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신디, 굿바이 백설공주>
1. 프로듀사의 시작
우선 프로듀사라는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서 지은양에 대한 얘기를 해야겠네요. 이제 다들 아시겠지만 프로듀사는 KBS에서 대놓고 케이블 방송,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tvN에게 밀려난 부분을 만회(또는 역전)하고자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입니다. KBS 출신으로 tvN으로 이적해간 나영석, 신원호 PD가 아주 맹활약하고 있고 케이블 채널의 저변이 많이 확대되면서 점점 고리타분한 지상파 방송들이 지분을 잃어가고 있죠. 케이블 채널의 자유로움이 익숙해지는 시대에서 지상파 방송이 가지는 한계, 즉 반드시 들어가야하는 러브라인, PPL의 제한성, 표준말 사용의 제한 등등 여러가지로 지상파 방송이 한계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KBS가 지상파 첫 예능 드라마라는 도전을 하게 됩니다.
1) 캐스팅
캐스팅 소식이 들려온 순서는 차태현, 공효진, 아이유, 김수현 순이었습니다. 그리고 연출 총괄로는 '개그콘서트'의 서수민 CP, 메인연출로는 독립영화 연출 등으로 실험적인 정신이 강한 윤성호 PD,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로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주는 박지은 작가가 정해졌습니다. 이 정도의 캐스팅이면 소위 말하는 어벤져스 급이라고 할 수 있는거죠. 거기에 OST 목록을 보시면 더 어마무시 합니다. 다 열거하긴 그렇지만 OST의 여왕 백지영씨를 비롯해서 이승철, 김범수, 김연우, 알리, 린, 여행스케치, 그리고 아가수까지 이름만 들어도 절로 고개가 끄덕일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우선 안정감을 위해서 차태현, 공효진 두 배우가 구상이 되었을테고 신디 역할에는 소속사에서 특출난 한 명이 회사를 이끌어가면서 노래도 잘해야 하고 연기도 되는 그런 배우를 찾다보니 '아이유양이 딱이로구나~' 해서 선정, 그리고 막판에 "대박 한 번 노려보자!!" 라는 심정으로 김수현군에게 노크~ 이제 숟가락으로 떠먹기만 하면 될 것 같은 소위 말하는 차려진 밥상이 완성되었으리라고 봅니다. 이 구성에서 말아먹는다면 그건 정말 드라마가 각종 악재 등으로 총체적인 난국에 빠지지 않는담에야 절대 그렇게 될 수가 없을것 같았습니다.
<프로듀사 어벤져스>
2) 프로듀사 이전까지의 배우 아이유
자타가 공인하는 로코물의 대가 차태현, 공효진 그리고 대세 오브 더 대세라고 할 수 있는 김수현군이 주연으로 발탁되었습니다. 이 캐스팅을 보고 아이유양이 이 가운데서 두각을 나타내리라고 기대하기는 좀 어려웠죠. 저 또한 아마도 저 세명의 삼각관계 속에 갈등을 유발하는 서브 주연 정도가 아니겠는가? 했습니다. 그냥 제가 연출자나 작가라면 당연히 그렇게 써먹었을것 같았거든요. 아무리 지은양에 대한 팬심이 대단해도 현실 속의 아배우는 위 쟁쟁한 세 배우에 비하면 아직은 내세울게 부족하니까요. 그리고 역설적으로 내심 (가수로서, 아이돌로서의 위상으로는 위 세명의 배우에게 절대 꿀리지 않을 아이유양이지만 그것에 기대지 않고) 오롯이 배우의 역량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습니다.
사람 마음 다들 비슷하다고 이전 '최고다 이순신', '예쁜 남자' 캐스팅 소식이 들려올 때의 팬들의 격한(?) 반응들(궁금하신 분들은 프롬유에서 지은양의 글 찾아보세요. 아마 지은양 상처 많이 받았을꺼에요. 쩝..)과는 달리 이번 프로듀사는 아주 대환영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새 앨범을 기다리던 와중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런 구성이라면... 이런 드라마라면!! 이제 드디어 아배우가 날개를 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가 자연스럽게 생기는 프로듀사였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마음과는 달리 인터넷상의 반응은 조금 냉정했죠. 여전히 아배우의 연기력에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이 대다수였습니다. 최순신, 예남이 인상깊은 흥행을 하지 못하였기에 타이틀롤이었던 지은양이 그 십자가를 지는 것이 당연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상당수는 지은양의 연기를 제대로 보지도 않았을거라고 생각해요. 그저 시청률이라는 숫자놀음과 기사 조금을 보고서 그런 선입관들을 품고 있는 것이겠죠. 게다가 국민여동생이라는 가수로서 다진 이미지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드라마에 몰입해서 본 분들은 아이유양의 연기가 대단하다고는 하지 않아도 '나쁘지 않다, 좋은 편이다' 라고 했죠.
아마 다들 프로듀사 방송시작하기 전부터 계속 사람들 반응 보셨겠죠? 어떻던가요? 제가 느끼는 체감상 분위기는 거의 1:9로 '미스 캐스팅이다', '연기 잘하는 3명에게 뭍어가려는 끼워팔기식 수작이다', '제발 아이유는 연기 하지 말고 노래만 했으면 좋겠다' 는 식의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솔직히 1:9라고 표현한 것도 후한 표현일 정도로 비난 일색이더군요. 슬슬 아이돌에 대한 편견들이 사라지는 추세이긴 합니다만.. 여전히 키워팔기식으로 아이돌을 밀어넣는 구태가 만연해 있는터라 아이유양 또한 그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습니다만... 이번 프로듀사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KBS가 작정하고 달려들었습니다. 언론플레이도 넘치게 많았다 싶기도 했구요. 제가 지금까지 본 KBS 드라마 중에서 이렇게 일찌감치 프로모션 영상까지 제작해가며 광고를 한 드라마가 있던가? 싶을 정도였고, 제작발표회에서 차태현씨가 이런 기대감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을 정도로 애시당초 작게 실험적으로 시작하려고 했던 프로듀사가 너무 큰 기대를 받는 자리에 오게 되면서 주연 4인방 또한 심한 부담감을 지게 되었습니다. 아이유양은 그 와중에도 잘못된다면 가장 집중포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죠. 잘되면 아마도 김수현군이 잘해서 라고 하겠지만, 만약 못되면 그 비난의 화살은 아마도 넷 중에서 가장 일천한 경력을 가진 지은양에게 쏟아질것이 뻔한 일이었습니다.
<사랑해요 소니느님~~굽신굽신~)
2. 프로듀사 종영 이후의 아이유
1) 다소 부진했던 시작
12회. 방송분량으로만 보면 미니시리즈 16부작 정도의 분량으로 프로듀사는 막을 내렸습니다. 첫 방송이 시청률 10.1%를 찍으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 비교적 무난한 출발을 한 것 같았지만.. 첫 방송이 방영되기 전까지 잔뜩 부풀린 기대에 비하면 뭔가 모르게 느릿한 편집, 집중이 되지 않는 산만한 구성, 그리고 첫주에는 늘 있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 분량까지.. 첫회부터 대박의 기운이 느껴지지는 않았죠. 게다가!!! 신디의 분량은 왜 이렇게 작은 것이냐!!!! 버럭~~
둘째주부터 표민수 PD가 연출을 맡는다고 하여 좀 더 기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더군요. 어찌보면 새롭고 모험적인 부분은 많이 사라지고 안정을 택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였습니다.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재미가 생겨나더군요. 신디와 매니저 사이의 케미도 좋고 각 캐릭터간 갈등이 생겨나면서 점점 재미있어졌구요.
극 초반에서 중반까지 프로듀사는 김수현, 공효진, 차태현 이 셋의 삼각관계에 집중하게 됩니다. 우리가 원하는 신디의 분량은 여전히 부족해 보였죠. 그간 아이유양의 연기에 대한 평가도 그닥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늘 뚱한 표정, 냉정해 보이는 모습 등은 소위 말하는 대중이 원하는 아이유의 모습이 아니었나봐요. 다들 뭔가 어색하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이다 라는 둥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5회까지 시청률도 그다지 오르지 않으면서 비판적인 기사들까지 나오더군요.
<이제 반격이닷!>
2) 신디의 반격~
시나리오 상 예정되어 있던 것인지 아니면 뭔가 변화를 주기위한 처방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중반부터 신디의 분량이 급상승합니다. 갑자기 2배에서 3배 가까이까지 늘어나게 되는데요. 본격적으로 신디가 백승찬에게 빠져드는 부분을 그려나갔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아니러니하게도 다른 세명의 배우에 비해 기대감이 가장 낮았던 아이유양이었지만 이 때부터 순간 시청률 1위를 독식하며 소위 말하는 하드캐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넷상의 분위기도 달라지더군요. 다른건 몰라도 백승찬과 신디가 나올 때 가장 재미있더라..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렇게 마지막 주 전까지 최고 순간 시청률을 독식하며 프로듀사에서 존재감을 뽐낸 신디 덕분인지 분량이 점점 늘어나게 되더군요. 혹자는 그 덕분에 차태현씨가 보여줘야할 분량이 사라졌다고 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마지막 주는... 아시다시피 '신디 일병 구하기' 가 되었죠. 그렇게 아배우는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시작에서 끝날 즈음에는 가장 스토리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주 다분히 팔이 안으로 굽은 평가라는 것 잊지 마세요~ ^^;
<개인적으로 프로듀사 베스트씬>
3) 대중의 시선 변화
이렇게 극의 중심에서 열연을 하다보니 대중들의 평가가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아이유 연기 많이 늘었다', '이제까지 몰라봐서 미안하다' 등 프로듀사 시작부터 초반까지의 안좋은 반응들이 다 사라지고 대부분 긍정적이고 좋은 평가들로 바뀌었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바로 아배우를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드림하이의 필숙이, 최순신의 순신이, 예남의 보통이도 물론 어느 한 명 빠지지 않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지만 대중이 이 정도로 사랑해주는 캐릭터는 아니었죠. 하지만 신디는 다르더군요. 아이유라는 존재보다 신디에게 더 빠져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제껏 지은양이 연기할 때마다 대중들의 반응을 보아왔지만 이런 경우는 솔직히 처음이었어요. 막방 이후 신디를 보내기 싫어하는건 단지 아이유양의 팬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
4) 드라마팬 유입
무엇보다 고무적인 부분은 바로 드라마팬들의 팬카페 유입입니다.
< 프로듀사가 방영된 5월 둘째주부터 6월 둘째주까지의 팬카페 회원수 증가 추이>
위 통계를 보시면 첫 방송이 시작되는 5월 둘째주부터 팬카페 유입이 점점 늘어나더니 막방이 있는 6월 둘째주에는 무려 1600여명이 가입하게 됩니다. 현재는 17만명이 넘어가게 되었죠. 그렇습니다. 바로 소위 말하는 드덕들이 생겨난 것이죠. 오롯이 연기를 통해 아이유라는 사람이 궁금해지고 팬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대폭 늘어난 겁니다. 지은양도 프롬유를 통해서 늘어난 회원수에 대한 관심을 보였으니 아마도 대강 이 부분에 대해서 알고 뿌듯해 하고 있으리라고 봅니다.
<아듀 프로듀사. 아듀 신디~>
프로듀사는 자체 시청률 17.7%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솔직히 KBS 스스로는 전폭적인 지지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요즘 주말 드라마조차 10%대 시청률이 나오는 터라 이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흥행이 된 것이라고 봐야겠죠. 팬으로서는 당당히 흥행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필모그라피가 생겨서 정말 좋습니다. 그 동안 말아먹었다라는 오명을 써야만 했던 아배우에서 이제는 당당히 명배우들 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낸 그런 배우가 된 것 같아 정말 기쁘네요.
그리고 아이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캐릭터가 생겨서 더욱 더 기쁩니다. 아마 이제 사람들은 아이유의 연기하면 신디를 떠올릴 것이고 신디 얘기를 하면 아이유가 생각날 겁니다. 프로듀사가 시작할 때부터 팬들이 원하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죠. 흥행배우, 그리고 캐릭터가 사랑받는 배우로서 아이유양이 인정받길 바랬던 것이 드디어 이뤄졌습니다. 게다가 프로듀사는 이미 중국에 수출된 상태이고 본격적으로 프로모션까지 진행될 예정이니 지은양 이제 원하던 중국진출까지 할 수 있게 되었네요. 부디 이 좁은 한국 뿐만 아니라 사람이 바글바글한 중국에서도 더 많이 사랑받는 아이유양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먼저 감사드려야겠네요. 솔직히 그냥 반으로 나눌까 싶다가도 내가 뭐라고 글을 두 개로 나누기까지 하나 싶어서 그냥 한 번에 쓰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글 자주 올리던 때를 기억하시는 분이 앞으로도 글 자주 써달라고 하셔서 기쁘기도 했구요. 무엇보다 제가 지은양을 아끼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 중 제일 잘하는 것이 그나마 이렇게 글을 써 올리는 것인데 이놈의 손가락이 제 말을 듣기 시작해서 기쁩니다. ^^; 아이유양이 남은 한 해 동안에도 여러가지 재미있는 일이 많을거라고 했으니 우리도 열심히 응원해주면서 함께 즐겨야겠죠. 정말로 아이유양 팬이라서 다행이고 즐겁네요~~ 아이유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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