지막을 지켜보고 싶었거든요. ^^;
토요일은 돌출무대 끝에서 약간 오른쪽에 있었는데 계속 지은양이 앞으로 나와준 덕에 앞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이 전혀 아쉽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R3석 끝자락 돌출무대 바로 옆인 25열이었는데 오늘 무려 아이컨택을 세 번이나 했네요. ㅎㅎ 그런 것에 그다지 미련이 없었는데 막상 세번이나 받게되니 기분 무척 좋더군요. 무대 바로 앞이라 한 2미터 정도에서 지은양을 본 것도 처음이었구요. ^^; 완장차고 야광봉 흔들며 마음껏 응원했는데 여러가지로 좋은 기억을 한가득 안고 왔습니다. ㅎㅎ
늘 혼자가던 콘서트였는데 이번에는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어서 더 좋았네요. 사실 콘서트가 좋았던 것이 한 사람을 응원하는 그런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더 힘이 되고 좋은지 새삼 알게 되었네요. 이틀 동안 함께 해주신 레모니아님께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__)
어제 공연을 봐서 오늘은 뭐가 다를까? 했던 생각들도 제가 콘서트라는 것을 정말 볼 줄 모르는 초보라서 그랬다는 것.. 잘 알게 되었네요. 라이브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호흡, 열광, 환호... 앞으로 지은양 콘서트는 만사 제끼고 봐야할 것 같아요. ^^; 더불어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정말 좋은 공연을 보여준 지은양 이하 모든 로엔 스텝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__)
그럼 이제부터 제가 앵콜 콘서트를 보며 느낀 것을 나누고자 합니다.
판타지는 끝났습니다.
지난 6월 2일에 시작하여 성공리에 마친 아이유 전국투어가 어제,오늘 이어진 앵콜콘서트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화환 문구 중에 "아이유의 판타지에 라스트는 없습니다" 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지은양이 오늘 콘서트에서 "이제 판타지는 끝이에요~" 해버렸네요. 쩝...하하하하...
'너랑나'에서 양갈래 머리를 하고 삼촌팬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던 아이유 라는 소녀 가수가 이제 스무살 어른 여자사람이 되었습니다. 소녀시리즈 마지막이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던 것이 어쩌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서였나보다... 라는 생각까지 들었네요. 오늘 직접 관객들에게 "그럼 언제까지 양갈래 머리하고 소녀로 남을줄 알았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 귀여우면서 뭔가 아쉽기까지 했습니다.
지은양에게 판타지란, 어쩌면 불확실해 보이고 말 그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 자신의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닌 타인의 의지에 의해서 만들어진 캐릭터 안에서 보여지고 사랑 받았던... 왠지 내것이 아닌것 같고 내가 아닌 것 같은 그런 것이 아니었나 합니다. '라스트 판타지' 의 가사에 나오는 '아득한 건 언제나 아름답게 보이죠'는 문자 그대로의 뜻보다 아름답게 보고 싶다.. 라는 또 다른 뜻이 느껴졌거든요.
판타지는 끝났습니다. 이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께요.
오늘 정말 모든 콘서트의 마지막의 마지막날 지은양은 관객들에게 솔직한 고백을 합니다. 사실 자신은 콘서트를 하기 싫었다고... 하물며 첫 콘서트가 전국 투어라니요? 하면서 불안했던 심정을 고백했죠. 하지만 결국 대구 콘서트 이후 트위터에 올렸던 것처럼 그녀는 해냈습니다. 지은양은 콘서트를 하기 정말 잘했다고 말했구요. 자신이 데뷔한지 4년이 되었지만 그 4년 동안 배운것보다 지난 3개월 동안 배운 것이 더 많았다고 했습니다. 이 콘서트의 경험이 지은양에게는 확실한 목표와 방향을 가르쳐 준 것 같습니다.
오늘 나온 얘기 중 가장 큰 이슈는 아마도 앨범 얘기겠죠. 지은양은 그냥 대놓고 앨범은 당분간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콘서트에 지쳐서 좀 쉬고 싶기도 하고 준비를 잘 해서 앨범을 내야하기에 짦은 시간에 새 앨범을 보여드리긴 어렵겠다구요. 자기가 늘 겨울에 앨범을 내어서 겨울 소녀 같은 신비함을 보여주고픈 면도 없지 않았지만... 하는 얘기를 들을 때는 피식 하기도 했네요.
콘서트를 했던 3개월 동안 자신이 받은 사랑과 그로부터 얻은 경험들이 지은양을 쉬운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선택하게 만든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간단하게 디지털 싱글이나 미니앨범을 내놓는다면 다른 아이돌처럼 계속 자신을 노출하며 소비를 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겠지만, 결국 우리가 응원하는 이 작은 거인은 절대 쉬운 길을 걸을것 같지 않네요. 아쉬워 하는 관객들에게 "그래도 TV를 통해서 계속 모습을 비칠테니 봐달라"는 애교를 들으면서 담담히 지은양을 응원해야지 하는 맘을 더욱 굳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거품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단단한 비누가 되려고 합니다.
지난 정규 앨범 2집이 나오고 '너랑나'로 첫 1위를 했던 때, 게릴라 데이트에서 했던 발언입니다. 지은양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 자신이 정확하게 어떤 위치인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었던 발언이죠. 저는 콘서트에서 판타지는 끝났어요. 성숙함을 보여줄께요. 하는 말을 듣고 이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이제 귀엽고 깜찍함으로 많은 사랑을 받던 소녀 아이유를 넘어 정말 음악으로 사랑받는 디바 아이유가 되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가 다시금 느껴진거죠.
이번 콘서트는 소위 말하는 코어팬들을 굳히는 작업이었다고들 합니다. 저 같은 경우만 해도 그저 노래나 이미지만 좋아하는 일반 팬에서 콘서트를 통해 유애나에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하는 나름 코어팬이 되었으니까요. ^^; '아... 이 가수는 내가 정말 평생 팬을 해도 되겠구나..' 하는 마음을 굳히게 만들었던 콘서트 3개월이었습니다.
앵콜 콘서트를 오셨던 분들은 가칭 '싫은 날' 이라는 자작곡을 들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지은양의 어려웠던 시절이 그대로 투영 되어서 많이 슬펐던 노래였습니다. 춥고 배고팠던 집보다 오히려 따뜻한 침대와 먹을 것이 있는 숙소가 좋았다던 지은양의 얘기들이 떠올라서요. 그러면서 김광석님이 떠오른 것은 제 오버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김광석님을 좋아하고 아쉬워하는 이유가 그가 썼던 가사들이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그의 노래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죠. 김광석이 아이돌처럼 활동했다고 생각해보세요. 상상이 가나요?
'싫은 날'을 들으며 아이유양의 작사 실력이 대단하게 느껴졌고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를 하려는 그녀의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뭐 제가 원하는 대로 생각한 것이니 조금 억지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은양이 보여줄 성숙한 노래가 되겠지요. 짧은 시간 안에 나오지 않겠다고 했으니... 이번에도 정규 2집 정도의 완성도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까요? ^^; '복숭아'에서 '유애나송', '싫은날' 까지... 이 어메이징한 스무살 아가씨가 더 보여줄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합니다.
아이유는 이미 부끄럽지 않은 가수입니다. 우리도 부끄럽지 않은 팬이 될께요.
어제 오늘 한참 이슈가 되었던 토끼님이 오늘 걸고 있던 리본의 문구였습니다. 뭐 이 글을 보시면 발끈할 누군가가 떠오릅니다만... 오늘 더더욱 제가 아이유의 팬이라는게 자랑스러웠네요. 10년, 20년 후의 아이유를 기대해 봅니다. 그 때 내가 몇 살이더라... 킁... 암튼 오늘의 감동은 여기까지... 그럼 이제 오늘 회식을 하고 기분이 좋아진 지은양의 프롬유를 기다려 볼까요? ^^; 아름다운 밤이에요~~~ ^_____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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