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면서 보니까 은행나뭇잎이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더군요. 군데 군데 떨어진 은행나뭇잎을 보며 겨울이 다가옴을 느꼈습니다. 아마 이번 주말은 제법 쌀쌀할 것 같네요.
늘 투어의 첫 콘은 설레는 마음 가득이라 항상 첫 공연은 꼭 가려고 합니다. 올해는 특별히 첫 투어를 이틀 연속 한다고 해서 정말 큰 맘 먹고 내무부장관님께 각종 뇌물을 헌상한 후 결재를 받았네요. 유부팬인 저로서는 지방콘서트 이틀 관람은 정말 큰 도전이었습니다. ㅠㅠ 암튼 광주는 부산보다 가까워서 별 부담이 없더군요. 더군다나 기차역에서 콘서트장까지도 그리 멀지 않아 편했습니다. 부산은... ㅠㅠ
2012년 아가수의 첫 콘서트부터 꾸준히 관람을 하고 있지만 희한하게 첫 공연은 참 설레네요. 8년째인데 여전히 이렇게 들뜨고 기대되고 하는 그런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더군다나 광주는 처음 와봐서 그런지 더 그런 느낌이었어요. 나지막한 건물들, 넓은 운동장, 곳곳에 앉을 수 있는 잔디밭 등등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참 편안한 곳이었습니다. 지은양도 그럴라나... ㅎㅎ
팬분들이라면 모두 아시다시피... 힘든 일이 있었죠. 종현군이 떠났을 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워낙 곁에서 챙겨주고 했던 사람이 떠나간 지라 지은양 뿐만 아니라 팬들 모두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콘서트장까지 왔을 겁니다. 설레는 마음과 왠지 모를 무거운 먹먹함을 안고 콘서트 시작을 기다렸네요. 기분 때문인지 몰라도 대기 시간에 들려오는 차분한 피아노 반주가 먹먹한 가슴을 한없이 더 차분하게 만드는 느낌이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우리 아가수 표정이 넘 환하네요. 지금까지 아이유양의 공연을 수없이 보아왔지만 이렇게까지 많이 웃는 모습을 보았던가.. 하며 어쩌면 지금 저 웃음이 스스로를 지탱하고 있는 거려나... 하는 생각에 다시 조금 먹먹해 졌지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죽어라 응원했더랬습니다.
여러번 공연을 보신 분들은 대부분 첫 노래의 목소리를 듣고 아... 오늘은 컨디션이 좋구나 라든지 아님 오늘은 좀 몸이 안좋은가보네? 하실텐데 확실히 스피커로 울려퍼지는 아가수의 목소리는 그다지 좋은 컨디션은 아닌듯 했습니다. 그런데 노래는 또 엄청 잘하네요. 나중에 말해주었지만 심한 감기 상태였다고 합니다. 다들 몰랐죠? 하는데... ㅎㅎ 정말 모른척 해주고 싶을 정도로 너무 잘해서.. ^^
제가 늘 분홍신 무대가 나오면 유심히 보곤 하는데 진짜 이번 무대 최고였어요. 디테일한 춤 하나하나까지도 정말 온힘을 다해서 추더라구요. 너랑나에서도 그 시계바늘춤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너랑나 무대 이후에 지은양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솔직히 춤을 추면서 점점 대충대충 하게 되었는데 오늘 무대를 하며 관객들이 늘 한결같이 아니 더욱 더 열정적으로 "아이유 참 좋다!" 를 외쳐주는 것을 보며 아... 관객들은 정말 변하지 않고 나를 응원해 주는구나.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
이미 충분히 열심히 하는게 눈에 보였는데... ㅎㅎ 앞으로 투어가 많이 남았으니 아직 못보신 분들은 유심히 보세요. 이번 공연에서 아이유양은 그 어느때보다 열정적으로 무대를 펼칠테니까요.
이미 아시는 분은 다 아실테지만... 토요일 공연에서 지은양이 감정이 폭발해서 울음이 터져버렸죠. 왠지 그럴것 같았지만 막상 그냥 눈물을 흘리는 수준이 아니라 추스리기 힘들 정도로 터져버려서 공연이 한 동안 중단되었습니다. 돌아서서 계속 우는 아이유양에게 우리는 그저 박수를 치며 격려해줄 뿐이었네요. 밴드마스터 홍소진님이 애잔하게 지은양을 바라보는데... 겨우 감정을 다스리고 돌아선 아가수가 너무 짠해서 울컥울컥 했지만 관객들마저 같이 울면 지은양이 더 힘들겠다 싶어서 꾹 참았습니다.
이번 새 앨범에 수록되는 곡을 부르다 눈물을 흘리게 되었는데... 이 곡은 '페르소나' 의 '밤을 걷다' 에서 모티브를 따서 작사하였다고 합니다.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이 영화에서처럼 꿈에 찾아와 안부를 전하고 잘 자라고 해주는 곡인지라.. 아무래도 지은양의 감정이 폭발한 것 같았어요. 이후로 지은양이 다시 잘 자라고 해주는 '밤편지' 를 불러야 했는데... 정말 힘겹게 간신히 불러주었습니다.
공연을 거의 마무리 하면서 말해주었지만 아가수는 이번 공연을 준비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고 하네요. 합주 때도 같이 하지 못하고 집에서 혼자 연습을 했다고 하는데...(그냥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하는데 여기서 또 울컥.. ㅠㅠ) 게다가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이번 공연을 끝까지 못하고 중단할 지도 모르겠다는 말까지 했답니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콘서트였는데 관객들이 정말 환호해주고 기쁘게 해준 덕분에 신기하게 끝까지 할 수 있었다고.,,,
아이유양이 광주콘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자주 언급했던 것이 '광주는 왠지 모르게 안기고픈 그런 기분이 드는 곳이다' 였습니다. 이번 공연을 보러가는 제 마음도 그렇게 지은양을 안아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네요. 관객분들 모두 다 그런 마음이었을 겁니다. 지금까지 많은 콘서트 무대에서 아가수를 봐왔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정말 관객에게 의지하고 힘을 받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가수가 관객의 환호를 받고 힘을 내서 열심히 하면 다시 또 관객이 그 모습에 감동받고 힘을 내서 더 열심히 응원해주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토요일콘서트에서 그렇게 감정을 정리해서인지 일요일콘서트는 오히려 더 좋아보이는 컨디션으로 공연을 해주었네요. 본인도 당연히 토요일보다 몸상태가 좋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더 좋아져서 놀랐다고... ㅎㅎ
아마도 아가수로서는 계획했던 공연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미안함에 더욱 더 열심히 무대를 보여준 것 같아요. 완벽주의자 같아 보이는 그녀로서 자신의 문제 때문에 열심히 준비한 것들이 어그러져서 많은 부담감을 안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새 앨범은 콘서트에 잘 어울릴 수 있는 곡들로 만들었다고 했는데 그런 노래들을 무대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정말 안타깝고 아쉽고 또 미안해하고 그런듯 보였어요. 저만의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들이 정말 온 힘을 다해 공연 내내 보였습니다.
이번 토요일 공연은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모든 첫 공연을 통틀어 최고의 무대였다고 생각합니다. 노래, 춤, 진행 그리고 관객과의 호흡. 게다가 무대장치까지... 이 정도로 완벽하게 몰입이 되는 첫 콘은 처음이었어요. 이제 아가수도 딱히 첫 공연이라고 부담을 가질 수준은 아닌듯 합니다. 그리고 아이유양 스스로도 이번 토요일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의지하는 법을 좀 더 알게 된 듯 싶구요. 이런 첫공연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최고였습니다.
정말 팬으로서는 아쉽네요. 선공개곡 'Love. Poem' 이 대박이 났지만 그보다 더 흥행할 노래는 따로 있다고 하던데... 그 노래를 무대에서 보지 못하는게 정말 아쉬워요. 아가수는 더 아쉽겠죠? 흠... 대략 이렇다는건 앵콜콘을 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 앨범은 너무 늦지 않게 나올꺼라고 했지만 뭐 해외투어 다 끝나고 내년초에 앵콜콘을 기대해도 되겠죠? 새 노래로 가득 채운 원래 기획대로 만든 공연을 보며 완벽한 마무리? 를 꿈꿔봅니다. ㅎㅎ
지방 공연 이틀 관람은 참 힘드네요. 흔쾌히 숙소를 제공해준 아는 동생(나주지부장을 자처하는 팬이 있습니다.) 에게 정말 고마웠네요. 덕분에 즐겁게 이틀 동안 공연을 즐기고 왔습니다. 그래도 역시 몸이 힘든건 어쩔수 없어서 어제는 휴가내고 그냥 쉬었어요. ㅠㅠ 그래서 공연 후기도 이렇게 늦게나마 올립니다. 아직 남은 공연이 많으니 아직 힘을 내야겠죠. 아가수 덕분에 목이 점점 튼튼해지고 있어요. ㅎㅎ 환절기니까 모두 몸관리 잘하셔서 남은 공연에서도 힘을 내 봐요~ 아이유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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