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마지막날 오후 네시. 우리 아이유님의 정규 4집 'Palette' 를 기념하는 팬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코엑스 메가박스 자리에서 약 2시간여에 걸쳐서 정말 치열한 추첨 경쟁을 뚫고 선정된 100명의 팬분들과 아가수님이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네요. 이번 팬사인회가 여느 사인회보다 많이 과열되어 조금 우려스러운 현상을 보이긴 했습니다만... 일단 그건 다른 글에서 언급해보려고 합니다.
코엑스에 오후 3시 정도에 도착하였습니다. 정말 날씨가 좋다못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따뜻(?)해서 생각했던 옷들은 다 내던지고 그냥 가볍게 남방 하나 걸치고 갔네요. 영풍 문고 측에 문의했더니 음반구매했던 곳으로 와서 확인도 받고 좌석표도 추첨해야한다고 하더군요. 사실 좌석표야 100번이 나오면 뭐 어떠냐~~ 팬사인회 가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지~ 라는 생각이었지만, 막상 추첨함을 눈 앞에 두니까 그래도 제발 앞자리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
그렇게 간절한 맘으로 한 번 선택했던 표를 버리고 다시 잽싸게 움켜쥔 표의 자리는 스물 두번째였습니다. 나름 선방한 느낌이었어요. 팬사인회 자리에 연연하는 이유를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알려드리면, 당연하게 좌석번호 순서대로 사인을 받기도 하지만 남은 시간 동안 계속 아리따운 아가수님을 감상(?) 할 수 있기 때문에 앞자리 일수록 생생하게 변화하는 그 표정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뒷자리는 오래 기다리기도 해야하고 앞자리와 같은 잔재미를 느끼기는 힘들죠. 암튼 세번째 줄에 앉게 되어서 흐뭇한 마음으로 메가박스로 이동하였습니다.
3시 20분 정도였는데요...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 해서 이곳에 뭔 일이 있긴 있구나 하고 단번에 알아볼 수 있겠더군요. 주변에도 저기 누가 오나봐~~ 하면서 모이기도 하고... 암튼 사인회에 참여하는 100명보다 몇배는 많은 인파가 사인회장을 둘러싸고 아이유님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좌석표 확인을 시키고 입장해서 약 30여분을 기다렸는데요. 기다리는 내내 팔레트가 계속 울려퍼져서 노래 외우기는 정말 좋았어요. 반시간을 따라부르다보니 기분이 점점 업되는 것 같았습니다~~ ^^;
오후 4시가 넘어서 아이유님이 나올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웅성거림이 커지더니만 우와~~ 아가수님이 짜잔~ 우아하게 등장! ^^; Palette 무대에서의 똑단발이 아닌 약간 컬이 들어간 머리와 함께 부농부농하면서 나름 섹시미를 은근히 풍기는 의상까지 더하여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모습이었습니다. 관계자분이 함성 자제해 달라고 했지만 우주대스타가 나오는데 어디 그게 되나요? 저 위 2층에서 구경하시는 분까지 모두 대동단결하여 "우와!!!" 하는 우렁찬 함성과 함께 방긋 웃으며 아이유님이 자리했네요.
사실 오늘 앨범에 사인 받으면서 '꽃갈피' LP 에도 사인을 함께 받아볼까 싶어서 들고왔는데 앨범 빼고 아무것도 들고나오지 말라는 엄포가 있어서리.. ㄷㄷ 제 앞에 먼저 사인 받는 분들 중에도 아무도 다른 것에 사인 받는 분이 없어서 그냥 슬며시 포기했네요. ㅠㅠ 언젠가는 꼭 LP를 품에 안고 사인 받고 싶습니다아~~~~~
스물 두번째라 금방 차례가 오더군요. 포스트잇에 질문 한가지씩 써서 붙이라고 했는데 저는 그냥 제 닉네임이 써진 포스트잇 말고는 따로 붙이진 않았네요. 아.. 현장에서도 있었던 일인데 영풍문고 측에서 포스트잇에 이름을 써서 앨범에 붙이라고 했다고 대부분 그렇게 하셨더군요. 딱히 이름을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들이 그걸 강제할 이유도 없구요. 저는 어차피 이름 써봐야 알지도 못할테니 굳이 쓸 이유가 없죠. 전 그냥 '류겐' 이라는 닉네임만 달랑 써서 들고 나갔네요.
제 앞이 유명하신~ 직찍러 '미스터 신' 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유님과 한참을 얘기하더라구요. 무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내심 부럽더군요. 그리고 제 차례가 왔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사인회는 어떤 이야기를 먼저 꺼내느냐에 따라서 대화의 분량이 좌우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조금 과감하게 시나리오를 짜봤더랬습니다.
일단 이야기의 주제는 얼마 전에 모두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간 '이름에게' 라이브 영상입니다. 저녁에 홀로 있을 때 스피커를 켜고서 감상하는데 온몸으로 노래하는 그 모습에 전율을 넘어서 압도되는 느낌까지 받게 되더군요. 이런 느낌은 대선배들이 '나는 가수다' 에서 보여주었던 그런 모습을 볼 때와 흡사했습니다. 아... 우리 아가수님이 이런 포스를 풍기게 되다니... 이제까지 아이유님이 노래를 할 때 아름답다, 예쁘다, 잘한다~~ 등의 느낌은 많았지만 이렇게 압도적으로 멋지다 라는 기분을 느껴본 것은 처음이었어요.
마치... 신들린 듯한 느낌었달까요? 그래서 과감하게 첫 멘트를 '이름에게 라이브 클립 봤는데 정말.. 미친것 같았어요...' 라고 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놀란 아이유님이 "네?" 하고 물어보면 "신들린 것처럼... 정말 곡에 미쳐서 노래하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하는 것이 시나리오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다크한 포스를 거침없이 풍기시는 경호팀장님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감시하시고 심지어 귀도 가까이 대시면서 이놈이 무슨 말을 하나 보자.. 하시기에 급 쪼그라든 마음으로 '미친..' 이라는 과감한 단어는 포기했습니다. ㅠㅠ
닉네임 달랑 하나 붙어 있는 앨범을 건네자 아이유님이 제게 건낸 첫 마디는 "오랜 만이에요~" 였어요. 음... 모던타임즈 팬 사인회 이후로 처음 가보는 사인회니까 3년 반 정도... 오래 되긴 했네요. 그리고서는 언제나 글 잘 보고 있다고 하더군요. ㅎㅎ 그래서 여기서 살짝 드립을 쳐봤습니다. "저 요즘 글 잘 안쓰는데요?" 하지만 어느새 햇수로 데뷔 10년차인 아가수님은 쉽사리 낚이지 않더군요. 전혀 당황하지 않으면서 늘 긴 글 써주셔서 잘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노련한 아가수~~ 쳇....
인사는 그렇게 지나가고 앞서 말씀드린 시나리오를 전개하고자 하였지만 그만 딱 마주친 경호팀장님의 '지켜보고 있다..' 라고 말씀하시는 듯한 눈빛에 수위를 팍팍 낮춰서 "이름에게 라이브 클립 정말 잘 봤어요" 라고 시작했네요. 혼자 그 라이브 클립 보다가 눈물 흘렸다고 하니까 "그래요?" 하길래 "정말 멋졌어요~ 진짜 나가수 선배들 같이... 임재범씨 같은 느낌이었어요." 라고 하니까 살짝 부끄러운지 슬며시 웃더라구요.
"콘서트에서 이름에게 듣는 것 정말 기대됩니다" 라고 했더니 아가수님은 "저는 정말 부담스러워요" 라네요. 아무래도 보통 힘든 곡이 아니고 더군다나 음감회에서 말했던 것처럼 마지막 엔딩 무대를 장식할 노래로 딱 정해놨는데... 거의 3시간을 노래하다 이 초고난이도의 노래 '이름에게' 를 부를 생각을 하니 부담스러울 수 밖에요. 저도 그 입장이면 그랬을 것 같았습니다. 음감회에서 호기롭게~~ 상상이 막 되지 않아요? 하면서 팬들의 가슴을 막 부풀려 놓긴 했지만 뭐 걱정되는 건 어쩔수 없었던거죠.
"예전까지는 콘서트에서 늘 즐겁고 웃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눈물바다일 것 같아요." 라고 하는데 여전히 아이유님 표정이 걱정스럽길래 "뭐 이번에는 아예 눈물 바다로 만들어 버리는게 어때요?" 라고 했더니만 그제서야 웃으면서 "그럼 한 번 그래 볼까요?" 라네요. ㅎㅎ
인증게시판을 보니 이번에 사인 받은 앨범들을 많이 올려주셨던데... 가장 많이 보이는 멘트가 바로 "늘 건강하세요" 더군요. 조금 오래된 팬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기본 사인 멘트입니다. 아이유님 팬사인회 가서 따로 이렇게 적어달라고 안하면 그냥 "늘 행복하세요" 라고 아이유 매크로가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아가수님도 100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일일히 사인 해주는데 가끔은 쉬어가야죠. ㅋㅋㅋㅋ
Dear. 류겐님.
저랑 오래오래 함께 해요.
늘 성의 넘치는 글 감사드려요~
제게 써 준 멘트입니다. '성의' 라는 글자를 판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만... ㅎㅎ 오래 오래 함께 해달라는 말은 제가 그렇게 써달라고 한 거에요. 지난 번에 인터뷰에서 롱런이 하고 싶다고 하길래... 당장 Palette 만이 아니라 아이유라는 가수로서도 롱런하길 바라고 그 곁에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써달라고 했네요. 더불어서 앞서 말했던 '긴 글'에 대해 성의 넘친다는 피드백을 주었네요. ㅠㅠ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글만 썼다 하면 길어지는 '성의' 라는 병을 앓고 있는 저를 정확히 진단해주었어요. ^^; 농담이구요. '정말 이래서 또 나는 글을 계속 써야만 하는 구나...' 하는 뭔가 좋으면서도 워낭 달린 소가 된 느낌? 아이유님이 읽어주신다니 어찌 안쓸수가 있겠습니까~~ ^^;
제 차례가 끝나고 다시 사인회를 진행하는 아이유님을 계속 지켜보았는데요. 제 주변에 미스터신님을 포함하여 유명한 직찍러님들이 다수 포진하고 계셔서, 그 분들이 아가수님을 부를 때마다 이쪽을 쳐다봐줘 괜스레 아이컨택하는 기분을 만끽했습니다. 오늘 꽤 좋은 날이었네요. 그러고보니... ㅎㅎ
다른 글에도 쓰겠지만... 확실히 이제 아가수 팬층에는 여성분들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이번 사인회에서도 여성분들이 남성분들보다 많다고 느껴졌을 정도였어요. 여팬분들이 사인 받으러가면 남팬들보다 더 많이 챙겨주는 모습을 보며 조금 서운함도 느껴졌지만 그렇게도 원하던 여팬들이 이렇게나 많아졌다니.. 팬으로서 정말 기뻤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중국팬분들이 많이 보였는데요. 살뜰히 챙겨주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도 중국에서도 더욱 많이 사랑받겠구나.. 했네요.
'Palette' 가 흘러나올 때 응원법을 외쳐서 아이유님이 손사레를 치며 그만해달라고 하거나 '지은공주님~~' 하고 외치니 셀쭉해 하면서 "제발 하지마~" 라는 표정을 짓는 등 소소한 재미가 있었던 이번 사인회였는데요. 그 중 백미는 바로 어떤 남성 팬분과 경호팀장님과의 포옹이었습니다. 여팬분들은 대부분 원하면 아가수님이 포옹을 해주었지만 남팬분들은 경호팀장님이 번개같은 손놀림으로 제지하곤 하였는데.... 그 남성팬분이 지은양 쪽으로 가길래 제지 당하겠구나~ 하던차에 팀장님을 덥석~ 안아버리는 겁니다. 헐... 대박~~ 저 이제까지 팀장님 몇년을 보아왔지만 이렇게까지 얼굴 빨갛게 상기되는거 처음 봤어요~~ ㅋㅋㅋㅋ 아이유님도 재미있어서 깔깔 웃고... ㅋㅋ 아마 직찍이나 직캠이 올라올테니 한 번 보세요. 진짜 대박 사건이었습니다~~
2시간 정도 사인회가 진행되었는데요. 사인회 장소의 좌석이 계단이라서 솔직히 2시간 동안 앉아있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엉덩이에 멍드는줄 알았다니까요. 킁... 아이유님도 2시간 꼬박 앉아서 사인하느라 힘들었는지 일어서면서 허리를 토닥토닥~ ㅎㅎ 그럼에도 눈 앞에서 방긋 방긋 웃으며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는 아이유님을 보느라 그저 좋았네요. 방송 활동 하면서 1위 할 수 있던 것도 모두 여러분 덕분이라고 하며 저희에게 공을 돌리는 아가수~~ "다음에도 방송 활동 또 할까요?" 하고 묻길래 모두 한마음 한 뜻으로 우렁차게 "네!" 라고 답했네요.
아가수님이 떠나고 남은 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여운을 즐겼습니다.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처음 사인회를 다녀왔을 때와 같은 흥분과 설레임은 많이 떨어졌지만 "오랜만이네요~" 라는 인사를 나눌 정도로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진 사이라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사인 멘트처럼 오래 오래~ 아가수님과 함께 하고 싶네요. 이번 팬사인회에 못가게 되신 분들은 다음 번에는 꼭~ 갈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어느새 주말이 다 지나가버렸네요. 모두 푹 쉬시길~~ 아이유 참 좋다~~
P.S. 궁금하실 분들이 계실테니 몇가지 알려진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이번 콘서트는 지방에서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전국 투어라는 말이지요.
그리고 공식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사인회가 추가로 지방에서 있을 수 있다고 하네요.
음감회에서 주말에 해달라는 팬의 요청도.. 지방에서도 해달라는 요청도 다 들어주는 우리 천사 이지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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