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ette] 의 앨범 성격은 대체로 '솔직' 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곡이 전부 그렇다기보다 대부분의 가사가 아이유님의 현재 상태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양새를 갖고 있네요. [CHAT-SHIIRE] 때와는 정반대의 형태입니다. 챗셔는 은유와 비유를 상당히 많이 사용하며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동화같은 스토리를 말하지만 이면을 보면 현재 자신에 대한 여러가지 편견에 대해 꼬집어서 토로하는 듯한 형식이었죠. 팔레트는 챗셔와 비교하자면 힘을 상당히 뺐습니다. 챗셔에서 중요한 것은 타인의 시선이었지만 팔레트에서는 타인보다는 스스로를 관조하는 시선으로 변모했네요.
챗셔에서 아가수님은 나는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는데 왜 사람들은 나를 한쪽으로 정해놓고 바라보는 거지? 라며 누가 뭐라고 하든 내 맘대로 할래... 라고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반면 팔레트에서는 똑같이 자신의 이런 면, 저런 면에 대해서 설명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남들이 들어주든지 말든지 크게 개의치 않네요. 그저 담담히 나는 이래... 그냥 이래... 라고 말할 뿐입니다.
[Real] 의 '좋은날' 부터 [Palette] 의 '팔레트' 까지 아이유님의 타이틀곡은 일관되게 아이유님 자신을 노래합니다. 그리고 그 주제를 관통하는 단어는 바로 '시간' 이라고 봐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얘기를 써내려가보자 합니다. 서론이 길었으니 바로 트랙리스트와 함께 리뷰를 시작해 볼께요~ 지난 팬사인회에서 아이유님이 정확하게 진단해주었듯이 저는 '성의'라는 고질병을 앓고 있어서 글만 썼다 하면 길어지기 때문에(글쓰기를 잘못배운것 같아요. ㅜㅜ)글을 읽어주시기에 앞서서 심호흡을 한 번 하시는 걸 추천할께요. ^^;
이 지금(dlwlrma) - 매우 반짝이는 건 바로 지금
노래를 듣기 전부터 '이 지금' 이라는 노래는 산뜻, 발랄한 노래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대로였습니다. [CHAT-SHIRE] 에서 '새 신발' 이 그런 역할을 맡았던 것처럼 '이 지금' 또한 앨범의 인트로로서 앨범을 듣기 시작하는 리스너들에게 긴장을 풀고 반가운 인상을 주는 그런 곡이네요.
'이 지금' 은 또한 다음 트랙인 '팔레트' 와 그 흐름을 같이 합니다. 간단한 내용은 미래에서 온 누군가(미래의 아이유로 추정)가 현재의 아이유님에게 지금의 소중함을 말해주는 형식을 띄고 있네요. 아이유님의 이제까지의 곡들을 살펴보면 '시간' 이라는 것으로 스스로를 투영하는 모습을 강하게 보여왔습니다. '좋은 날', '너랑나', '분홍신', '스물셋' 등의 타이틀 곡들을 살펴보자면 모두 아이유님의 시간(세월)과 관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꺼에요.
있지 그곳도 사실 바보들 투성이야
미래에서 찾아온 화자가 말합니다. 내가 온 곳도 바보들 투성이라구요. 시간이 지나 경험과 지식이 많아진다고 달라지는 건 별로 없다는 말입니다. 이 '바보' 라는 말에 대한 아가수님의 인터뷰가 있는데요. 예전에 관련해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함께 읽어보시면 아이유님이 말하는 바보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실 수 있을 꺼에요.
관련 게시글 링크 - 아이유가 바보라서 좋다
아니 매우 반짝이는 건 오히려 Now now now
이 하루 이 지금 우리 눈부셔 아름다워 이 불꽃놀이는 끝나지 않을 거야
이제까지 '좋은 날', '너랑나', '분홍신', '스물셋' 등에서 자아에 대한 두려움, 고민 등의 감정을 표현하던 것에 비해 확실하게 '나는 지금이 좋고 지금이 가장 눈부시고 아릅답다' 라고 하네요. '스물셋' 에서 나조차도 내가 어떤지 잘 모르겠다고 했던 것에 비하면 확실한 자기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서 나(아이유)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우리의 지금도 눈부시고 아름답다면서 천진난만한 불꽃놀이를 계속 하자고 하네요. 앞으로도 아가수님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즐겁고 행복하길 바래봅니다~
'이 지금' 을 1번 트랙으로 선정한 것은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귀에 들어왔거든요. 처음부터 인트로로 선택하고 골랐겠지만, 어찌되었든 첫 곡이 듣기 좋으면 남은 곡으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우니까요. 다른 어떤 곡보다 정말 상큼하게 들려주는 아가수님의 음색은 그야말로 명불허전~ 말하듯이 노래하는 그 특유의 목소리로 인해 이야기에 집중을 하게 됩니다. 단지 '이 지금' 뿐만 아니라 많은 곡들이 솔직한 지금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보니 더욱더 말하듯이 노래하는 아가수님의 장점이 두드러지게 되네요.
더 놀라운 건 지금부터야~
팔레트(Palette) - I've truly found
트랙리스트를 처음 봤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타이틀이 2번 트랙으로 상당히 앞에 위치했던 것이었습니다. 예전에 이 트랙리스트를 구성할 때 단순하게 곡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나름 위치마다 각각의 의미를 가진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요. 인트로에 이어 바로 앨범의 가장 중요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타이틀곡을 배치한다는 것은 자칫 뒤에 남은 곡들을 지루하게 만들 여지가 있습니다.
관련 게시글 링크 : 3집 모던 타임즈의 클린업 트리오
앞서 챗셔의 인트로인 '새 신발'과 다르게 팔레트의 인트로인 '이 지금'이 단순하게 인사 정도의 의미를 넘어 다음곡 '팔레트' 까지 흐름을 같이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현재의 소중함, 아름다움을 노래한 '이 지금' 에 이어 'Palette'가 아이유님 스스로의 현재를 노래하는 '팔레트' 로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흐름이 이어지기 때문에 '팔레트'를 다소 앞에 배치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사를 살펴보면 은근히 챗셔 때와 마찬가지로 대중들이 원하는 IU 라는 브랜드에 대해 '난 그것보다 이것' 이라는 식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따로 있다고 말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핫 핑크' 와 '진한 보라색' 이죠. 일반적으로 '핑크(pink)' 는 소녀, 귀여움, 여성적, 화사함 등을 대표하는 단어이고, '보라(purple)'는 고귀함, 야망, 부, 창의력 등을 대표하는 단어입니다. 흔히 바이올렛과 퍼플을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색의 뜻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에 구분해서 봐야해요. 기사를 통해 노주희 코디님이 '퍼플은 아이유가 좋아하는 컬러다' 라고 말씀해주셨으므로 아가수님이 말하는 보라는 바이올렛이 아닌 퍼플이라고 하겠습니다.
관련기사 링크 : [스타일 아이콘] 스물 다섯, 아이유의 색깔은
'좋은날', '너랑나', '분홍신' 으로 대표되는 소녀소녀한 아이유는 핑크로 표현됩니다. 아가수님은 그것보다 진한 보라색이 좋다는 가사로 핑크로 대표되는 아이유를 거절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은날 부를 땐 참 예뻤더라' 라는 식으로 완전히 자신에게서 핑크색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스물셋' 때처럼 도발적인 말투로 말하기보다 다소 힘을 빼고 담담한 느낌으로... 핑크보다는 보라가 좋아~ 라고 말하면서 완전히 핑크를 자신에게서 부인하지 않죠. 나는 이게 제일 좋긴 하지만 이런 부분 또한 나(아이유)다 라며 예전에 비해 확연하게 편안해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2014년 7월 7일에 방송된 '힐링캠프(김창완, 아이유, 악동뮤지션 출연)' 에서 아가수님은 "사춘기라 할 만한 시절이 없었다. 스스로 사이보그 같다고 느꼈다. 오히려 요즘이 사춘기 같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 남들보다 일찌감치 사회생활에 뛰어들어 한참 스스로에 대해서 고민하고 방황할 시기를 지나쳐버렸던거죠. [CHAT-SHIRE] 가 바로 그 뒤늦은 사춘기의 산물이라고 본다면 [Palette]는 어느 정도 사춘기를 지나 정체성이 확립된 자아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이들은 '이 지금'과 'Palette' 에서 겨우 스물 다섯에 불과한 나이에 득도한 모양새로 세상을 달관한 듯한 얘기를 하는 것이 마치 중2병 같은 느낌이 난다고도 합니다. 40대를 살고 있는 제 시선에서 보면 그런 의견에 일견 동의하긴 합니다만... 아가수님은 어느덧 10년 가까이 사회 생활을 해왔고 그 과정 또한 치열하기 그지 없었으니 스물 후반대에 사회에 진출하는 일반인에 비해 일찌감치 성숙해졌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리고 후에 아이유님이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될 무렵 이 스물 다섯을 표현한 노랫말을 보고 손발이 오그라들고 이불을 걷어차는 감정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그것 또한 오로지 스물 다섯이라는 나이에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고 보고 싶네요. ^^;
각종 매체에서 자기 스스로에 대한 확신, 자신이 없는 듯이 말하는 아가수님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제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온 노래들은 모두 아이유라는 가수의 본인 스스로를 노래한 것들입니다. 아티스트가 자기 스스로의 시간, 성장 을 주제로 노래하면서 대중들에게 이런 사랑을 받는 다는 건 엄청난 행복이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할까요? 이제 조금 자신에 대해서 알 것 같다고 말한 만큼 앞으로 나올 아이유님의 음악세계도 좀 더 분명한 자기 색이 드러나리라고 봅니다.
이번 [Palette] 는 보시다시피 '이지금, 팔레트' 는 아이유님 본인에 대한 이야기, '이런 엔딩, 사랑이 잘, 잼잼, 마침표, 밤편지, 그렇게 사랑은' 까지는 사랑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 그리고 '이름에게' 까지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실상 아웃트로가 없다시피한 [Palette] 인지라 개인적으로는 이 '팔레트'가 아웃트로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고 봅니다. 인트로와 아웃트로가 연달아 나오는 희한한 구조가 되긴 합니다만... ㅎㅎ '팔레트' 의 마지막에서 "아직 할말이 많아. I've truly found." 라고 말하는 부분은 앞으로 이어질 아가수님의 음악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네요.
음감회에서 자신의 자작곡이 타이틀이 된 것에 대해 수줍음을 표시했던 아이유님이었는데요. 정말 기쁘게도 [Palette] 에서 유일한 자작곡인 '팔레트'가 여전히 각종 음원차트에서 Top3 안에 머물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자작곡을 타이틀로 내세웠던만큼 부담감도 적지않았을텐데 이렇게 모두의 사랑을 받으니 얼마나 기쁠까요? ^^;
'이 지금'과 '팔레트' 두 곡이 [Palette] 에서 전달하는 주요한 메세지가 담겨있다고 보고 따로 묶어서 애기해보겠다는 것이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ㅠㅠ 어쩔 수 없이 '이런 엔딩, 사랑이 잘, 잼잼, 마침표, 밤편지, 그렇게 사랑은' 으로 묶이는 아가수님의 사랑 이야기는 2부에 말씀드려보겠습니다. 그럼 2부에서 뵈요~ 아이유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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