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퀸의 귀환
정규 4집 [Palette] 이후 약 4년 만에 발매되는 정규 5집이라 아가수의 컴백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때보다 컸습니다. 에잇, 마음을 드려요, 아이랜드 같은 곡들도 있지만 그래도 앨범 속에 하나가득 담아올 아이유양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죠. 그 기대감을 증명이라도 하듯 'Celebrity' 는 멜론에서 차트인 하자마자 무서운 상승세로 치솟아 오르더니 겨우 3시간 만인 9시 차트에서 1위로 올랐습니다.
멜론 개편 이후 최단시간 1위 등극 등 'Celebrity'는 각종 차트를 휩쓸며 올킬을 기록합니다. 종종 우스갯 소리로 아가수가 숨소리만 녹음해서 올려도 1위를 한다고 농담을 하곤 합니다만... 현재 대중들이 아이유라는 음원퀸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기대감이 그대로 반영된 차트 성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지은양은 언제나 제가 예상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ㅠㅠ 예전에 글에서 썼듯이 [Love Poem] 이후의 아이유양이 앞으로 계속 자신의 생각을 전파하리라는 걸 잊지 않았다면 예상할 수도 있었을텐데... 어느새 제가 쓴 글의 내용도 잊고 있었습니다. ㅡㅡ;; 사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티저를 보고 셀럽인 아가수의 이야기를 예상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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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Lucky' 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아이유양이 이 노래를 들어봤는지 모르겠는데 이 곡은 '스타' 라는 존재에 대한 대중들의 단편적인 시선 뒤에 수많은 노력과 아픔, 눈물이 있음을 노래합니다. 그래서 대략 이 노래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에 저 또한 그럴 수 있겠다.. 했는데요. 그런데 왠걸? 'Celebrity' 는 완전 'Love Poem' 시즌2였습니다.
Love Poem...
“인간의 이타성이란 그것마저도 이기적인 토대 위에 있다. “
사랑하는 사람이 홀로 고립되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괴로워 재촉하듯 건넸던 응원과 위로의 말들을,
온전히 상대를 위해 한 일이라고 착각하곤 했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 내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참견을 잘 참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그런 행동들이 온전히 상대만을 위한 배려나 위로가 아닌 그 사람의 평온한 일상을 보고 싶은 나의 간절한 부탁이라는 것을 안다.
염치 없이 부탁하는 입장이니 아주 최소한의 것들만 바라기로 한다.
이 시를 들어 달라는 것,
그리고 숨을 쉬어 달라는 것.
누군가의 인생을 평생 업고 갈 수 있는 타인은 없다. 하지만 방향이 맞으면 얼마든 함께 걸을 수는 있다. 또 배운 게 도둑질이라, 나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든 노래를 불러 줄 수 있다.
내가 음악을 하면서 세상에게 받았던 많은 시들처럼 나도 진심 어린 시들을 부지런히 쓸 것이다.
그렇게 차례대로 서로의 시를 들어 주면서,
크고 작은 숨을 쉬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Celebrity' 의 성격은 위 러브포엠의 소개글에서와 그 결을 같이 합니다. 그리고 가사 속에서도 '오래된 사랑시' 라고 하며 'Love Poem' 에서 이어짐을 말하고 있죠.
[Credit]
Lyrics by 아이유
Composed by Ryan S. Jhun, Jeppe London Bilsby, Lauritz Emil Christiansen, 아이유, Chloe Latimer, Celine Svanback
Arranged by Jeppe London Bilsby, Lauritz Emil Christiansen, Ryan S. Jhun
'Celebrity' 의 크레딧을 보면 정말 많은 작곡가들이 참여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무려 6명입니다!! 기억을 더듬어서 아가수의 노래 중에 이렇게 많은 작곡가들이 함께한 것이 있었나? 하고 한참 찾아봐도 없더군요. 그 중에 첫번째로 보이는 라이언 전은 이효리님의 'Chitty Chitty Bang Bang' 으로 데뷔하여 샤이니의 'Lucifer' 등 엄청나게 많은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입니다. 함께 협업하는 클로이 라티머 등 다른 외국 작곡가들은 솔직히 전혀 감도 안옵니다. ㅠㅠ 그 와중에 우리 아가수도 작곡에 참여했구요.
"듣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어느 때보다 공들여 작업했다."
매번 색다른 시도를 해왔던 터라 오랜 팬으로서는 그리 놀랍지도 않을 아가수의 행보이지만 'Celebrity' 를 처음 듣는 순간, 아... 하면서 수긍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템포 자체는 매우 익숙하면서도 곡에 사용되는 소리들을 잘 들어보면 기존에 듣던 아이유양의 노래하고는 참 많이 다르죠. 예전보다 훨씬 꽉꽉 채워넣어서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러면서도 곡이 참 매끄럽죠. 20대의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지은양의 다짐이 제대로 보이는 'Celebrity' 네요.
저는 늘 그래왔지만 노래 중 가사의 비중을 더 높게 생각합니다. 노래란 말을 전달함에 있어 가락을 더한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곡을 더 중요시하는 분도 계시고 그것이 이상하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그 말이 어떻게 전달되는가? 어떤 내용인 것인가? 가 훨씬 중요한 사람이거든요. 'Celebrity' 의 가사는 정말 그녀의 작사 능력이 어느 수준인지 쉽게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아가수를 약간 반놀림으로 부르는 '국힙원탑' 이라는 애칭(?)을 반영하듯 각 가사마다 라임이 기가 막힙니다.(내가 국힙원탑이다~~~^^) 우선 제목이 'Celebrity' 라서 그런지 '이~' 로 끝나는 음절이 정말 많죠. 위의 가사 이미지를 보시면 한 눈에 보입니다. 아이유양 본인도 가사를 쓸 때 이 라임이 딱딱 떨어지는게 보기도 좋고 듣기도 좋더라~ 라고 했더랬죠. 그리고 노래를 들으시면 아시겠지만 어떤 음으로 끝나야 예쁜 발음일까를 고민한 것이 정말 잘 보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아가수의 가창으로 이어지죠.
가창은 진짜... 대놓고 내가 바로 전국구 음색 깡패다! 라고 선언하는 듯 하네요. 20대 마지막을 화려하게 수놓고 싶다고 하더니만... 이 'Celebrity' 에서의 음색은 정말 노골적으로 예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가사에서도 예쁜 발음이 나올 수 있는 글자를 공들여 사용하였고 거기에 아가수 본인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예쁜 목소리를 담았네요. 처음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가 잘 안들어올 정도로 귀가 살살 녹았던 건 저만 그런게 아니었겠죠? ^0^
아가수는 노래 속에서도 가사에 맞추어 톤을 조절하고 있는데요. 가사 속에서 보이는 초라하고 낮아진 모습을 노래할 때는 건조하면서도 낮은 음색으로 부르고, 이를 다독이는 중반부는 톤을 확 높여서 마치 천사가 속삭이듯 최고로 예쁜 음색으로 노래합니다. 그리고 "잊지마~" 로 시작하는 종반부는 호소력있는 목소리로 위로를 건네고 싶은 대상에게 외치죠. 본인 스스로 말하고 싶은 가사를 쓰고 그에 맞는 최고의 가창을 선보인 겁니다. 거기에 뮤비에서까지 각종 드레스 착장으로 미모를 맘껏 뽐내다니... 진짜 "20대 마지막. 나의 최고 미모와 음색을 받아랏!" 이라고 하는 듯 해요. ^^;
You're My Celebrity
오피셜 뮤비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들으면서 정말 큰 위로가 되었고 눈물을 흘리면서 들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You're My Celebrity" 라고 하는 부분이 마치 듣고 있는 자신에게 해주는 말 같아서 너무 감동적이었다구요... 제 경우 어제 하루 종일 들을 때는 '아... 따뜻하구나~' 하다가, 오늘 아침에 출근하며 들을 때에는 저 또한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제가 연식이 어느새 꺾인 40대인터라... '오래된 사랑시`라는 구절에서 어찌나 감정이 요동을 치는지...
개인적으로 아가수 노래 중에 'someday' 를 참 좋아하는데요. 언제 들어도 가슴이 울컥하면서 많은 위로가 되어주는 곡입니다. 한참 표절 시비로 무대에서 들을 수 없었을 때도 너무 아쉬워서 제발 이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길 바랬고, 결국 표절 판결이 난 이후에 콘서트에서 라이브로 'someday'를 들었을 때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네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 때 생각이 나서 울컥... ㅠㅠ 암튼 'Celebrity'를 들으면서 'someday'가 생각났습니다. 뭔가 아직도 여전히 나는 부족한 것 같고 앞길은 여전히 보이지 않지만 딱히 누구에게 속맘을 다 터놓기 힘든 삶인데... 'Celebrity'는 '오랜 겨울 사이 언 틈으로 피울 꽃 하나' 라는 위로를 전하네요.
발자국마다 이어진 별자리
그 서투른 걸음이 새겨놓은 밑그림
오롯이 너를 만나러 가는 길
그리로 가면 돼 점선을 따라
개인적으로 'Celebrity' 에서 최고의 가사라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뮤비에서도 이 가사가 나오는 시점에 뛰쳐나갔다가 거울 속 자신을 마주하게 되죠. 걸어온 길을 '별자리' 라고 하고 자신없는 발걸음이 '밑그림' 이라고 합니다. 오롯이 나를 만나러 가는 그 길은 결국 자신을 찾아가는 자존감의 회복이 되겠죠. 넌 잘못돼지 않았다고... 그냥 그리로 가면 된다고 합니다. 점선은 일반적으로 지시선으로 사용되곤 합니다. 또한 차선에서 점선은 이동이 자유로운 선이죠. 그냥 그 점선을 따라 가다 보면 하루 뒤 찾아올 아름다운 봄날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정말 가사를 그냥 쭉 읽어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시가 따로 없습니다. 본인을 산문형 인간이라고 하는 지은양이지만 확실히 시에도 재능이 있어 보이네요. 가사를 깎고 또 깎아서 더이상 버릴 곳이 없을 때까지 덜어내고 남은 엑기스가 본인이 내놓는 가사라고 하는데... 그게 시 아닌가요? ^^;
지독한 순정의 사랑시
시선을 끄는 차림과 조금 독특한 취향, 다양한 재능, 낯가림에서 비롯된 방어기제, 매사에 호오가 분명한 성격 등으로 인해 종종 별난 사람 취급을 받아온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그런 특징들 때문에 나는 더욱 그 애를 사랑하는데, 본인은 같은 이유로 그동안 미움의 눈초리를 더 많이 받으며 살아왔다고 했다. 나의 ‘별난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적으며 시작했던 가삿말이었지만 작업을 하다 보니 점점 이건 나의 얘기이기도 하다는 걸 깨달았다. 가사를 완성하고 나니 내 친구나 나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를 주인공에 대입시켜도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내가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소외감을 느껴본 적이 있을 테니까.
내 친구를 포함해 투박하고도 유일하게 태어난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은 별난 사람이 아니라 별 같은 사람이라고.
앨범 소개를 읽다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죠. 아이유양 팬이시라면 아마도 쉽게 떠오릴 수 있을 겁니다. 위의 앨범소개를 보며 그녀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더군요. 저 또한 그랬구요... 참 대단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숭아부터 레드퀸, 자장가, 에잇 그리고 이번 'Celebrity' 까지... 본인의 말대로 'Celebrity' 의 가사가 지은양 본인에게도 적용된다고 한다면 아가수는 정말 엄청난 인류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네요. 이 지독하리 만치 순정적인 그녀의 마음이 대중들 마음 속을 잘 위로해줘서 지은양의 바람대로 스스로를 사랑하고 별처럼 아름다운 존재로 빛나길 바라봅니다.
지난 [Love Poem] 시절에 썼던 글 중에 '자신을 믿게 된 아이유' 에서
서울 콘서트 일요일 공연 중에 아가수는 자신이 이렇게 노래하고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의 운명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말은 'Love Poem' 의 소개글에 나오는 '이 시를 들어달라는 것. 그리고 숨을 쉬어 달라는 것.' 부분과 연결된다고 봐요. 아마 앞으로도 아이유양은 진심을 가득 담아 사랑과 위로가 필요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줄 겁니다. 부디 지치지 않고 같이 걸을 수 있길...
이렇게 적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이름에게' 에서부터 세상을 향한 메세지를 전하기 시작한 아가수... 솔직히 말하자면 지은양이 걸어갈 길이 너무 무겁고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팬으로서는 아이유양의 멘탈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데요. 그래도 유애나로서 그녀의 선한 영향력에 공감하며 함께 하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정말 지치지 말고 걸어갈 수 있길....
'Celebrity'가 너무 좋아서 한동안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정규 4집 [Palette] 가 '밤편지' 를 선공개 한 이후 약 한 달 후에 발매되었는데... 그 시간이 더 길어지더라도 'Celebrity'로 얼마든지 버틸 수 있을듯 싶어요. 정말 'Celebrity'를 선공개 곡으로 정한 것 또한 신의 한 수 같습니다. 예전 '밤편지' 가 '팔레트' 가 나오기 전까지 굳건하게 1위에서 버티며 기다려 준 것처럼 'Celebrity' 또한 5집 발매까지 여왕의 자리에서 위엄을 뽐내줄 듯 싶습니다.
하... 선공개곡이 이렇게 좋으면 앨범은 또 얼마나 더 좋을까? 하는 기대감이 커져서 펑 터지기 일보 직전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네요. 이제까지의 관례로 보면 'Celebrity' 가 타이틀 곡은 아니거나 혹은 그렇다고 해도 공동타이틀 정도일 듯 합니다. 아마도 다른 타이틀 곡이 있겠죠? 아가수라면 뭔가 더 대단한 걸 보여줄 것 같다는 기대감도 있구요~ ^^; 다들 추운 겨울에 꽃 한송이 피울 준비 하시면서 정규 5집의 발매를 기다려봐요~ 지금은 'Celebrity' 를 즐기시구요~ 아이유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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