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무슨 연예부 기자가 어그로 끄는 것처럼 써봤습니다. 어제 콘서트 후기를 올렸더니 다른 내용보다 다들 지은양의 귀 건강에 대해서 많이들 걱정하시길래... 아이유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고 적었음에도 걱정하시는 팬들의 마음 또한 저도 한 명의 팬으로서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은양이 이번 'GOLDEN HOUR' 콘서트를 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던 이유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합니다.
공연을 어느 정도 오래 보신 분들은 대강 콘서트라는 것이 단순하게 관람만 하는 차원이 아닌 가수와 관객이 서로 호흡하며 만들어간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실제로 아이유 콘서트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계속 지켜보아온 팬으로 말씀드리자면, 아이유의 첫 콘서트는 거의 관람에 가까운 분위기였습니다. 지금처럼 열광적인 분위기가 생긴건 몇 년이 지나서였어요. 제가 종종 소개드렸던 물 마실 떄마다 환호를 하는 것 등의 리액션 또한 여러 번의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우리의 콘서트 문화입니다.
근래부터 팬이 되시고 콘서트를 보신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지은양이 처음부터 무대를 즐기고 그랬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아가수는 줄곧 무대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 이야기해왔고 오히려 관객들은 점점 즐기기 시작하는데 본인만 공연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서 즐기지 못한다고 했죠. 실제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도 하였구요.
그러다 지은양 스스로도 본인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하는 스물다섯 살을 기점으로 많은 것들이 변화하게 됩니다. 이 무렵 아가수는 공연을 위해 본인만 그저 열심히 노력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무렵 피를 토하듯이(?) 응원법을 외치고 팔이 떨어져 나가라는 듯이 응원봉을 흔드는 팬들을 보며 저들도 나와 함께 이 무대를 빛나게 만들기 위해 엄청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죠. 그러면서 점점 지은양은 무대에서 여유를 찾아가게 되었구요. 마침내 자신은 이 무대를 너무 사랑하고 절대 노래하는 것을 끊지 못하겠다고 고백하게 됩니다.
'IU'라는 예명의 뜻은 다들 잘 아시죠? '음악으로 나와 내가 하나가 된다'라는 뜻입니다. 물론 회사에서 만들어준 예명이었고 아마도 당시의 지은양이라면 왠지 좀 오글거린다고 생각했겠지만.... 뭐 연습생이 별 수 있나요? 그냥 '네! 좋습니다~" 했겠죠. ㅎㅎ 하지만 저는 이 아이유라는 예명이 콘서트를 통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수와 관객이 서로 함께 어울려서 무대를 만들어 갈 때 비로서 '음악으로 너와 내가 하나가 된다'라는 아이유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죠. 그렇게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공연이 점점 더 행복한 시간으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2019년 'Love Poem' 콘서트 이후로 약 3년의 공백이 생깁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이죠.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Love Poem' 서울 일요일 공연을 보러 오셨던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그날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다음 공연이 꼭 필요했습니다. 아가수나 우리 모두에게 말이죠.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고 지은양은 '에잇'을 만들어 아픔을 스스로 달래 봅니다. 그렇지만 콘서트에서처럼 서로 교감을 나누면서 치유받는 시간이 없었죠.
후기 글에도 적었지만... 만약 올해에도 콘서트를 못했다면 아가수는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아예 이전에 공연을 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아이유양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자기 스스로에 대한 위로를 받고,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수많은 동료들과의 신뢰가 생기고... 하는 이런 순간들에 대한 갈망을 더 이상은 참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지은양은 다큐멘터리 [조각집 : 스물 아홉살의 겨울]에서 자신의 귀 상태를 공개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콘서트에서는) 기적적으로 힘을 발휘해서 원래의 컨디션으로 노래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마음속에 있는 낙천성을 최대한 끌어올려 ‘내년 공연할 때는 낫겠지’ 하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그러니까 아가수는 공연에서 받는 위로와 응원의 힘을 믿은 겁니다. 자신을 믿고 응원하는 팬들 앞에 서게 되면 마치 판타지처럼 기적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말하지 못했을 거에요. 저는 이런 지은양을 참 좋아합니다.
정말 좋아하는 '빨강머리 앤'의 명대사 중 하나입니다. 앤은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공상이 심해서 어릴 때 종종 사고를 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자유로운 상상과 낙천적인 앤의 모습이 좋았거든요. 다큐멘터리에서 지은양이 귀 이야기를 할 때 저는 바로 이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빨강머리 앤'에서처럼 아가수에게도 생각지도 못했던 기적이 일어나길 말이죠.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생각대로 되지 않았죠. ^^ 그래도 뭐 어떤가요? 그렇게 힘든 여건 속에서도 아가수는 멋지게 공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솔직히 진짜 존경스러워요. 그렇게 힘든 여건 속에서 이런 대단한 공연을 큰 문제없이 끝냈다는 게 말이죠. 저도 멋진 무대에 티끌만 한 도움이라도 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응원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저 또한 많은 위로와 감동을 받았구요.
지은양에게나 저에게나 간절히 필요했던 공연이 끝나고... 허전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우리가 아직도 여전히 이어져 있다는 확신을 얻은 덕분에 또다시 하루하루를 아이유의 팬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아마 여러분도 그러시겠죠? 다시 공연장에서 아가수를 만날 날까지 그 마음 고이 간직하시고 다시 만나면 또 힘차게 응원해줘요~ 그럼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아이유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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