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GOLDEN HOUR(2022)

겨울잠을 들으며 떠오른 싫은날의 추억

류겐 2022. 9. 20. 12:06

 

이번 'GOLDEN HOUR'에서 처음으로 들어본 곡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꼭 라이브로 들어봤으면 했던 곡이 바로 '겨울잠'이었습니다. 셋 리스트를 예상하면서 아마도 [조각집] 노래들 중 '겨울잠' 정도는 무대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아가수가 불러주더군요. 음원으로 들을 때에도 곡 전체에서 풍기는 처연함과 상실감이 사무쳐서 정말 슬펐는데 역시나 라이브로 들어보니 그런 감정이 더 심하게 휘몰아쳤습니다. 

 

 

아픈 상실의 기억 - 겨울잠

 

 

지은양에게는 몹시도 가혹했던 2019년 상실의 기억들이... '에잇'을 만들었고 '겨울잠'을 만들었습니다. '에잇'이 감당하기 힘든 상실감에 현실을 부정하며 몸부림치는 울음 같았다면 '겨울잠'은 어느 정도 담담히 가라앉은 상태에서 조용히 흐느끼는 울먹임 같은 느낌이죠. 사실 그래서 더 슬프기도 하구요. 

 

 

이번 공연에서 아이유양은 '겨울잠'이 '무릎'과 같은 감성의 노래라고 하였습니다. 직접 만든 본인이 그렇다고 하니까 뭐 그런가 보다 하겠지만... 실제로 '겨울잠'을 들었던 저로서는 '무릎'보다는 오히려 '싫은 날'이 떠올랐습니다. 

 

 

'싫은 날'은 2012 Real Fantasy 콘서트 전국 투어의 앵콜 콘서트에서 소개된 미공개 자작곡이었습니다. 당시 회사 관계자들은 다들 말렸다고 하였는데 지은양이 소개하겠다고 강행하였다고 해요. 2012년의 앵콜 콘서트 일자가 아마 9월 22일이었든가... 이번 'GOLDEN HOIR' 콘서트와 시기는 비슷합니다. 그리고 엄청 더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싫은 날'을 들었을 때는 마치 겨울이 눈앞에 다가와있는 것 같은 시린 감성이 느껴졌습니다. 

 

 

 

2012 Real Fantasy 앵콜 콘서트 라이브 '싫은 날' - 클릭하면 유튜브로 이동합니다

 

이후 '싫은 날'은 정규 3집 [모던 타임즈]에 음원으로 실리게 되는데 편곡을 하는 과정에서 곡의 분위기가 변합니다. '싫은 날'은 지은양이 가수 데뷔를 위해 연습생으로 열심히 살아가던 시절을 표현한 곡으로 곡조도 그렇고 가사까지 모두 쓸쓸함을 넘어 처연하기 그지없죠. 그래서 당시를 기억하는 팬들은 편곡된 '싫은 날'이 이런 처연함을 넘어 너무 처절한 수준까지 감성이 바뀌었다고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편곡자인 'G고릴라'가 트윗으로 해명을 하기까지 했을 정도...

 

 

 

관련 글 링크 - 싫은날에 대하여 G.고릴라님의 한 마디

 

 

 

'싫은 날'은 아가수 본인도 부르고 나면 기분이 우울해진다고 하는 노래입니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에서 상당히 자주 불러주긴 했어요. '겨울잠'도 그런 노래라고 보지만... 지은양의 말대로 아가수 본인이 '무릎'과 같은 감성의 노래라고 생각한다면 아마도 무대에서 좀 더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무대에서 요정처럼 예쁘게 떠다니는 아이유양도 정말 좋아하지만 이런 감성적인 노래를 담담하게 부르는 모습도 엄청 좋아합니다. 정말로 콘서트가 끝나니까 날씨가 제법 선선해지고 있는데요. 곧 뼈 틈 사이사이가 시리는 겨울바람이 다가오겠네요. '겨울잠', '싫은 날' 듣기 딱 좋은 계절입니다. 

 

 

다들 어떻게든 콘서트 후유증을 달래느라 고생 중이시죠? 저 또한 그렇습니다. 3년 동안 금단의 시간들을 보냈더니만 확실히 예전보다 심해졌네요. 그래서 이렇게 관련된 추억들을 꺼내보면서 달래보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후유증에 허우적거리다 현실에 적응해야겠어요. 그럼 모두 자기 전에 앵콜콘 외치는 것 잊지 마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아이유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