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아이유 이야기

15주년 미디어아트 전시회 '순간'에 대한 이야기(스포)

류겐 2023. 7. 29. 16:08

15주년 미디어아트 전시회 '순간'. 첫 회차 11시를 예매하였습니다. 집에서 대략 1시간 정도면 가는 거리인데 그냥 평소 출근하듯이 전시회장으로 향했네요. 아침부터 30도를 육박하는 폭염과 이 때다 싶어서 우렁차게 외치는 매미 소리가 지금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시절이라는 걸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서울숲' 출구에서 대략 5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걸었을 뿐인데 어찌나 습하던지... 지하 2층 전시회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땀이 주륵주륵 흐르고 있더라구요. ㅠㅠ

 

 

2012년... 당시 팬카페였던 '유애나' 가입을 하였습니다. 이후 팬클럽 창단을 하겠다고 선언했던 6주년 팬미팅을 비롯하여 꾸준히 각종 공방 및 공연을 다니며 유애나로서 살아왔네요. 어느덧 11년을 공식적인 아이유 팬으로서 지내온 거죠. 우습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오랜 시간 팬으로 지내다 보면 어느 정도 아이유라는 사람의 생각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무슨 대단한 통찰력이나 관심법(?) 같은 게 있어서가 아니라, 꾸준하게 지은양이 우리에게 이야기했던 수많은 노래들, 그리고 말들을 통해서 유추해 보는 거죠. 

 

 

적어도 정규 4집 <Palette>가 나왔던 2017년부터 팬이었던 유애나시라면 '순간'이라는 단어에 대한 아가수의 평소 생각에 대해 어느 정도 아실 겁니다. 각종 인터뷰 등에서 10년 후 같은 먼 미래에 대한 계획을 물어보면 지은양은 항상 자신은 그렇게 큰 계획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며 그저 하루하루를 소중히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말하곤 하죠. 그런 생각이 잘 담긴 노래가 바로 '이 지금'이 되겠습니다. 

 

"아니 매우 반짝이는 건 오히려 Now, now, now"

"바로 이 하루 이 지금 우리 눈부셔 아름다워
나는 확실히 알아 오늘의 불꽃놀이는 끝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아가수는 평소 동경하던 '언니네 이발관'의 정규 6집이자 마지막 앨범에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누구나 아는 비밀'이라는 곡입니다. 이 노래의 가사 내용 또한 '이 지금'의 연장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같은 생각을 보여주고 있죠. 

 

"알것 같아 난 영원보다도 길고 더욱 소중한 것
그건 바로 지금이야 날 보고 있는 너를 보면

이 순간이 영원이야 바로 지금 우리 여기 이곳'

 

 

 

'이 지금', '누구나 아는 비밀'이 두 곡은 사실 삶과 인연이라는 다른 대상을 노래하고 있지만 '지금'이라는 순간에 대한 철학은 동일합니다. 먼 미래보다, 영원보다... 중요한 건 바로 지금, 여기 함께 하는 이 순간이라고 말이죠. 그래서 이 두 노래는 '순간'이라는 단어에 대해 아가수가 생각하고 있는 관념을 이해하기에 매우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후기를 쓰기에 앞서... 상당히 많은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니 감안해 주세요~

 

 

 

1회 차 11시 입장인데 도착하니 9시 30분... 1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되었습니다. 내가 뭐 하러 이렇게나 일찍 왔을까? 하면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는데 저보다 먼저 온 분이 셋이나 있더군요. ㅎㅎ 그래 이게 덕질이지~라고 하면서 냉큼 티켓 교환하는 곳에서 줄을 섰습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밖에서 기본 3~4시간 대기도 하였고 밤새며 자리도 지키는 것... 요즘은 공방이 별로 없어서 새로 팬이 되신 분들은 잘 모르실 수 있겠지만 그런 게 덕질의 일상이었죠. ㅎㅎ 암튼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티켓 교환하고 입장을 기다리는 첫번째 대기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

 

 

 

 

사실상 대기하는 곳이었던 첫 번째 방을 지나 본격적인 내용을 보여주는 두 번째 방 'SCENT OF SOUND'는 정말 눈호강, 귀호강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다른 회차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밤편지', '자장가' 두 곡을 라이브로 불러주는 아이유... 가 아닌 홀로그램유의 생생함은 정말 놀라웠네요. 기술이라는 게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아가수의 바로 앞에서 '밤편지' 라이브를 들었던 팔레트 음감회 때 정도는 아녔지만... 그래도 홀로그램의 생생함 덕분에 그냥 화면으로 보는 것 이상의 친근감이 들었네요. 

 

그 생생함이 정말 놀라웠던 홀로그램 아이유

 

 

 

팬들이 직접 찍은 사진이 전시회의 일부가 되는 Weather Gallery

 

팬들이 여러 가지 배경에서  직접 찍은 사진이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세 번째 공간 'Weather Gallery'는 재미난 경험이었습니다. 일찌감치 입장을 했기에 제가 찍은 사진이 바로 떠오르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네요. 좀 더 활짝 웃어볼껄... 하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킁...

 

 

네 번째 공간 '곳간 : 추억의 방'은 오랜 팬들이라면 '그래~ 이런 게 있었지...' 하는 추억에 잠길 수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그중에는 10주년이었던 2018년에 "10년 뒤에도 팬미팅 하겠습니다." 라고 쓴 서약서가 있었는데... 일단 적어도 2028년까지는 팬미팅이 있겠구나~ 하고 안심할 수 있었네요. 그 밖에도 올드팬들에게는 여러 가지 추억에 잠길만한 소품들이 많아서 말 그대로 언제든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있는 것들보다 왠지 제가 모아놓은 게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10년 받고 10년 더~
버전별로 보이는 아이크의 역사. 그리고 올드팬만 가지고 있는 유애나 완장~

 

 

그리고 마지막 공간. 개인적으로는 이곳이 제일 좋았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아이유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는 곳이 있길래 나름 정성껏~ 적고서 봤더니, 내가 적은 메시지가 벽면에 표시가 되더군요. 그것도 테트리스처럼 차곡차곡 쌓였는데 멋진 아이디어 같았습니다. 팬들의 마음이 차곡 차곡 쌓이는 것 같다고 할까요? 먼저 다녀간 지인들이 청취 먼저 하고 가라고 해서 조금 천천히 메시지를 적었는데 덕분에 제 메세지 위로는 딱히 다른 분의 응원 글귀가 안보였네요. ^^

 

 

새삼 느끼는 나의 악필... 이것도 가수 닮아서라고 퉁침

 

역시나 하이라이트는 가이드 버전들의 청취였습니다. 신곡을 제외하면 사실 모든 곡들의 시작을 함께 했기에 그 소회가 남달랐네요. 

 

한 때 콘서트에서만 들을 수 있는 노래였던 '드라마'

 

2014년 소극장 콘서트에서 처음 공개해서 나름 충격적인 데뷔를 보여줬던 '드라마'. 처음 들었을 때의 그 감성과 가장 유사하지 않았나 싶었네요. 새삼 그때가 떠올라서 좋았습니다. 사실 가이드 버전보다 소극장에서 불러준 라이브가 더 동요 같은 느낌이긴 했는데... 아가수는 확실히 어떤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본능적으로 잘 아는 것 같아요. 

 

 

무도가요제 1위의 영광&nbsp; '레옹'

 

콘서트에서 분위기 끌어올리는 1등 공신 '레옹'. 솔직히 저로서는 그냥 음원버전이 더 좋은 듯싶은데... 아마도 이 가이드 버전이 아가수의 오리지널이 아닌가 싶습니다. 파트너인 이종훈 작곡가님이 아마도 편곡을 하신 듯 싶어요. 예전 '싫은 날'의 오리지널이 G.고릴라님의 편곡으로 변경되었을 때도 지은양은 엄청 아쉬워했었는데... ㅎㅎ 개인적으로도 '싫은 날'은 콘서트에서 처음 들려줬던 오리지널이 더 맘에 들었네요. 그때와는 다르게  '레옹'은 제게는 음원버전이 취향이었습니다. 

 

 

언제나 주저없이 최애곡으로 꼽을 수 있는 '밤편지'

 

이제까지 수많은 아가수의 노래를 듣고 또 들었지만 감히 말할 수 있는 최애곡은 '밤편지'입니다. 이 노래도 좋고 저 노래는 더 좋고... 해서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밤편지'를 처음 들었을 때의 그 감동을 넘어서는 노래가 제게는 아직 없어요. 가이드 버전을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가수가 하나의 노래를 완성시키기 위해 정말 해야 하는 일들이 많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가이드 버전 '밤편지'는 진짜 막말을 하자면 흔한 일반인이 노래방에서 적당히 잘 부른 정도의 느낌이었네요. 거기에서 수없이 많은 디테일이 추가되고 또 깎아내고 하면서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밤편지' 최종 버전이 나왔습니다. 그냥 이 가이드 버전을 듣는 것 만으로 바로 알아버렸어요. 아가수가 하나의 노래를 완성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하는지 말이죠. 게다가 작사, 가창, 디렉션까지 모두 혼자서 하는 터라... 그 안에서 각 역할들이 수많은 이해충돌을 발생시킬 텐데... ㅎㅎ 왜 그렇게 지은양이 앨범이 나오고 나면 허탈해하는지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솔직함이 가득차있는 '이런 엔딩'

 

'이런 엔딩'도 콘서트에서 라이브로 들으면 진짜 두 눈을 감고 가슴이 저릿저릿해지는 기분이 마구 느껴지는 좋은 노래인데... 가이드 버전은 뭐랄까요. 아주 풋내 나는 어린 시절의 사랑 이야기 같다고 할까요? 아가수는 직관적이라고 설명했는데 저로서는 직설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마치 연기 대본의 지문과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냥 이렇게 해서 저렇게 되었으니까 잘 가~ 우리 이제 헤어져~ 뭐 이런 식으로 그냥 다 설명하는 모양이었는데... 아가수의 가사는 대부분 이렇게 직설적이기보다는 시적이거나 은유를 많이 쓰죠. 멋진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의지도 있겠지만 다분히 지은양 본인의 성향도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이런 엔딩'의 가이드 버전을 듣다 보니 그냥 이렇게 감추지 않고 숨기지 않고 직설적인 가사로 된 노래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팔레트' 가이드 버전은 아마 공연에서 어쿠스틱 버전 라이브를 들어보신 분들에게는 익숙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이제는 콘서트 셋 리스트에서 빠지기로 한터라... 언제 다시 라이브를 들을 수 있을까 했는데 이렇게나마 들을 수 있어서 정말 반가웠네요. "지은아!" 하고 외쳐주는 떼창이 너무 그립습니다... ㅜㅜ

 

 

 

 

'삐삐'의 가이드 버전. 이건 진짜 들어보면 저게 무슨 말인지 단번에 이해가 될 겁니다. 정말로 이건 아가수의 사심이라기보다 들어보면 이게 찰떡인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 거예요. 듣고 나니 정말 이게 원가사 같다는 지은양의 말에 적극 공감하면서... '삐삐'는 애당초 영어가사가 더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영어버전 음원으로 낼 생각은 없을까요? 대충 뭐 '삐삐' 5주년... 이런 식으로~ ^^;

 

 

가수가 어려운 직업이라는 걸 알게 해준 '시간의 바깥'

 

'시간의 바깥'은 아시다시피 아이유의 소녀 판타지를 사실상 종결시킨 노래입니다. '너랑 나'의 10주년을 기념하며 긴 시간을 이어 붙여서 마무리를 했었죠. 근데 이 가이드 버전을 듣다 보니 '아... 가수란 진짜 힘든 직업이구나'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민망함을 무릅쓰고 공개한다는 말이 너무나 공감되었어요. ㅎㅎㅎ 마치 영어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막 따라 불렀던 일곱 살 무렵이 떠올랐다고 할까요? 이걸 녹음해서 같이 듣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해 보면 벌써부터 얼굴이 빨개질 것 같습니다. ㅎㅎ '시간의 바깥' 가이드 버전은 당최 알아들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긴 했지만... 하나는 제대로 알겠더군요. 이상한데 잘 불러!

 

 

 

아.. 사진이 ㅠㅠ 설명에 나와있듯이 무려 오토튠을 거친 '에잇'의 가이드 버전. 이 버전도 '이런 엔딩'의 가이드 버전처럼 음원과는 다른 매우 직설적인 가사들로 되어 있었습니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엔딩'에 비해 더 덜 가공된 초기 버전의 가사 같다고 할까요? 그만큼 최종적으로 나온 가사가 너무나 훌륭했다는 말입니다. 

 

과연 오토튠을 거친 '에잇'은 어떤 목소리일까? 정말 궁금해하면서 헤드셋을 착용했는데... 뭐야? 오토튠 맞아? 음원이랑 뭐가 다른데? 하는 감상이랄까요? 뭐 어디가 오토튠이라고 하는 거여... 할 정도로 사실 크게 체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유, 당신이라는 가수는 참... 대단해요~ ^^;

 

 

 

 

쭉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시회의 구성 순서가 아닌 시간 순서대로 설명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은 이 신곡의 가이드 버전이네요. 이것이 그동안 여기저기 스포를 조금씩 했던 그 노래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 홀씨라는 표현이 매우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사를 듣지 않아도 그냥 곡 자체로 공간감이 매우 많이 느껴졌고 굉장히 자유분방하게 곡이 흐르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과연 가사 깎는 장인 아가수의 멋진 가사가 입혀졌을 때 또 어떤 느낌일까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그나저나 이제 우리 지은양 자신감 장난 아니네요? 저렇게 공개 전에 자신감 뿜뿜한 적이 있던가?? 하고 머릿속을 뒤져볼 정도로 흔하지 않은... 아니 아마 없던 것 같은데.. 암튼 그렇기 때문에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자... 이제 알겠으니까 얼른 내놓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ㅠㅠ

 

 

이 마멜 인형옷이 아직 있는걸 보면 혹시 '마쉬멜로우' 컴백?

 

 

솔직히 팬이 된 지도 오래되었고 지은양 실물이 아니라면 그다지 큰 감흥이 안 생길 만큼 무던해지기도 해서.. 큰 기대감 없이 갔습니다. 홀로그램의 생생함도... 곳간 속 추억의 물건들도... 가슴에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가이드 버전 청취는 정말 만족스러웠네요. 2회 차 관람을 하게 된다면 그냥 바로 여기로 직행해서 가이드만 1시간 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러모로 지난 추억과의 만남과 아가수에 대한 새로운 이해까지 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네요. 언제 새 앨범이 나오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신곡에 대한 기대감이 아가수의 자신감만큼 차오르던 전시회 관람이었습니다. 9월 팬미에서 다시 만날 날을 그리며... 아이유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