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연인이 종영한지 어느새 2주가 되었습니다. 드라마에 대해서는 이래 저래 할 말도 많지만 아직은 그 여운을 간직하고 싶기에 오늘은 그 여운을 좀 더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합니다. 어쩌면 많은 분들이 바래마지 않는 소망을 깰 수도 있기에 사실 조금 미안한 마음도 갖게 된다는걸 미리 말씀드리고 싶네요. ^^;
일단 <달의 연인> 자체가 중국에서 대히트를 한 <보보경심>을 리메이크한 드라마라는 것은 다들 아실 겁니다. 원작은 35부작의 대하 드라마에 가까운 분량인데 <달의 연인>은 한국의 제작 현실 때문인지 무려 15부를 축소하여 20부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잘 만들기로 소문난 작가분들도 대략 20부작 드라마를 하다보면 결말 부분을 쫒기듯이 후다닥~ 결론지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는데... 달의 연인은 무려 15부의 분량을 축소하여서 그랬는지 더더욱 결말 부분이 빠르게 압축된 느낌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네요.
달의 연인이 종영하면서 왕소, 해수 커플의 이별이 못내 아쉬운 팬분들이 제발 현대에서 둘이 재회하는 씬이라든지, 아니면 현대에서 다시 만나는 시즌2를 제작해주는 것이 어떤가? 라는 말씀들을 하더군요. 궁금해서 검색해보신 분들은 알고계시겠지만... 원작인 <보보경심>은 4황자와 주인공이 만나기라도 했습니다만... 인지상정이라고 중국팬들도 아마 저희들과 똑같은 요구를 했을 겁니다. 현대에서 두 주인공 남녀가 다시 만나 사랑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뭐 그런 소원 말입니다. 결국 팬들이 원하는대로 2부격인 보보경정이 제작, 방영되었습니다.
<보보경심>에서 주인공인 장효는 현대에서 우연한 사고로 청나라로 타임 슬립하여 약희로 약 십여년을 살아가다가 병세가 악화되어 죽게 되었고 그녀가 죽자 마치 그 모든게 꿈이었던 것처럼 장효는 현대로 돌아오게 됩니다. 원작이 현대로 돌아온 장효가 비교적 넉넉한 시간을 가지며 인터넷을 통해 기록으로 확인하며 자신의 기억을 반추하는 과정들을 보여주는 것과는 다르게 <달의 연인>의 하진은 그저 이상한 꿈이라고 여기다가 한꺼번에 기억이 돌아오며 감정이 폭발하는 것으로 조금 급하게 마무리 했네요. 그러다보니 약희와 4황자(를 닮은 사람)이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 <보보경심>의 엔딩과는 다르게 <달의 연인>은 그냥 왕소, 해수 커플의 행복했던 시절을 보여주는 것으로 엔딩을 대신합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이 엔딩도 나름 새련된 엔딩이었다고 생각해요.
<보보경심2 - 보보경정> 은 1편의 결말 부분에서 황제가 된 4황자가 약희의 비녀를 보면서 아쉬워하는 장면과 임종 장면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달의 연인에서 왕소가 해수를 찾아가겠다는 것과 같은 내용이죠. 다만 원작에서 약희가 타임슬립을 하게되는 장면은 솔직히 촌스럽기 그지 없는데다가 남주인공이 다시 타임슬립을 어떻게 하겠다는건지 에 대한 상상이 전혀 안가는지라... 그나마 달의 연인 하진이 그랬던것처럼 일식을 통해(그러고보니 달의 연인이니까 월식인가요?) 우연하게 타임슬립이 이뤄진다... 라는 억지를 부릴수 라도 있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보보경정>에서는 장효가 있는 현대에 <보보경심>의 인물들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대부분 나오게 되는데 당시 황제는 대기업 회장이고 4황자는 뭐 말 그대로 회장 아들이다.. 라는 뭐 그렇고 그런 설정으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내용입니다. 보보경정에서 장효는 4황자를 기억하지만 4황자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 안타까워하죠. 아쉽게도 원작의 대단한 인기와 완성도에 비하자면 (개인적으로) 형편없다고 여겨지는 스토리와 완성도를 보인 보보경정인지라... 정말 보보경심을 보고나서 '아쉬워 죽겠다~~' 라는 맘이 들지 않는다면 비추하고프네요.
자... 사실은 이제부터가 진짜로 하고싶은 얘기입니다. 응? 이렇게나 길게 뭔가 얘기해놓고 이제 시작이라고라??? 하신다면... 뭐 어쩔수 없어요. 제가 원래 그런걸요. ㅜㅜ 제목에서 시대를 불문하고 통한다.. 라는 얘기를 했듯이 이 이야기는 약 30년전으로 거슬러가야 합니다. 뭘 얘기하려고 이러는지 궁금하시죠? ^^;
1987년 매우 대흥행한 공포영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천녀유혼> 이라는 작품이죠. 장국영, 왕조현 이라는 배우를 어마어마한 스타로 발돋움시켜준 명작 중의 명작입니다. 1987년이면 제가 대략 열두살이었던터라... 중학생 이상만 볼 수 있었던 만 12세 관람가였던 천녀유혼을 개봉 당시에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원작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정말 실례가 될 수 있었을 국내 배급사의 자극적인 홍보 덕분에 제게 천녀유혼은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볼 수 있었던 때까지 그저 조금 야하고 무서운 영화였네요.
만우절에 자살을 해서 당시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故장국영이 <천녀유혼>의 남자 주인공이었습니다. 장국영은 이 <천녀유혼> 시리즈에서 대부분 노래를 직접 하였는데 얼굴도 잘생겨 연기도 잘해, 거기다가 노래까지 잘하는 그야말로 만능 엔터테이너였지요. 아쉽게 짧은 생을 마감하였기에 그의 재능이 더욱 더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지금은 연기를 하지 않고 있는 왕조현 또한 (배우가 되기 전 농구선수였던터라) 시원한 기럭지에 이국적이면서도 청순한 마스크를 가진 배우로 국내에서도 꽤 큰 인기를 얻었었죠.
<천녀유혼 오프닝 노래 영상 - 장국영>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천녀유혼>을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보고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는데 친하게 지냈던 반장 녀석이 이 시리즈의 광팬이더라구요. 자기는 이걸 열번도 넘게 봤다는 소리에 '이상한 녀석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반신반의하며 보게된 저도 무려 일곱번을 몰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저 조금 야하고 무서운 영화인줄 알았던 <천녀유혼>이 이렇게나 애틋한 사랑이야기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아마 나이 어린 20대 분들은 대부분 모르시겠지만 말입니다. ^^
<천녀유혼>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서생 영채신(장국영)이 길을 헤매다 밤에 늑대에 쫓기다 도망가게된 집(사당?) 에서 선녀같이 아름다운 섭소천(왕조현)을 만나게 되고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입니다. 실제로는 인간의 정혈을 빨아먹는 괴물의 하수인이 되어 인간 남성을 매혹하는 역할을 하던 섭소천이었지만 너무나 순진무구하게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영채신에게 마음을 열게 되어 귀신과 인간이 서로 사랑을 하게 되죠. 결국 섭소천이 귀신임을 알게되었지만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는 영채신은 그녀가 구천을 떠도는 신세라며 유골을 고향에 뭍어주면 자신은 환생하여 이렇게 떠돌지 않아도 된다는 소천의 소원을 들어주게 되고... 결국 영채신과 섭소천은 너무나 사랑하지만 영영 이별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안타까운 내용입니다.
글을 쓰면서 잠시 당시의 감상에 빠져봤는데... 역시 명작은 명작인가봅니다. 20여년이 흘렀음에도 당시에 느꼈던 안타까운 감정이 느껴졌으니까요. 당시 이 커플이 어찌나 인기가 있었던지 2편을 만들어 채신과 소천이 다시 만나게 해달라는 팬들의 성원을 힘입어 결국 2편이 나오게 됩니다. 장국영, 왕조현 커플에 당시 미스 홍콩으로 유명했던 이가흔과 역시나 인기스타였던 장학우까지 합세하여 판을 더 키웠죠.
<천녀유혼2 - 인간도>에서는 세월이 조금 흘러 영채신이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소천과 똑같이 생긴 청풍(왕조현)을 만나게 됩니다. 팬들의 바램대로 채신과 (소천이 아닌)청풍이 만나게 되면서 1편에서의 안타까움을 해소할 판타지를 던져주었죠. 채신은 청풍이 소천의 환생이 아닐까... 시종일관 번민에 시달리지만 결국 소천은 소천, 청풍은 청풍이라는 식으로 결론이 지어지고 뭐 결말은 대략 해피엔딩(?)이 되겠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질까봐 <천녀유혼> 에 대해서 정말 간략하게만 소개했는데요. 당시에 <천녀유혼>을 보고나서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혹시라도 이게 2편이 있는가? 하고 반장에게 물어보았고 '물론 있지~' 라는 답변을 들었을 때의 그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달의 연인을 보시고 나서 많은 분들이 왕소, 해수 커플을 그리워하며 그들이 다시 만나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그대로 <천녀유혼>을 보고나서 영채신, 섭소천의 사랑이 다시 이어지길 바랬던 소원이 이루진 기분이었다랄까요?
하지만.. 2편을 보고나서의 제 기분은 '차라리 보지 말것을...' 하는 마음이었네요. '추억은 추억으로 남을 때 아름다운 것이다' 라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천녀유혼2 - 인간도> 는 누가봐도 대놓고 1편의 추억팔이용 영화였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내용이 허접하거나 연출을 대충 한 것은 절대 아니었죠. 오히려 1편보다 2편이 더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2편의 청풍(왕조현)은 결고 섭소천이 될 수는 없었던거죠. 역시나 추억은 추억으로 남을 때 아름다운 것이니까요.
<달의 연인> 최종회에서 왕소가 "너와 나의 세계가 같지 않다면, 내가 널 찾아가겠어." 라며 해수를 찾아가겠다는 말을 하죠. 이 대사의 흐름대로라면 억지로 왕소와 해수가 만나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하진과 왕소와 같은 모습의 누군가와 만남을 보여주며 열린 결말을 보여주었어도 좋지 않았나 싶긴 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배우가 스스로 재회컷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스샷을 내놓으며 안그래도 바짝 타들어가던 팬들의 가슴에 아주 불을 활활 타오르게 만들었네요. ㅋㅋㅋ 이런 깍쟁이~~
지은양이 스포한 사진으로 보자면 울고있는 하진의 뒤에서 손수건을 내미는 누군가의 손길이 보입니다. 이 장면만 봐도 대부분 왕소의 해수의 재회가 이루어지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셨을꺼에요. 대략 예상해보자면 왕소를 쏙 빼닮은 누군가가 펑펑 울고 있는 하진에게 손수건을 건내고, 자연스레 뒤를 돌아보다가 왕소를 발견한 하진이 더욱 더 폭풍 눈물을 쏟아내자 왕소(를 닮은 누군가)가 의아해하면서 하진을 바라보는 장면 정도로 엔딩이 그려졌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은데 <달의 연인>의 엔딩을 보면서 감독이 막판에 엔딩을 재편집하였고 추가로 엔딩씬(왕소가 해수를 업고 달리는 행복한 장면)만 찍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 정보도 없긴 하지만 그저 아이유양과 이준기씨의 감정 듬뿍 담긴 표정과 눈빛만으로 왠지 그럴것 같다...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달의 연인> 시즌 2의 제작은 반대하고 싶습니다. 그저 아련하고 애틋한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거든요. 정 아쉽다면 DVD에 추가로 왕소, 해수의 재회씬 정도가 추가되는 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어느새 시간이 2주나 흘렀고 콘서트 소식 덕분에 가슴 뻥 뚫린듯한 아쉬움도 많이 달래진 것 같네요. 마음 속 해수에 대한 여운이 가실 무렵 다시 한 번 정주행 해봐야겠습니다. 해수를 이 마음 속에 영영 살아 있게 하려면 과연 몇번을 봐야 할까요? ^^;
어느새 주말도 다 갔습니다. 주말 잘 마무리하시고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을 반갑게 맞아주시길~~ 아이유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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