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포엠 투어의 국내 공연이 모두 끝났습니다. 지난 토, 일요일 서울 공연을 끝으로 약 한 달 동안 이어진 국내 투어가 이렇게 마무리 되었네요. 저도 이번 투어 중 부산 공연만 빼고 모두 다 관람을 하였습니다. 어제 일요일 공연까지 마지막으로 관람하고 왔는데... 아쉬움과 허전함보다 시리고 아린 마음이 더 많네요. 어제 공연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일단 그 얘기는 차후에 하기로 하고, 공연 얘기를 해보자면요. 저도 생전 처음 보는 360도 무대라는 것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토요일은 플로어에서 관람을 했고 일요일에는 2층에서 관람을 하였는데요. 각자 장단점이 매우 뚜렷했습니다. 우선 이 360도 라는 무대 구성 덕분에 어떤 자리에 있어도 상당히 가깝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플로어에서는 우와~~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고?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무대와 자리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구요. 2층에 가서도 생각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지는 거리감에 나름 안도감을 느꼈네요.
양일 모두 관람하고 난 제 생각에 정말 공연 관람 그 자체만으로 보자면 2층이나 1층 뒷 블럭이 훨씬 좋다고 봅니다. 전체적인 무대의 구성,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이 입체적인 무대와 화려한 퍼포먼스를 정말 그대로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토요일 콘서트 중에 아가수가 2층이 실제로 관람하기에는 더 좋다 고 했었죠. 플로어에서 관람할 때는 언제 지은양이 이쪽으로 올까? 하는 맘이 매우 강해지더라구요. 다른쪽으로 가면 아이유양의 옆모습, 뒷모습만 보게 되니까 아무래도 공연 집중도가 떨어지는 편이었습니다.
대신 아가수가 가까이 오면 매우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으니.. ㅎㅎ 장단점이 매우 뚜렷!! 하더라구요. ^^; 플로어에서 관람하면서 화려한 키넥트 라이트(?) 의 퍼포먼스를 멀리서 보면 얼마나 멋질까? 했는데 과연! 2층에서 보니 엄청 멋지더라구요~~ 엄청 아름답구나! 하면서 감탄하고 그 많은 라이트들이 컨트롤 되는 기술에 감탄해보고.. ㅎㅎ
서울 공연은 'Love Poem' 이 발표된 이후의 공연이라 관람 전부터 기대가 엄청 컸습니다. 광주, 인천, 부산을 거쳐왔지만 신곡은 선공개된 'Love Poem'과 '자장가' 밖에 없었으니까요. 일주일 내내 새 앨범을 무한반복하면서 점점 그 기대를 키워갔고 특히 아가수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보여준 '블루밍 응원법' 영상을 통해 열심히 연습해 보면서 콘서트 무대에서 지은양과 관객들이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무대가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공연장에 들어오기 전에 지인들과 셋리스트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과연 어떤 곡이 사라지게 될까? 아무래도 신곡들이 모두 들어가게 될테니 기존 곡을 제외해야할텐데... 하며 서로의 생각들을 얘기해봤는데... 매우 어렵더군요. 너무 잘 짜여진 판에서 어떤 곡을 쏙~ 뽑는다는게 정말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그래도.. 설마 '하루끝' 이 뽑혀나갈까? 라며 에이~ 아니겠지? 했어요.
오프닝으로 'unlucky'가 나올때만해도 설마 했는데 바로 이어서 'Palette' 가 나오자 와... 진짜 '하루끝' 을 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을 계속 봐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하루끝'은 2012년에 발매된 이후로 단 한번도 공연에서 빠진 적이 없던 곡입니다. 그만큼 아가수가 매우 애정하는 곡이고 곡 자체로도 정말 사랑스럽기 때문에 설마... 했는데 ㅎㅎ 이런 날도 있네요.
결국 기존 광주, 인천, 부산 공연 셋리스트에서 빠진 곡은 '하루끝', '있잖아', '비밀' 이었습니다. '하루끝'의 역할은 'unlucky' 가 맡았는데 '하루끝' 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정말 상큼한 노래라서 오프닝으로서는 제격이었습니다. '있잖아' 는 뭐 빠질줄 알았어요. 아무래도 360도 무대에서 내려오기도 힘들겠다 싶었고 체조경기장이 다른 곳처럼 노래하면서 돌기는 힘든 구조니까요. '비밀'은 공연이 끝나고서 뭐가 빠졌지? 하다 알았습니다. ㅎㅎ 그 정도로 공연 몰입감이 최고였어요.
토요일 공연을 보면서 느낀 점은... 이제 지은양이 설리양에 대한 부분들을 많이 극복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공연 마지막에 언급을 하면서 지켜봐줄 동생을 위해 마지막까지 열심히 노래하겠다는 얘기를 들으며 아... 아가수도 이제 설리양을 보내줄 수 있겠구나 했네요. 그래서 마음이 정말 좋았습니다. 광주에서 눈물로 시작하였지만 서울에서 다시 씩씩한 지은양이 되었구나! 하면서 말이죠. 이어진 앵앵콜도 신나는 무대였어요. 간만에 앵앵콜을 전부 댄스곡으로 하는 진풍경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일요일 공연장에 오는 발걸음은... 서울 막콘을 보러 오시는 다른 팬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들 오늘은 또 얼만큼 대단한 역대급 공연이 펼쳐질까~ 하는 기대를 안고 오시지 않나요? 토요일 공연을 신나게 마무리하고 이미 상할대로 상한 목을 각종 약물(?) 로 치료해가면서 공연을 기다리는 마음이 계속 부풀어만 갔습니다.
공연을 쭉 보면서 떠오르는 단 한마디는 '완벽하구나!' 였습니다. 토요일은 생소한 무대에 적응하느라 아가수도 약간 버거워하는 모양새를 종종 비췄지만, 일요일에는 완전히 무대에서 제대로 놀더라구요. 더군다나 관객매너도 너무 좋아서 지은양이 직접 칭찬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어제 오신 분들이 또 왔다는 사실이 입증되긴 했지만...ㅎㅎ 과반 이상이 토요일에도 오신 분들이더라구요. ^^ 암튼 가수와 관객의 호흡이 매우 찰떡 같아서 처음 오시는 분들도 그 분위기에 금방 동참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 사람' 부를 때 적재씨의 무대를 따로 마련한 것과 '자장가' 를 부를 때 홍소진씨가 연주하는 곳을 따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었네요. 무대의 특성을 잘 사용하기도 했지만 두 곡 모두 무엇보다 아가수와 두 연주자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였기 때문에 가수 못지 않게 연주자에게 스포트 라이트를 비춰주는 세심함에 정말 감동했습니다. 적재씨와 홍소진씨의 멋진 연주 모습을 정말 가까이서 볼 수 있었는데(아가수가 멀리 갔거든요.. ㅜㅜ) 열창하는 아이유양 못지않게 매우 좋은 감상 포인트였습니다. 정말 대단한 분들이에요~
원래 보여주려고 했던 공연이 바로 이 무대였을텐데 말이죠. 얼마나 이 공연을 선보이고 싶었을까요? 앵콜 무대까지 전부 보고나서 진짜 이제는 감히 아이유 콘서트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왈가왈부 할 것이 없겠구나. 그냥 완벽하네~ 라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앵앵콜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사실 비보를 알게 된 것은 본 공연이 끝난 이후였습니다. 만사천명이 운집한 공간이라 데이터가 제대로 터지지 않는 관계로 인터넷이 원활하지 못했는데 카톡 같은 메신저들은 그나마 잘 되더군요. 지인이 메신저를 통해 전해준 비보를 접하는 순간... 얼음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좀 이기적이겠지만 우선 들었던 생각은 왜 하필 오늘? 이었어요. 지금까지 고 설리양을 보내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지은양에게 왜 이렇게 가혹한 시련을 주는거지? 라는 생각 때문에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팀에서 잘 막지 않을까? 그래도 공연 끝날 때까지는 알리지 않으려고 하지 않을까? 했는데... 공연장에 계신 분들도 점점 비보를 접하고 숙연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더군다나 일요일에는 '밤편지' 떼창 이벤트가 있어서 아가수를 콜하지 않고 그렇게 10분 가까이 공연장에 정적이 흐르고 있었는데 그 시간이 저는 너무 무섭더라구요. 설마... 본 건 아닐까? 하구요. 밤편지 떼창이 이어지고 지은양의 목소리가 들리고... 모습이 보이는데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앵콜 무대에서 퇴장했던 모습 그대로 나왔더군요. 아... 알았구나..
다같이 '밤편지'를 완창하고서 지은양이 이 노래가 이렇게 슬픈 노래가 아닌데 자꾸 슬프게 만든다 라고 하는데 울컥 하더군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확신으로 바뀌고 저 마음이 어떨까 싶어서 가슴이 요동쳤습니다. 비보를 접하고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가 이벤트 때문에 나왔더군요.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어서 나왔다고 하는 아가수를 보며... 이런 때까지 이렇게 성실할까... 싶어서 더 짠했습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계속 뱅글뱅글 무대를 도는 지은양에게 관객분들이 '그냥 들어가도 괜찮아요~' 라고 했지만 아이유양은 '그러면 울 것 같다. 난 여기 있고 싶어요. 노래할래요.' 라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나의 아저씨' 에서 지안이가 했던 대사가 떠올랐네요. 박동훈 부장이 달리기 잘하는지 물어보는 장면에서 지안이가 이렇게 답을 합니다.
"달릴 때는 내가 없어져요. 근데 ... 그게 진짜 나 같아요."
왠지 지은양이 스스로 노래하는 아이유가 되어 지금 이 슬픔을 잊고 싶어하는 것 같아보였네요. 앵앵콜에서 불러준 네 곡들도 다 듣고나니 어찌나 다 추모곡 같던지... 그 노래들을 부르며 아가수 스스로도 위로를 받고 싶었던듯 했습니다. '정거장' 을 불러주겠다고 할 때 굉장히 의외다 싶었는데 마지막 가사 '아님 이 다음 세상에 나 만날까 떠난 적 없는 그곳을' 을 들으니 울컥해서 주체를 못하겠더라구요. ㅠㅠ
'이름에게' 까지 부르겠다고 할 때는 정말 말리고 싶었지만 그 노래 자체가 이런 상황에 맞는다 라는 말에 고갤 끄덕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목 상태가 안좋아 보였는데 마지막에 열창하는 모습에 감동과 슬픔이 동시에... 그리고 이 노래가 마지막이라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네요. 같이 무대에 있을 때는 그나마 위로와 응원을 보내줄 수 있는데 다시 홀로 슬픔을 감당해야하는 지은양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그래도 올콘을 뛰며 계속 공연을 보러 온 유인나씨가 있으니까... 어제 인나씨 위치가 노홍철씨의 튀는 의상 덕분에 쉽게 노출되었는데 앵앵콜이 끝나고 퇴장하는 인나씨에게 팬분들이 지은양 잘 좀 부탁한다고 했다네요. 인나씨가 걱정하지 말라고.... 늘 인나씨처럼 건강한 지인이 곁에 있다는게 새삼 고맙고 안심이 됩니다.
글을 쓰면서 너무 감정에 휩쓸려서 앵앵콜 때 얘기만 잔뜩 했네요. 읽어주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 가득입니다. 아직도 헛헛한 마음이 달래지질 않아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있어요. 진짜 최고의 공연을 봤고 여느때 같으면 이 여운을 즐기면서 앵콜콘서트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었을텐데... 정말 정말 아쉽기 그지 없습니다. 카페를 보니 지은양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주는 모습들이 참 아름답네요. 한동안 슬픔에 잠겨있을 아이유양이 이 수많은 사랑고백에 힘을 얻길 바라겠습니다. 아이유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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