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보보경심 : 려' 의 원작을 보고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썼는데요. 그 때 당시에는 그냥 원작의 인물들과 '려' 의 인물들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만 쓰다보니 실제 중국 청조와 우리나라 고려시대 간의 다른 점을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원작의 컨셉 및 큰 흐름은 그대로 가져오겠지만 몇몇 다른 것이 있을 수 밖에 없겠더군요.
우선 지난 번에도 잠시 언급했듯이 청조시대에 강희제의 아들들간의 황권 다툼에서 대부분이 죽고 4황자(옹정제)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 역사적 사실입니다. 원작 '보보경심' 에서는 황제가 어머니가 같은 4황자와 14황자 중 말년에 14황자를 총애하여 그를 대장군으로 책봉하고 후에 황권을 물려주려 했으나, 심계가 깊은 4황자가 오랜 시간 물밑 작업 끝에 황제의 유조를 날조하여 황권을 가로채는 것처럼 나옵니다. 그 때문에 4황자는 자신의 어머니에게서조차 버림받고 외면당하며(황후가 14황자를 더 총애함) 동생에게도 자신의 권리를 빼앗은 강도 취급 당하죠. 하지만 역사로 보면 4황자에게 황권을 물려준다고 하는 공식 문서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극적인 재미를 위해 야사로 전해지는 부분을 강조한 듯 싶어요. 우리나라 사극들도 그런거 많이 하잖아요. ^^;
그렇다면 '려' 의 배경이 되는 고려 초기는 어땠을까요? 저도 나름 역사를 매우 좋아해서 국사, 세계사 시험점수를 90점 아래로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희한하게도 고려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안납니다. 그래도 기억이 나는 것은 태조 왕건의 수많은 후궁들? ㅡ_ㅡa 기억나시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당시 건국 초기였고 초대 황제 왕건이 기반을 다지기 위해 각 지방 호족들의 여식들과 혼인을 맺는 식으로 왕권을 강화하죠. 하지만 이게 꼭 왕건 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거 다들 아시죠? 대부분의 왕권이 그런 식으로 유지되곤 했습니다.
암튼 그러다보니 각 부인들마다 가진 배경들이 다 다르고 그에 따라 각 부인들에게서 얻은 아들들이 훗날 황제가 되더라도 세력 기반이 약한 황제는 그 황권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왕건에 이어 2대 황제(혜종)가 되는 왕무는 위 관계도에서 보시다시피 '려' 시절에서 황태자입니다. 그는 그간 사극에서 유약한 황태자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왕건이 고려를 세우는데 큰 공을 세운 무장이라고 하네요.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의 외가가 세력이 약하다보니 재위 기간이 고작 2년 밖에 되지못하고 황권을 넘기게 됩니다. (폐위 후 금방 사망함) 이런 부분 때문에 각종 사극 등에서 혜종을 다룰 때 유약하고 피폐해진 모습으로 다룬 것으로 보이네요.
사실 왕무에 대해서는 그다지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제부터 설명드릴 부분을 말씀드리자니 어쩔수 없이 조금 설명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도 위의 관계도를 보시면서 뭔가 궁금증이 솟아나는 부분이 있을텐데요. 바로 둘째 황자죠. 위에서 나오는 신명순성황후 유씨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장자가 태, 둘째가 요 그리고 셋째가 소입니다. 장남인 태는 어릴 때 요절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려' 에서는 그가 인물관계도에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왕건의 장남인 무가 지지기반이 약하여 황권을 오래 유지 못하였고 그 또한 요절하였기 때문에 황후 유씨의 아들들이 다음 황권 계승권자들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려'에서는 이 시기를 다룰 것으로 보이네요. 4대 황제 광종(왕소)부터는 꽤나 오랜 재위 기간(26년)을 유지했기 때문에 무슨 황권 다툼 이런게 있기 어려웠을테니까요. 초대 황제 왕건 이후로 4대 광종까지 가는 그 시기가 기간이 매우 짧고 혼란스러웠기에 '려'에서 다루기 딱 좋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3황자 요는 어머니 유씨가 신라 왕실 출신이었기 때문에 이미 황태자 무가 있었다고는 하나 차기 황권에 대한 큰 자신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려' 의 설정 상에서도 황후 유씨가 일찌감치 그를 황제로 만들려고 키워왔다고 하네요. 그에 따라서 4황자인 소가 어머니로부터 외면당하고 심지어 미움까지 받는 역할이라고 합니다. 실제 역사적로도 그랬을지는 뭐 잘 모르겠구요. ^^; 이 3황자 요는 원작에서 2황자이자 황제의 총애를 받던 황태자(장자는 천대받았습니다. 어머니의 출신이 낮으면 대접 못받는 것이 청조였다고 하네요. 물론 우리도 그랬지만..) 와 거의 유사한 인물로 그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작에서 황태자는 자신이 이미 모든걸 다 가질 것으로 알기에 매우 오만하고 방자하며 거칠 것이 없는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극 중에 8황자와 4황자와 사랑을 나누는 약희를 갑자기(정치적인 이유로) 측실로 맞게 해달라고 하는데 '려' 에서는 과연 어떨지 모르겠네요.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 원작에서 4황자와 8황자가 약희를 사이에 두고 다투다가도 이 황태자의 일 때문에 의기 투합하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꽤나 쓸만한 떡밥이라서 과연 작가님이 원작에서의 이 부분을 살릴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나왔으면 하네요.
암튼... 3황자 요가 3대 황제 정종이 되지만 고작 4년 6개월 정도 황권을 유지하고서 죽게 됩니다. 황제가 되고나니 4황자인 소의 세력을 견제하랴, 기존 반대세력 숙청하랴.. 여러가지로 심력을 소모하다가 결국 병을 얻어 요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네요. 업적(?) 으로는 평양 천도가 있겠습니다. 이러고나니 태조 왕건 이후로 약 6년 만에 4황자 소가 4대 황제 광종이 됩니다. 그리고 광종은 재위 후 26년 정도 황권을 유지하게 되죠.
'려'에서 그려질 4황자 왕소는 공개된 이미지에서 보실 수 있듯이 3황자를 편애하는 황후 유씨 때문에 자신을 숨기고 억누르며 가슴 속에 야심을 키워가는 인물로 묘사될 것으로 보입니다. 3황자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 할 것으로 보이므로 그에 따른 모성애 결핍이 있을테고 아마도 해수를 통해서 그런 억눌린 것들이 풀어지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아마도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묘사될 해수이기 때문에 초반에는 분명 둘 사이에 티격태격하는 부분이 생길테지만 해수도 성장을 하면서 왕소를 감싸안아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사 속 시간들을 알아보자면 이걸로 끝이어야 하는데 여기서 뭔가 남겨둔게 있는것 같죠. 바로 8황자 욱입니다. 실제로 왕욱은 황제가 되지 못하고 그의 아들이 황제가 되면서 추존왕(대종)이 됩니다. 그 또한 일찌감치 죽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아마도 역시나 황권 다툼 때문이 아니겠는가 싶어요. 실제로 자신의 누이인 황보연화(왜 아들은 왕욱인데 누이는 황보연화일까... 어머니 성씨가 황보씨입니다만..)가 4황자 왕소의 부인입니다. 말하자면 왕욱은 왕소의 처남이죠. 하지만 그 또한 황권 다툼을 하는 황자이고 '려'에서 문무를 겸비한 야심가로 그려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4황자와 해수를 사이에 다고 사랑을 쟁취하는 연적관계에 놓이게 되죠. 뭐 이렇게 보니 원작 '보보경심'에서와 하나도 다를게 없네요. 쩝...
원작 보보경심에서 주인공 장효(현대 25세)는 청조로 넘어가면서 10대가 됩니다. 황태자들의 어린 시절부터 함께하여 옹정제가 옹립되기까지의 시간을 함께하다보니 꽤나 긴 시간이 흐르게 되어 마치 대하사극을 보는 기분이었네요. 그렇다면 '려'는 어떨까요?? 3대 황제 정종이 27세로 요절하였으니까 만약 4왕자 왕소의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다고 하면 대략 한 십여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해수 또한 다양한 연령을 소화해야할 수도 있겠네요. 물론 모든 건 작가님 손에 달려있습니다~~ (작가님 제발 재미나게 좀.. (__))
어떤가요? 어느 정도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나요? 지난 번에 글을 올렸을 때 '붐타운' 님께서 시대적 배경만 차용하고 새롭게 재구성해 주었으면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황권을 다투는 황자들간 이야기가 대부분 치열한 피의 전쟁이다보니 비슷 비슷하겠고 위에서 설명드린대로 원작에서의 황태자와 '려' 에서의 3황자의 역할 정도만 다르게 나올 뿐 기본적인 틀은 거의 같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사건은 조금씩 다르겠죠. 지난 번에 설명드린대로 원작이 단순한 퓨전사극 연애드라마가 아닌 정통 정치 사극에 가까웠기 때문에 만약 '려'가 원작을 계승하고자 한다면 고려 건국 초기를 배경으로 하는 연애소설이 아닌 역사적 사건 배경에 더 큰 초점을 맞추리라고 봅니다.
음... 조금 천천히 이런 글을 올릴까? 생각도 해봤습니다만... 제가 무슨 전문가도 아니고 생각날 때 쓰지 않으면 홀라당 까먹고 잊어버리기 때문에 그냥 써봤네요. 마침 요즘은 좀 한가한 편이라서 이렇게 손가락에 쥐가 나도록 키보드를 두들겨 보기도 합니다. 누가 보면 엄청 열심히 일하고 있는줄 알꺼에요. 킁... ㅡ_ㅡa '호호감'님이 작가가 걱정되신다면서 작가에 대해서도 좀 파고들어봐주면 안되겠냐고 하셨는데... 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안하고 싶어요. 저 또한 걱정이 큽니다.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히트작이 하나도 없는 작가거든요. '프로듀사' 로 눈높이가 제법 높아진 팬분들로서는 기대치가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감독님은 좋은 커리어가 있으니까 감독님 믿고 기다려 봐야겠죠 뭐...
암튼 오늘도 무책임하게 떡밥 투척하고 사라지겠습니다. 오늘은 그냥 스포주의 그런거 안쓸래요. 읽다가 흠칫하신 분들은 알아서 나가셨겠지 뭐~~ ^0^ 아침 날씨가 무지 꿀꿀하더니 오후부터 어마어마하게 좋아졌네요. 퇴근하는 발걸음이 가벼울 것 같습니다. 그럼 모두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아이유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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