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니 오늘 0시에 'CHAT-SHIRE' 의 첫번째 티저가 공개되면서 이번 새 미니 앨범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공개된 티저를 보면 'The Shower(푸르던)' 으로 제목이 되어 있어서 과연 이 곡의 제목이 'The Shower' 일지 '푸르던' 일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이유하면 세 글자 제목 아닌가? 라고 하신다면 역시나 '푸르던' 이?? 하지만 '더 샤워' 도 세글자 이고 뜻인 '소나기'도 세글 자... ㅋㅋㅋ 아가수의 세 글자 사랑은 정말 징크스에 가깝군요.
많은 분들이 추리한바대로 역시 시작점은 그린존이네요. 발자국 갯수가 23개이고 그 시작이 그린존이다 라는 해석이 정말 많았는데 결국 그 분석대로 인듯 합니다, 참... 대단해요. 로엔도 아이유양도... 어쩜 그 티저 안에 그리도 많은 수수께끼를 넣어놓았을까요? 덕분에 마냥 앉아서 기다리기보다 이 수수께끼 푸는 재미에 시간가는줄 모르는 맛(이걸 노렸다면 대성공!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한다면 그것도 엄청 부담일텐데... 해줄꺼죠? 응? 응?) 도 있습니다. ㅋㅋㅋ
일단 '푸르던'이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를 모티브로 한다는 건 확실합니다. 그리고 티저 이미지에서 나오는대로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또한 그 모티브가 됨이 확실하죠. 어짜피 열흘이라는 시간이 남아있고 이 유희를 확실히 즐기고자 하는 생각에 주섬주섬 이 두 명작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정말로... '소나기'는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안나네요. 제 부모님이 고맙게도 전시용으로 책을 꽤나 많이 사셨던 분들이라 어린 시절에 그 혜택을 제법 많이 보았습니다. 그 중에 가장 감사했던 것은 근현대문학전집이라고 하는 것이었는데요. 49명의 대표 작가의 모음집과 나머지는 단편들 모음... 해서 총 50권이었죠. 기억에 황순원 작가 글도 이 전집 속에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암튼... 아마도 중학생에서 고등학생 넘어가는 시절이었던 것 같았는데 이 책들 읽는 재미가 너무 좋아서 공부고 뭐고 매일 같이 이 책들을 탐독했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제가 이 책들 다 읽었다고 하니 어머니께서 거짓말 하지 말라고.. ㅡ_ㅡa (아니 읽지도 않을거고 남이 읽을거라고 생각도 안하시면 대체 왜 사신건가요?!... 뭐 덕분에 이외수 선생님 같은 훌륭하신(?) 작품도 어린 시절에.... 쿨럭~~)
소설 '소나기' 는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중등교육 이상 받으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일 겁니다. 워낙 유명해서 각종 드라마, 영화 등으로 재해석 되기도 하였고 아예 각색되어서 나오기도 하는 등 전반적인 한국 문학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죠. 제가 매우 좋아하는 배우 손예진씨의 레전드 영화 '클래식' 또한 소나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주인공 조승우씨와 손예진씨의 에피소드는 뭐 대놓고 소나기였죠. ㅎㅎ
'소나기' 는 1952년. 그러니까 무려 63년 전에 나온 소설입니다. 그래서 문장이 참 옛스럽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읽는다해도 크게 위화감이 없는 것은 과한 미사여구나 설명 없이 간결하고 담백하게 만들어낸 명작 중의 명작이기 때문일 겁니다. 정말 간만에 다시 '소나기' 를 읽어보았는데요...(진짜 팬들 공부시키는 아가수... ) 새삼 다시 읽어보니 정말 이렇게 짧은 단편이었나??? 싶을 정도로 매우 짧습니다. 시간 되시는 분들은 한 번 다시 읽어보세요~~ 근데 1952년이면 한참 6.25 한국전쟁 중이었을텐데 어찌 소설이 나왔는지... 63년 이야기인지라 제게는 좀 추측하기 어렵군요.
아주 간단하게 '소나기'를 설명하자면요. 아무런 사전 배경이나 설명 없이 대뜸 주인공들인 소년과 소녀가 개울가에서 만나는 것으로 작품이 시작됩니다. 그나마 소녀는 윤초시댁 증손녀(초시는 말 그대로 옛날 공직 시험인 과거에 1차 합격했다는 소리입니다. 말하자면 잘나가는 집안이다~ 라는 정도? ^^) 라는 표현이라도 있지... 소년은 그냥 소년이에요~~ (평범하지 않았을꺼야... 아마도 원빈이나 장동건처럼 생겼거나..)
이 '소나기' 가 나름 조금 앙큼한 면이 있는 것이 여느 연애소설과는 다르게 소녀 쪽에서 먼저 소년에게 수작을 부립니다. (은근하게 성적인 모티브도 등장하죠.) 둔하게 눈치없는 소년은 한참을 이 소녀가 주위에서 얼쩡거려도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지조차 모르죠. 암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먼저 고백하다는 우리 지은양과 소나기의 소녀가 조금 닮았다고 할까요? ^^; 어릴 적 이 '소나기'를 아이유양이 감명깊게 읽었는가봉가~ 라고 매우 어거지로 가져다 붙여봅니다. ㅋ
소설 속에는 우리가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는 미공개 자작곡 '무릎' 에 나오는 고어체가 나오는데요.
그러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는가 하는데, "허, 참 세상일도……."
위 문장은 소설 말미에 나오는 부분입니다.
그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아시겠나요? ^^; 솔직히 저는 '무릎'을 들으면서 저 '까무룩'이라는 단어를 보고 지은양의 독서량을 짐작하게 되었는데요. 정말로 요즘은 전혀 쓰지 않는 이런 예쁜 고어체를 쓰는걸 보면 유년시절부터 성장기까지 좋은 책들을 많이 읽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이유양 부모님께 다시금 감사를 드리고 싶네요. 덕분에 이렇게나 멋진 노래 가사들을 접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유 부모님도 참 좋다~~~ ^0^
제가 굳이 내용을 다 설명하지 않더라도 '소나기'가 비극으로 끝난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점점 커져가는 상황에 소녀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죠. 아무것도 모르고 사랑을 키우던 소년은 위에 나오는 문장에서처럼 잠들었다가 부모님이 말씀하시는 걸 듣고 소녀가 떠나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글쎄 말이지. 이번 앤 꽤 여러 날 앓는 걸 약도 변변히 못써 봤다더군. 지금 같아서 윤 초 시네도 대가 끊긴 셈이지.……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 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소나기'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소녀는 그렇게 소년을 간직하고 세상을 떠나게 되죠. 안타깝게도 소년은 소녀가 떠나가는 것 조차 보지 못하고 부모님의 입을 통해서 전해 듣습니다. 왠지 더 애잔한 기분이 드는건 그 때문이지 않을까 싶네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또한 비극입니다. 혹시나 제 연배 즈음 되시는 분들은 그 옛날 '보물섬' 이라는 만화집에 연재 되던걸 기억하실 수도 있는데요. 당시에 참 악동이었던 제제가 정말 신나게 얻어터지는 것이 아직도 눈에 선할 정도로... 주인공 제제는 악동이었죠. 다만 제제가 그러는 것이 부모(심지어 형제들까지..)의 학대 때문이었다는 겁니다. 대부분 유년기에 뭔가 돌출행동을 하는 것은 부모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죠.
원작을 보면 진심으로 '미친거 아닌가???' 할 정도로 제제에 대한 가정폭력은 도가 지나칩니다. 요즘 같으면 바로 경찰 출동해서 감옥행일 정도죠. 그래서 국내에 정식발간 될 때도 상당 부분이 편집되었다고 하네요. 제가 앞에 원작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 원문으로 발간된 것이 2005년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제가 읽었던 내용은 편집, 수정본이었을 것 같네요. 다시 읽어야 하나...(아흑.. 가혹한 아가수~~~)
앞서 '소나기'가 어린 소년, 소녀의 풋풋한 설레임을 그려내었다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는 가정 속에서 구하지 못했던 부성애를 다른 사람 뽀르뚜가에게서 구했다가 그를 잃으면서 상실의 아픔을 겪는 성장통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사실 '뽀르뚜가'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떼놈, 일본놈, 쪽바리(일본에서 우리를 표현할 때 쓰는 조센징) 따위의 포르투갈인을 비하하는 단어라네요. 당시에는 그냥 이름인줄 알았어요.. ㅡㅡ;
제제는 이 뽀르뚜가에 앞서 앞마당에 있는 나무를 의인화하며(밍기뉴라는 애칭으로 부릅니다.) 정을 붙였지만 결국 베어지고 말죠. 그리고 뽀르뚜가 아저씨와 사실상 부자의 정을 느끼면서 그를 의지하던 제제였는데, 그 또한 불의의 사고(차와 열차가 부딪히는 사고로 사망)로 떠나가게 됩니다. 소설 말미에 제제의 아버지가 제제가 사라져버린 나무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로 생각하고 새로 심어주겠다고 하자 제제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라임 오렌지 나무는 이미 베여버렸어요."
뽀르뚜가를 만나기 전까지 사실상 가족 이상이었던 나무와 유사 부자 관계로 이어졌던 뽀르뚜가의 상실로 인한 아픔. 아마도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게 되는것은 이 상실에 대한 아픔에 대한 공감 때문일 겁니다.
결국 '소나기' 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는 상실에 대한 아픔을 얘기합니다. '소나기' 의 소년과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는 이 아픔을 가슴 속에 뭍고 살아가게 되겠죠.. 그리고 아마도 그 아픔이 그들을 더욱 성숙시켜주겠죠. 하지만 종종 생각날 때마다 감상에 빠져드는 건 어쩔 수 없을 겁니다. 티저 영상에서 아이유양이 알듯 모를듯한 미소와 슬픈 눈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 복잡한 내면을 비추는 것은 그 때문이지 않을가 싶어요.
너는 촉촉히 내려 나의 가물은 곳에 고이고
나는 한참을 서서 가만히 머금은 채로 그대로~
그 날 알았지 이럴줄...
공개된 티저영상과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에서 들려준 소절을 전부 다 합친 가사입니다. 멜포캠에서 아가수가 부르는걸 들어보면 이미 앨범에 '푸르던'이 수록되어 녹음까지 끝낸 상황인듯 싶어요. 팬들이 이걸 불러달라고 하니... 앨범에 수록된 걸 불러야 하나 말아야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역시 쿨하게 조금 불러주는 아이유양~~ 어찌나 착한지~~ 늘 팬들 생각해주는 그 고운 심성에 더욱 더 빠져들게 됩니다.
이미 무한도전에서 살짝 들었을 때부터 팬분들은 이 노래가 앨범에 실리길 원했죠. 간절히 원하면(이라고 쓰고 '로엔에 민원으로 괴롭히면' 이라고 읽는다) 이렇게 앨범에 수록될 수 있습니다~~ ^^ 늘 말해오지만 저는 노래에서 가사가 70% 라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이번 '푸르던'의 가사는 또 어떤 뭉클함으로 다가올 지 정말로 기대가 큽니다. 늘 아가수의 가사는 기대를 져버린 적이 없어서(라고 하면 좀 부담인가요?) 기대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거든요. ㅎㅎㅎ
아가수 덕분에 '소나기'를 다시 읽었고 아무래도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원문 번역본을 구해서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독서 권장(이라고 쓰고 '강제로 읽게한다'라고 읽는다 ㅠㅠ) 하는 가수라니...ㅋㅋㅋ 우리 모두 열심히 독서해서 아가수의 독서량을 추월해 봅시다~~~ 그럼 긴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신 분께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리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아이유 참 좋다~~~
'앨범 > CHART-SHIRE(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유 CHAT-SHIRE 네번째 티져 '스물셋' (0) | 2015.10.22 |
---|---|
두번째 티저 '새 신발'의 모티브 '오즈의 마법사' (0) | 2015.10.16 |
IU [CHAT-SHIRE] 두번째 티저 영상 공개 - 새신발 (0) | 2015.10.16 |
IU [CHAT-SHIRE] 첫번째 티저 영상 공개 - The Shower(푸르던) (0) | 2015.10.14 |
IU 새 앨범 CHAT-SHIRE 에 대한 작은 예측 (0) | 2015.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