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21년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예년 같으면 이맘때 공연을 즐기느라 정신없을 시기인데... 코로나는 우리에게서 이 즐거움을 빼앗아갔네요. 더군다나 올해는 우리 아가수의 20대 마지막 해인데... ㅠㅠ 항상 매년 있어왔던 콘서트였는데 그 소중함을 더욱 절절히 느끼게 되는 오늘입니다.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에 지은양의 스무 살부터 쭉 함께 해왔던 콘서트에서의 추억을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글을 쓰기 전에 이런저런 일들을 떠올려보니 참 행복했구나 싶더라구요. 그럼 추억 속으로~
2012 Real Fantasy - 인생 첫 콘서트
저는 2011년 11월 말에 발표된 정규 2집 [Last Fantasy] 때문에 생긴 호기심으로 입덕을 하게 되었습니다. 덕질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던 시절이라 당시 팬카페 '유애나'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가입하게 되면 뭔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생각도 하지 말자~ 하고 있었네요. ㅎㅎ 그러다 지은양의 스무 살을 기념하는 [스무 살의 봄] 이 나왔습니다. 아.. 덕질하기 잘했어~ 싶은 좋은 노래에 행복해하던 차에 아가수의 콘서트 소식이 들려오네요? 그것도 무려 전국투어!!
솔직히 그때까지 제게 아이유라는 가수의 이미지는 아이돌에 가까웠습니다. '내 손을 잡아', '길 잃은 강아지', '복숭아' 같은 자작곡을 선보여주었지만 그래도 워낙 아이돌 이미지의 임팩트가 강했거든요. 그리고 이제 겨우 스무 살에 불과했던 가수에게 무려 전국투어 콘서트가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실제로 지은양 또한 처음에는 반대를 했다고 합니다. '제가 어떻게 전국투어를 해요??'라고 하면서 말이죠...
콘서트 티켓팅이 뭔지도 잘 몰랐던 제가 어찌어찌 노력하여 첫 공연이었던 '평화의 전당' 토요일 좌석을 얻게 되었습니다. 일요일에도 같은 곳에서 공연이 있었지만 이후에 역사적인 첫 공연으로 기록될 공연이라고 생각하였기에 첫 공연은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초보자 주제에 나름 R석을 구했습니다. ^^;
아가수의 첫 콘서트가 있었던 2012년 6월 2일 초여름의 그날. 역시나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 어느샌가 앉아있게 되었습니다. 콘서트가 시작하기 전에는 누구나 가슴이 쿵쾅 거리는 거죠?? ^^; 진짜 인생 처음으로 보는 가수 콘서트였던 터라 심장 소리가 드럼 소리처럼 쿵쿵거렸네요. 공연 시작 전까지 계속 들려주는 '하루 끝' 이 더욱더 그런 마음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무려 2시간 40분 공연... 요즘을 생각하면 좀 우스운 공연시간이겠지만 당시에는 기본 공연 시간 2시간을 훌쩍 넘겼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정말 꿈같이 행복했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고 어느새 평화의 전당에서 내려가는 길에서 '유애나에 가입해야겠다!'라는 결심을 했습니다. 앞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가 어쩌고 저쩌고는 하나도 생각 안 났어요. 당장 가입해야지~ 하는 생각만 들어서 냉큼 가입을 했네요.
콘서트 후유증 - 해결 방법은?
당시엔 덕린이라 '팬클럽'과 '팬카페'가 어떻게 다른 지도 전혀 몰랐습니다. 지금은 무려 4기 유애나 같은 팬클럽이 존재하지만 당시에는 '팬카페 유애나' 밖에 없었구요. 팬클럽이 생기면 생기는 불미스러운 일이 염려되었는지 몰라도 이 정도 인기가수에게 팬클럽이 없다는 게 참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암튼 팬카페에서 정보도 얻고 교분도 나누다 보니까 인생 처음 경험하는 콘서트 후유증이 확 찾아왔네요.
그러고 나서 결국 콘서트 후유증은 다시 콘서트를 보는 것 말고는 해결 방법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죠. 끝도 없이 이어지는 콘서트 후유증 ㅠㅠ 그래서 다음 일정 중에 집에서 멀지 않았던 수원 콘서트 티켓을 서둘러 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지금 같은 피켓팅은 아니었어서 지방 콘서트는 어느 정도 좌석이 있었네요.
이 콘서트 투어 때 했던 이벤트 중에 성시경 콘서트에서 차용한 '전화 걸어주기'가 있었습니다. 관객들이 작성한 사연 중 하나를 뽑아서 지은양이 직접 전화를 걸어주는 것이었죠. 서울 콘서트를 보니 무려 당첨자에게 당시 따끈따끈한 신상 스마트폰을 주더군요.
일단 당시까지 집에서는 제가 덕질을 시작한 것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작전을 세워봤습니다.... 이른바 '일코해제 작전'!! 수원 콘서트에 사연을 써서 당첨되면 아가수가 전화를 걸어줄 것이고 그 전화를 받은 울 마눌님은 자연스럽게 저의 덕질을 알게 되실 테고 저는 뇌물로 경품을 바친다...라는 뭐 대략 그런 작전이었습니다. 물론 그 내용은 진심이었어요. 사연을 간략히 적어보자면, "제가 당시 아들이 한 명 있었는데 지은양을 보면서 둘째로 딸이 너무 가지고 싶었다. 둘째를 가지려고 시도하였지만 유산된 이후 마눌님이 꺼려한다. 그러니 지은양이 좀 설득해주세요~"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사연을 쓰고 퇴고까지 하면서 열심히 준비를 했지만 그래도 사연이 뽑힐까 싶긴 했습니다. 사실 뽑혀도 집에 돌아가서 능지처참형을 기다릴지도 모르기에... 지은양이 콘서트에서 제 사연을 읽어주는 순간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요. 주변에서도 엄청 부럽다고... ㅎㅎ 덕분에 덕질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공연 중에 마이크를 받고 아가수와 짧게나마 대화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유애나 완장을 차고 있었더니 지은양이 무척 웃으며 본인이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나네요.
전화통화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이유입니다~" 하는데 마눌님 반응이 영 싸늘... (집에 가서 물어보니 보이스피싱 뭐 그런 건 줄 알았답니다....) 덕분에 아이유양은 무서웠다고 했네요 ㅎㅎ 남편분 얼른 집에 보내드리겠다고.. ㅠㅠ 제가 상상한 아름다운 모습은 없었습니다. 망한 거죠... 지은양 통화 끝나자마자 울리는 전화기.. 집에 가서 석고대죄하겠다고 했습니다. ㅡ_ㅡa
이 '아가수 같은 딸이 갖고 싶어요~'는 후에 이렇게 이어집니다. ^^;
관련 글 링크 - 아이유 3집 `Modern Times` 사인회 다녀왔습니다
둘째로 딸이 생기면 아가수에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쉽지 않더라구요. ㅠㅠ 이번 생은 틀린 듯...
Real Fantasy 앵콜콘서트 - 싫은날의 쓸쓸함
'Real Fantasy' 전국투어를 마치고 지은양은 저렇게 "해냈다" 단 세 글자의 감상을 트윗으로 올립니다. 서울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대구까지 11회의 주말 공연을 끝까지 해낸 감상 치고는 좀 짧다 싶지만 아가수다운 소감이라고 봤어요. ㅎㅎ 이렇게 자신의 첫 콘서트 투어를 성공적을 마친 아이유양은 약 두 달 후 '앵콜 콘서트'를 알립니다. 그것도 무려 야외 공연~~
'용산 전쟁기념관'에서의 9월. 이상하리만치 달과의 인연을 쌓아온 지은양인데 이 앵콜 콘서트 때도 휘영청 가을 보름달이 환하게 비치는 날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추울까 봐 아가수가 팬들에게 따뜻하게 입고 오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정작 콘서트 때 넘 따뜻해서 민망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야외 콘서트는 확실히 색다른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건 딱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데요. 야외 공연만의 시원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때 이후로 야외 콘서트가 없군요.. 작년에 잠실 체육관에서 했다면 좋았을 텐데... ㅜㅜ 이 죽일 놈의 코로나!! 암튼 날씨도 엄청 좋았고 기분도 무척이나 좋았던 9월의 앵콜 콘서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싫은날'이었습니다.
정규 3집 'Modern Times'에 정식 수록된 아가수의 자작곡 '싫은날'은 이 날 처음으로 공개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지은양이 미완성 자작곡인데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들고 나왔다고 했네요. 회사에서는 반대를 했다고... ㅎㅎ 다만 이때를 기억하시는 팬분들은 아시겠지만, 음원으로 나온 '싫은날' 과는 좀 분위기가 다릅니다. 곡의 구조도 달랐고... 음원 '싫은날'은 조금 웅장하고 처연한 느낌이 있다면 이때의 '싫은날'은 기타 반주와 함께 쓸쓸함이 더 시리게 다가오는 노래였습니다. 그래서 정규 3집 출시 이후에 '싫은날'이 바뀐 것에 대한 말이 많았죠. 결국 편곡을 한 G.고릴라님이 한마디 하셨습니다.
관련글 링크 - 싫은날에 대하여 G.고릴라님의 한 마디
어디가 다른 거야?라고 하실 분도 있어서 말씀드리자면 편곡 분위기도 다르지만 2절 부분 전개가 달라집니다.
"텅 빈 놀이터 벤치에 누군가 다녀간 온기 그 따뜻함이 날 더 춥게 만들어... 그 온기가 나를 더.."
- 콘서트 버전
"텅 빈 놀이터 벤치에 누군가 다녀간 온기 왜 따뜻함이 날 더 춥게 만드는 거야 웅크린 어깨에 얼굴을 묻다가 주머니 속에 감춘 두 손이 시리네"
- 정식 음원
지은양에 말에 따르면 본인은 원곡의 구성을 그대로 하고 싶었으나 G.고릴라님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해서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원곡에 더 마음이 갑니다. 아직도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당시 콘서트 버전 영상이 나오는 것 같으니 혹시라도 못 들어보신 분은 한 번 들어보시고 음원 버전과 어떻게 다른지 한 번 비교해보세요. ^^;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일단 이런 글을 써보겠다고 생각하고 첫 글을 쓰는 게 역시 젤 힘드네요. 재미있었던 기억, 감동적이었던 순간들이 참 많았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아가수의 20대와 함께한 순간들이 행복 가득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아쉽게도 이 행복한 순간을 2년이나 느끼지 못하게 되었지만 다음에 만나게 되는 공연장에서 쌓아놓은 모든 감정들을 다 쏟아내야겠네요. 다음 글에서 만나요~ 아이유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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