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아이유 이야기

자신을 믿게 된 아이유

류겐 2019. 12. 5. 16:00

며칠전에 서울에 눈이 내리더군요. 다시 겨울왕국이 시작되는구나 했습니다. 매년 찾아오는 겨울인데 왜 매번 이 추위는 적응하기 어려운걸까요? ^^; 암튼 어느새 2019년도 마지막 달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연말 콘서트 시기가 지나가면 조금 허전한 기분이 드네요. '헛헛하다' 라는 표현을 종종 쓰곤 하는데 사전적으로는 '배가 몹시 출출해서 자꾸 먹고 싶어진다' 라는 뜻입니다. 마음이 헛헛하다 라는 건 뭔가 조금 더 채워지고 싶다는 뜻일진데... 올해도 쉽게 보내줄 수 없나봐요. ㅎㅎ

 

 

제법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내용을 글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정말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내용인데... 이런 저런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써봅니다. 사실 앨범을 기다리던 시기와 콘서트 기간은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던터라...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더라구요. 아가수의 데뷔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매우 매우 긴 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뭐 제 글이 늘 깁니다만...ㅎㅎ 미리 양해를 구해봅니다~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저 혼자만의 생각이기 때문에 믿거나 말거나한 시시하고 가벼운 이야기 일 수도 있습니다. ^^;

 

 

 

2008 IU - 주목받지 못한 등장

 

 

 

 

2008년 9월 18일. 무슨 날인지 다들 아시겠죠? 모르신다면 일단 벽보고 반성하고 오시구요. ㅎㅎ 바로 아이유양의 데뷔일입니다. 본인 피셜로 약 10개월 정도의 연습생 기간을 가졌다고 하니까 대략 지은양이 가수 데뷔를 위해 준비하기 시작한 건 2007년부터 정도겠네요. 아시다시피 2000년대 들어서면서 걸그룹이 굉장한 강세를 이루고 있었고 조금 전에 말씀드린 2007년까지도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 쟁쟁한 걸그룹이 전국을 휩쓸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2008년에 아가수는 솔로로 데뷔를 합니다. 그것도 당시 대세였던 댄스음악이 아닌 정통 발라드 앨범을 들고서 말이죠. 아이유양의 데뷔 앨범인 [Lost and Found]는 11월의 우수 신인 음반상을 받았지만 당시 대중의 취향에 적합하지 못했는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활약하던 발라드 가수가 아예 없었는가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대선배인 백지영님이 있었고 윤하씨도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서 주목받는 영건으로 활약하고 있었죠. 

 

 

EP 'Lost and Found' 를 확장한 정규 1집 [Growing Up] 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게 되었는데, 'Growing Up'은 'Lost and Found'에 비해 좀 더 다채로운 곡들로 채워졌습니다. 데뷔곡 '미아' 의 편곡 버전, '있잖아(Rock.ver)', '미운오리', 'A Dreamer' 같은 노래들 말이죠. 정통 발라드 가수로 시작을 알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중들이 반응한 곡은 '있잖아(Rock.ver) 였습니다. 타고난 귀여운 외모를 앞세운 발랄함에 대중들이 시선을 보내준거죠. 

 

 

 

아이돌 IU - 소녀 판타지

 

 

 

 

 

결국 데뷔 기획이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인지 아가수는 이후부터 아이돌의 행보를 걷습니다. 'Boo', '마시멜로우' 등을 통해 상큼 발랄한 모습을 어필하기 시작하였고 동시에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음악방송에서 기타 라이브를 보여주며 아티스트를 꿈꾸는 모습을 보여주는 투트랙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로엔 엔터테인먼트가 조영철 PD를 영입하며 당시 브라운 아이드 걸스를 히트시킨 팀으로 아가수를 서포트하기 시작했죠. 그 첫 시작이 바로 '잔소리'입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잔소리' 로 지은양은 음악방송에서 첫 1위를 합니다.

 

 

'잔소리' 의 히트는 이후 아가수의 아이돌 행보에 굉장한 탄력을 붙여주었죠. 그리고 나온 아가수의 인생 대박 노래 '좋은날'. '아이유 신드롬'으로 불리울 정도로 대단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좋은날'로 지은양은 단숨에 '국민여동생' 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됩니다. 이른바 '소녀 판타지'의 시작이었죠. 그리고 이어지는 '너랑 나' 는 그 소녀 판타지의 정점을 찍습니다. 지금은 음원 스트리밍 성적이 흥행의 기준이지만 당시에는 스트리밍 기준이 없었고 주로 다운로드로 집계하였는데 정규 2집 [Last Fantasy] 는 아가수의 역대 앨범 중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2013년 [Modern Times] 의 '분홍신' 으로 이 '소녀 판타지' 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죠. 

 

 

 

판타지의 종결 - 이별

 

 

 

 

 

정규 3집 [Modern Times] 에 이어 아이유 자작곡 중 최고 커리어에 빛나는 '금요일에 만나요' 가 담긴 ['Modern Times - Epilogue] 가 연달아 빅히트를 치게되었고 아가수는 뒤이어 바로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를 선보입니다. 그리고 이 [꽃갈피] 를 타이틀로 내세운 소극장 콘서트까지 성료하게 되죠. 

 

 

모두가 소극장 공연으로 행복해 할 때 지금까지 아이유의 '소녀 판타지'를 기획하고 이끌었던 조영철 PD가 로엔을 떠난다는 소식을 전하게 됩니다. 당시 팬들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단순히 조영철 PD만이 아닌 함께 이 판타지를 이끌었던 이민수 작곡가와 김이나 작사가까지 모두 떠나게 되었거든요. 아가수의 버팀목이자 큰 조력자로 보였던 조영철 사단의 이탈은 누가봐도 불안한 일이었습니다. 

 

 

소속사 로엔엔터테인먼트 조영철 대표는 “이번 앨범은 그동안 가요의 전통과 소통하며 발전해 온 아이유의 1막을 마무리하는 ‘커튼 콜’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아이유의 음악적 고민과 표현은 예전에 비해 훨씬 주도적인 부분이 많다”면서 “그동안 내면의 성장과 변화가 많았고 인생이나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훨씬 진지해졌다”고 설명했다.

원문기사링크 : 아티스트 아이돌 아이유

 

 

조영철 PD가 떠나가며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꽃갈피]는 말하자면 이별여행 같은 앨범이었던거죠... 3집 타이틀 '분홍신'을 녹음하는 중에 작곡가인 이민수님은 아이유양과의 의견 충돌이 있고난 후에 "아...자아가 생겼구나." 라고 합니다. 이전까지 아가수의 평가는 놀랍도록 작곡가가 의도한 대로 가창을 해내는 가수였거든요. 하지만 가수, 아티스트로서의 자아에 눈을 뜨기 시작한 지은양은 이전과 달리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쩌면 이 때부터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는지 모르겠네요. 

 

 

 

CHAT-SHIRE - 제 2 막의 서막

 

 

 

 

 

지은양은 정규 2집 [Last Fantasy] 발매 이후 출연한 '연예가중계' 에서 현재 자신이 받고 있는 관심, 사랑에 대한 부담감을 이야기 합니다. 자신의 지금 상태를 거품에 비유하며 얼른 실체가 있는 비누가 되겠다고 하죠. 아이유양은 '잔소리'로 처음 1위를 했던 2010년에도 혼자만의 힘이 아닌 듀엣으로 1위를 한 것에 대해 부담감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꽃갈피] 로 엄청난 국민적 사랑을 받고 올해의 가수상까지 탔음에도 아이유양은 스스로에 대한 혐오의 감정까지 갖게 됩니다. 오로지 자신의 노력만으로 이룬 것이 아닌 것 같은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많은 사랑과 기대를 받는다고 느꼈나봐요. 2014년 '힐링캠프' 에 출연한 지은양은 자신이 폭식증을 겪고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합니다. 

 

 

 

 

 

 

2014년은 누가봐도 커리어의 최고 정상을 찍고 있을 시점이었는데..당시 아가수는 그게 굉장히 싫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제가 지은양의 생각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겠지만 자신 스스로의 힘으로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랑과 관심에 대한 거부감이 결국 자기혐오에 가까운 감정으로 키워져서 폭식증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당시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어찌나 맘이 아프던지... 

 

 

2011년 아가수의 팬이 되면서 이것 저것 알아보며 의아하게 느낀 건 그녀가 이룩한 성과, 위치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보이는 자존감이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스스로를 낮게 보고 자아비판도 서슴치않고 강하게 하는 지은양이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요. 아마도 아이유양은 자신의 힘이 아닌 타인이 만들어준 길로 이룩한 성과가 오로지 자신의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나 봅니다. 자존감이라는 것이 내 스스로를 칭찬하고 인정해 주면서 올라가는 것인데 스스로를 인정할 수 없으니 한없이 낮아질 수 밖에요. 이렇게 밖에서 보면 영광의 시간이지만 자신의 내면에서는 끝없이 바닥으로 추락할 것만 같은 시기를 지나 2015년 지은양이 스물셋이 되는 해에 미니앨범 [CHAT-SHIRE] 가 나오게 됩니다. 

 

 

 

 

 

스스로 프로듀싱을 한 [CHAR-SHIRE]는 미스틱 엔터테인먼트로 떠난 조영철 PD 없이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시작한 제 2 막의 첫 걸음이라고 보기에 충분했다고 봅니다. 예전에 [CHAT-SHIRE] 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글을 썼던 적이 있는데 다른 부분 보다 '금요일에 만나요' 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생각나네요. 그 때 레코딩 부분에서 보이스 컬러에 대한 조절을 얘기하며 '금요일에 만나요' 가 과연 오리지널 아이유 넘버의 시작이 될 수 있는가?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관련 글 링크 - IU 첫 프로듀싱 앨범 CHAT-SHIRE 가 가지는 의미

 

 

글을 쓰던 당시에는 [CHAT-SHIRE] 밖에 없었지만 이제 [Palette] 와 [Love Poem] 까지 바라보며 느낀 것은 '금요일에 만나요' 라는 곡이 갖는 가치가 엄청났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위 글에서 보시면 이미지로 금만나의 레코딩 과정이 보입니다. 아가수의 자작곡이자 첫 셀프 프로듀싱 곡인 '금요일에 만나요'가 엄청 큰 사랑을 받으며 롱런한 것이 지은양의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스스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자 큰 용기를 주지 않았나 해요. '금요일에 만나요' 는 아가수에게 첫 프로듀싱 곡이자 소녀 판타지를 탈피하는 첫 걸음이었다고 봅니다. 

 

 

[CHAT-SHIRE] 가 나온지 어느새 4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은양은 지금 생각해도 그 당시가 좋았고 그립다고 하네요. 치열하게 상상하고 열심히 만들었던 그 때가 아가수에게도 굉장히 의미있던 시간으로 남았나 봅니다. 제게도 [CHAT-SHIRE] 가 나오기 전까지 각종 티저들을 해석하며 이런 저런 사고의 유희들로 넘쳐났던 그 때가 정말 좋았네요. 이런 저런 잡음도 많았지만 어찌되었든 [CHAT-SHIRE] 는 프로듀서 IU의 첫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무척 의미있는 앨범입니다. 언젠가 이런 앨범이 또 나왔으면 해요.

 

 

 

Palette - 제 2 막의 시작

 

 

 

 

 

아가수는 스물다섯이 된 2017년에 정규 4집 [Palette] 를 들고 다시 찾아옵니다. 이전까지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앨범을 냈던 아이유양이었지만 [CHAT-SHIRE] 이후 조금의 공백이 있었네요. 그만큼 단단하게 만들어 온거죠. 방향치, 허당, 꽈당유 등 여러가지 허술한 이미지도 많은 지은양이지만, 일을 함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자같은 면을 보여주는지라 [CHAT-SHIRE] 에서와 같은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철저하게 작업했겠구나 싶었는데... 정말 [Palette] 는 완벽한 밸런스를 보여주는 앨범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글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좀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관련 링크 글 한 번 읽어보세요~

 

관련글 링크 - 스물다섯 IU의 정규 4집 [Palette] 가 가지는 의미

 

 

 

"두 번째 프로듀싱을 맡은 앨범이다. 첫 번째 앨범에서 미쳐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논란이 있었다."

"이번 앨범은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철저하게 준비했다"

 

 

4월 앨범을 발표하기 전에 '밤편지', '사랑이 잘' 두 곡을 선공개하였는데 모두 많은 사랑을 받았죠. [Palette] 출시 기념 음감회에서 아가수는 정말 떨렸다고 표현했지만 예전 정규 3집 [Modern Times] 음감회에서도 말했던 그 떨림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오래 준비해 온 자신의 작업물을 공개하는 두려움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느낌. 이 부분에 대해서 지은양은 '피크닉 Live소풍' 에서 김이나 작사가님과 자신의 여러가지 감정을 얘기합니다. 혹시 아직 못보신 분들은 꼭 보시길~ ^^

 

 

수많은 은유로 넘쳐났던 [CHAT-SHIRE] 와는 다르게 [Palette] 는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합니다. '스물셋' 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이야기했던 것이 'Palette' 에서는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라는 말로 스스로를 인정하고 있죠. 그리고 다른 수록곡들도 대부분 자신의 생각을 감추지 않고 전달합니다. [Palette] 가 나오기 조금 전에 사회적인 메세지를 담은 노래를 하면 어떨까 하는 글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팬인 저로서도 이제 지은양이 좀 더 자신을 드러낼 때가 되었다고 느꼈던 걸까요? 그래서 당시에 '이름에게'를 들으며 약간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까지 자신의 생각으로 가득 채웠던 노래들에서 아가수는 한발짝 더 나아간거죠. 

 

관련글 링크 - 메세지를 담은 노래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MAMA - 여자가수상, 

가온차트 - 올해의 가수상(3월, 4월), 올해의 롱런음악상, 올해의 음반제작상(아이유팀), 

글든디스크 - 디지털 음원 부문 대상, 

멜론 뮤직 어워드 - 올해의 앨범상,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 최고 앨범상, 

한국대중음악상 - 최우수 팝 음반

 

 

[Palette] 의 가치는 굳이 다른 수식어들로 평가하지 않아도 위의 수많은 수상내역들이 그 가치를 증명해줍니다. 특히 골든디스크 대상은 여성 솔로 가수로서는 11년만의 수상이었던터라 '뉴스룸' 에서 인터뷰까지 하게 되었는데, 아가수는 이에 대해 '가수가 대상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 이라며 굳이 여성 솔로 가수라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음을 밝혔네요. 이는 지금까지 시달려왔던 부분들에 대한 영리한 발언이기도 하며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매우 상승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던 장면이었습니다.  

 

 

 

 

 

 

[Palette] 중에서도 '밤편지'는 롱런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멜론 차트인 119주가 넘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는데요. 이렇게 '밤편지' 는 스트리밍 누적회수 2억을 돌파하며 가온차트 역대 최다 스트리밍 곡이 됩니다. 반짝 인기보다 오래 오래 기억되는 '롱런' 을 좋아한다고 늘 이야기하는 아이유양에게 매우 잘 어울리는 노래죠. 개인적으로도 최애곡을 뽑자면 주저없이 '밤편지' 를 말할 겁니다. '이 밤~' 으로 시작되는 '밤편지'의 도입부는 언제 들어도 막 설레고 가슴이 저릿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예전 [Palette] 음감회에서 아가수 바로 앞에 앉아 '밤편지' 라이브를 들었던 황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Palette] 발표 이후 선물 같았던 공개방송 스케쥴 동안에 또 한 번 엄청난 선물이 우리에게 도착합니다. 바로 고정 예능 출연 소식이었죠. '효리네 민박' 의 출연으로 지은양은 매우 오랜 만에 예능 나들이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효리네 민박'은 아가수에게 아주 커다란 선물 같은 휴식을 주게 되죠.

 

 

당시에 만났던 삼남매, 김해시스터즈와 여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훈훈한 미담은 다들 아실테죠? 잠시도 쉬지 않는 워커홀릭인 아가수에게 제주도에서의 2주는 그 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효리네 민박집' 의 회장인 이효리님은 아이유양이 탑가수가 되기 전까지 정상에 있던 아티스트였습니다. 둘의 성향이 매우 다르지만 이효리님은 매우 옛날 아가수가 갓 스물이 되었던 시절에 자신의 뒤를 이을 것 같은 가수로 지은양을 꼽았죠. 그런 인연이 이어진 것인지는 잘 몰라도 이 둘의 만남은 매우 특별했습니다. 

 

 

 

 

 

서로 거의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둘이었지만 '효리네 민박' 을 촬영하는 동안 아가수와 이효리님은 각자 가진 것을 나눠주고 모자란 부분들을 받게 되는 정말 그림 같은 풍경을 보여줍니다. 아마 당대의 이효리라는 아티스트를 기억하는 분들은 거침없는 자신감을 가진 캐릭터라는 걸 아실꺼에요. 탑클래스의 위치에 올라간 둘이지만 자신이 이룩한 것에 비해 늘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아이유양에 비해 이효리님은 늘 내가 최고다 라는 마인드를 가졌죠. 항상 들뜨지 않으려고 자신을 감추는데 익숙한 사람과 자신감이 너무 넘쳐서 그 넘치는 부분들을 억제하고 싶은 두 사람의 모습이 보는 사람들에게 좋은 힐링이 되어주었습니다. 방송을 보면 이효리님이 지은양을 챙겨주는 부분들이 많이 보이는데 실제로 방송에 나온 것 이상으로 더 많은 대화가 오고 갔을 거라고 봐요. 특히 이상순님과도 좋은 대화를 많이 나눴을 것 같습니다. 이효리님이 얼마 전에 출연한 예능에서 매우 인상깊은 이야기를 한 것이 기억나네요. 

 

 

 

 

 

 

 

 

 

 

  

저도 이 부분을 보면서 이상순님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지은양이 얻은 것이 매우 많았을 것 같습니다. 자존감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아이유양에게 따라다니는 숙제 같은 것이었는데...  좋은 멘토들을 통해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지 않았을까요?

 

 

 

 

 

 "사실 아직 좀 많이 슬픕니다. 제가 사람으로써도 친구로써도 뮤지션으로써도 너무 소중했던 한 분을 먼저 미리 먼 곳에 보내드리고, 왜 그분이 그렇게 힘들고 괴로웠는지 그 이유를 어느정도 알 것 같고 또 저도 전혀 모르는 감정은 아닌거 같아서 아직까지도 많이 슬프고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드는데요. 저 뿐만 아니고 아직 많은 분들이 슬프실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근데 우리 다 너무 내일 일이 바쁘고 한달 후도 걱정도 해야되고 1년의 계획도 세워야 되는 사람들이라서 그 슬픈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보내주지 못한 상황이 많이 안타깝고 더 슬픕니다.

기쁠때 기쁘고 슬플때 울고 배고프면 힘없고 아프면 능률이 떨어지고 그런 자연스러운 일들이 자연스럽게 내색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저희 아티스트 분들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을 하시는 분들이니만큼 뭐 프로의식도 좋고 다 좋지만 사람으로써 먼저 스스로 돌보고 다독이고 내색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오히려 더 병들고 아파하시는 일이 없었으면, 진심으로 없었으면, 정말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다들 이제 바쁘시고 내일 할일이 바쁘시니까 시간이 충분하진 않겠지만 수상하신 분들 오늘 하루동안은 마음껏 축하하시고 즐겁게 지내시다가 모두 잘 잤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골든디스크 대상 수상 소감 중에서...

 

 

언급할까 말까 고민이 되었지만 이 내용이 이후 'Love Poem' 과 연결된다고 보기 때문에... 아가수는 2017년 가수로서 최고의 영예를 누리는 순간에 소감으로 위와 같은 얘기를 합니다. '이름에게' 에서 하나 하나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보듬어 기억하겠다고 하였고 골든 디스크에서는 수많은 동료들의 아픔을 위로하겠다고 하네요. 당시 데뷔 9년차. 아가수는 이미 이 때부터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노래를 만들고자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Love Poem - dlwlrma Universe

 

 

 

 

 2018년에도 새로운 앨범이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아가수의 예상보다 엄청난 인기곡이 된 '삐삐' 가 그나마 팬들에게 위안이 되어주었죠. 2016년에 이어 또 한 번 신규 앨범 없이 콘서트를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2018 'dlwlrma' 콘서트에서 아가수는 숨차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어젯밤 이야기' 에 이어 다음 무대가 '너랑 나' 라고 한 뒤에, 차오르는 숨을 진정시키며 "괜찮아요. 나는 나를 믿으니까." 라는 멘트를 합니다.

 

 

당시 이 말이 엄청나게 강하게 와닿았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아가수의 팬으로 지내면서 들어봤던 모든 멘트 중에 가장 자신감이 넘치는 말이었거든요. 그리고 이어진 '너랑 나' 에서 관객들이 "아이유 참 좋다!" 를 외치자 답으로 "나도 내가 좋다~' 라고 합니다. 지은양은 'dlwlrma' 콘서트 내내 자신의 상태가 정말 좋고 행복함을 이야기하며 얼핏 봐도 이전보다 확연하게 높아진 자존감을 보여주었어요. 

 

 

 

<The Matrix, 1999>

 

영화 'Matrix' 를 아시나요? 20년 전 영화라 아마 현재 20대이신 분들까지는 좀 생소하거나 이름 정도만 아실 수도 있겠습니다. 30대, 40대 이상인 분들에게는 굉장히 인상적인 영화로 남아 있겠죠. 매트릭스의 내용을 여기서 다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설명을 드려야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하실 수 있을것 같아서 간략하게 말씀드려볼께요. 매트릭스는 말하자면 가상현실 세계입니다. 인류는 이미 사실상 문명을 잃고 멸종 상태에 가깝게 기계에 의해 지배받고 있는 상태이고 매트릭스는 캡슐 속에 보존되어 있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편하도록 만든 가상현실인 곳이죠. 

 

 

주인공 '네오' 는 이 사실상 거의 멸망한 인류에게 구세주 전설로 내려오는 인물입니다. 다소 성경적인 내용이 많은데요. 아무튼 1편에서 네오는 자신이 가진 가능성, 능력에 대한 믿음, 확신이 없는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그러다 구세주로서 네오를 찾는 몇명 남아있지 않은 실제 인류에게 이끌려 오게 되죠. 어느 정도는 가상 현실 속에서 능력을 발휘하게 되지만 매트릭스에서 그들을 뒤쫓는 요원들에게는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결국 후반부에서 네오는 가상 현실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자신의 한계를 지우며 스스로의 가능성, 능력에 대해 믿기 시작하게 되죠. 그 결과 늘 당하기만 하던 요원과의 대결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이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가 바로 "자신을 믿기 시작했어" 입니다.  

 

 

<The Matrix, 네오의 각성>

 

'dlwlrma' 콘서트에서 자기 스스로를 믿는다는 모습을 보여주며 5시간 반이라는 어마어마한 러닝타임을 보여준 아가수... 그런 그녀를 보며 바로 이 'Matrix' 의 네오가 떠올랐습니다. 생각보다 떨어져 보이는 자존감으로 자기 자신을 위축시키고... 더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아 보이는데 왠지 모르게 주저하던 예전의 지은양에서, 그 날 제가 본 아이유양은 마치 스스로를 믿게 된 네오와 같이 앞으로 자신의 능력을 더욱 더 자신감 있게 보여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전에 '시간의 바깥이 반갑고 고마운 이유' 라는 글을 썼는데요. 소녀 판타지를 떠나 주체적인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와중에 과거를 추억하고 싶은 팬들을 배려하는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고마웠습니다. '시간의 바깥' 역시 판타지이지만 이전까지의 판타지와는 다른 자신의 의지를 품은 판타지라는 것. 서울 콘서트 이후 김이나 작사가님이 올린 내용 중에 정말 인상깊었던 단어가 바로 '이지금 유니버스' 였습니다. '시간의 바깥' 으로 비로소 이전의 소녀 판타지와 현재 이지금 유니버스가 서로 맞닿게 된거죠. 과거 자신이 떨쳐내고 싶었던 부분까지 감싸안고 자신의 길 안에서 끌고 가려는 마음, 그 배려가 너무 대단하고 고마웠습니다.

 

관련글 링크 - 시간의 바깥이 반갑고 고마운 이유

 

 

<Forrest Gump, 1994>

 

[Love Poem] 콘서트 인천 공연에서 아가수는 더블 타이틀이자 아웃트로인 'Love Poem' 의 뮤비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Love Poem' 은 떼창을 염두에 두고 만든 노래라는 것이었죠. 자신이 앞장서서 사막 같은 곳을 걸으며 노래를 하고 있고 뒤를 이어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따라가고 있는 장면... 마치 영화 '포레스트 검프' 에서와 비슷한 장면입니다. 그러다 자신이 돌아서서 따라오고 있던 군중들에게 'Love Poem'의 클라이막스를 열창하고 뒤이어 군중들이 우리가 콘서트에서 했던 것처럼 다함께 떼창을 하는 그런 광경 말이죠. 

 

 

이 장면이 지은양이 'Love Poem' 뮤비를 만든다면 이렇게 하고 싶다.. 라고 말했던 내용입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이번에는 만들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하고 싶다고...ㅎㅎ 저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도 엄청나게 상승한 아가수의 자존감을 느낄 수 있었네요. 군중들을 끌고 가는 상상이라뇨... 그리고 그 사람들이 자신을 따라온다는 생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상상은 아닙니다. 지은양은 이제 좀 더 주체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파하고 싶은거죠. 

 

 

서울 콘서트 일요일 공연 중에 아가수는 자신이 이렇게 노래하고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의 운명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말은 'Love Poem' 의 소개글에 나오는 '이 시를 들어달라는 것. 그리고 숨을 쉬어 달라는 것.' 부분과 연결된다고 봐요. 아마 앞으로도 아이유양은 진심을 가득 담아 사랑과 위로가 필요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줄 겁니다. 부디 지치지 않고 같이 걸을 수 있길...

 

 

아가수는 이른바 '좋은날 3부작' 의 소녀 판타지를 뒤로하고 [CHAT-SHIRE]를 시작으로 [Palette] 를 거쳐 [Love Poem] 으로 자신만의 유니버스(세계관)를 확고히 합니다. 조영철 PD가 말했던 2막은 이런 것이었을까요? 아마도 우리는 현재 실질적인 아이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진행중이겠구요. 

 

 

늘 분명한 목표를 정해놓지는 않는다던 지은양이 근래들어 '최고의 무대' 라는 확실한 목표를 말했습니다. 이번 투어에서 그런 만족감을 얻었는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예전 코린 베일리 래의 내한 공연을 보고 마치 음표가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는 그런 자신이 꿈꾸던 무대를 꼭 이뤄나가길 응원해 보겠습니다. 

 

 

 

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글을 며칠씩 붙잡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길었죠?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께 정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다 읽고나니 뭐 별거 없네.. 하실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내 생각과는 다른데? 라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댓글로 달아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그런 교류들 정말 좋아하거든요. [Love Poem] 에 대해서 더 할 말이 많이 있지만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다 한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제 곧 싱가폴에서 공연을 하게 될 아가수에게 한마디 보내봅니다. 아이유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