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가 끝났습니다. 무려 3년을 기다렸던 그 콘서트가... 끝이 났는데 제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끝이 안 났네요? 다들 그러시죠? ^^; 콘서트 후유증 그까짓 거... 이제 어느 정도 면역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3년 동안 약해졌나 봐요. 이 여운이 가시질 않는군요. 아직도 너무나 예뻤던 무대 위 지은양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부터 월급 루팡이 되어 이렇게 후기를 쓰고 있네요. 이거 다 쓰면 어떻게 좀 가라앉으려나...
콘서트가 있기 전에 올렸던 글에서처럼 역시나 무쟈게 더웠습니다. 제가 그랬잖아요. 엄청나게 더울 거라고요 ㅎㅎ 딱 10년 전에도 그랬는데 지은양이 그새 까먹었는지 선선할 거라고.. ^^ 결국 제가 말씀드렸던 대로 아가수는 공연 말미에 가디건 입고 오시라고 해서 죄송하다고... 했더랬죠. 저도 정말 이틀 동안 땀에 절어있긴 했지만 아이유양도 어찌나 땀을 흘리는지... 조금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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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종합운동장을 사용한다는 의미
다들 아시다시피 이번 '골든아워' 공연을 한 잠실 종합운동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입니다. 여자 가수 단독으로는 최초의 기록이죠. 아가수 스스로도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닌가라고 말할 정도로 현실감 없는 엄청난 규모의 공연장이었습니다. 양일 합쳐 약 8만 8천여 명이 운집한 이번 공연은 비록 이틀뿐이었지만 실제 관객 숫자로만 따져도 전국투어를 한 것보다 훨씬 많은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짧지만 강한 임팩트라고 할까요... 그리고 양일 공연이 모두 매진되었다는 건 바로 아이유라는 가수가 현시대에 레전드라고 불리는 분들의 반열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유튜브를 비롯하여 수많은 SNS에 이번 공연의 드론쇼가 화제가 되고 있죠. 공연장에서 볼 때도 정말 거대하다 싶었는데 저 멀리 강 건너편에서도 크게 보였을 정도로 이번 드론쇼는 무척이나 강렬하고 화려했습니다. 그 리액션 없으시다던 아가수 아버님조차 대단하다고 하실 정도였으니... 그런데 설마 열기구를 타고 공연장을 돌 줄이야... ㄷㄷㄷ
게다가 폭죽은 또 얼마나 어마무시하게 터뜨리던지... 진짜 이번 콘은 3년 동안 모아두었던 걸 아낌없이 쏟아부었다고 할 정도로 어마 무시한 물량이었습니다. 올해 최고의 공연 중 하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대단한 빅쇼였어요. 이런 공연을 할 수 있는 것도 여가수로서는 현재 우리 아이유양이 유일할 겁니다. ^^;
예상되었던 셋 리스트
공연 직전에 부랴부랴 쓴 글에서도 예상했듯이 셋 리스트는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나만 몰랐던 이야기'의 등장이 조금 의외였달까요? 나머지 곡들은 대부분 전부 예상했던 그대로였네요. 다만 '코인'은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ㅠㅠ 아가수의 스웩 넘치는 래핑을 함 보고 싶었지만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일요일 공연 발라드 파트에서 딱 '코인' 착장을 하고 나오길래 설마? 했지만... 그냥 이쁜 아이유양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네요. 그래도 꼭 나중에라도 '코인' 무대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내 손을 잡아'는 역시나 역주행에 힘입어 다시금 셋리스트에 들어오기 시작하네요. 안타깝게도 아가수가 이번 공연을 끝으로 '좋은 날'과 '팔레트'를 다시는 부르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거 우리가 힘내서 이 노래들 다시 역주행이라도 하면 혹시 모르지 않을까요? 이런 자본주의에 찌든 놈~~ 이라고 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보내주기에는 너무 아까운 곡들이잖아요. 이렇게라도 해서 다시 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역주행에 동참하겠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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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서사에 대한 이야기
토요일 첫 콘서트를 보고나서는 대체 이 공연의 스토리가 뭘까? 했습니다. 뭔가 이해가 잘 안 되었다고 할까요? 대공연장이기 때문에 보여주는 무대가 많아서 그런가 싶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뭔가 딱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제한된 공연 시간 안에 함축해서 담아야 했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었네요.
하지만 이틀째 공연을 보고나서는 바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결국 이번 공연 자체의 서사로만 보면 핵심은 바로 '라일락'입니다. 라일락이라는 꽃의 꽃말은 이제 다들 아시죠? 라일락은 지나간 청춘에게 안녕을 고하는 뜻도 있지만 새롭게 다가올 사랑, 인연에 대한 기대의 의미 또한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은양이 지난 앨범 제목을 [LILAC]으로 한 것이고 타이틀곡 또한 '라일락'으로 했던 거죠.
좋은 날, 팔레트와의 이별
말씀드렸다시피 이번 공연을 끝으로 '좋은 날'은 무대에서 사라집니다. 사실 아이유 콘서트를 오랫동안 보아온 팬들이라면 지은양이 '좋은 날'과 계속 이별하고 싶어 했다는 걸 알고 있었을 거예요. 아가수는 지금까지 계속 대표 히트곡으로 불리는 '좋은 날'이 가진 과도한 상징성에 대해 부담감을 토로하곤 했습니다. '좋은 날'이 사실상 지금의 아이유양이 될 수 있던 정말 고마운 곡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좋은 날' 또한 오롯이 자신이 만들어낸 서사가 아닌 '소녀 판타지'를 대표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가급적 언제고 이별을 선언하고 싶었을 거예요. 그래서 대략 8만 8천여 관객들 앞에서 마지막으로 들려주며 화려한 은퇴를 시키고 싶었나 봅니다.
은퇴를 선언한 또 하나의 노래가 있죠. 바로 '팔레트'입니다. 사실 '팔레트'와의 이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한 방 먹은 느낌이었네요. 지은양이 직접 자신의 가장 아름다웠던 지난날을 거론할 때 항상 말해오던 스물다섯 아이유의 시절이었는데... 그걸 대표하는 '팔레트' 또한 '좋은 날'과 함께 보내주겠답니다. "지은아!!" 하고 외치던 응원법이 참 찰졌는데... 흙흙... 아직 '팔레트'는 보내줄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단 말입니다~~~~ ㅠㅠ
'팔레트'와의 이별은 시사하는 의미가 매우 큽니다. 단편적으로 보자면 [Palette] 앨범 포함 이전의 노래들은 모두 함께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하죠. 물론 그 중에서 '무릎', '마음', 그리고 '밤편지'는 예외 중에서도 예외인 케이스니까 논외로 하겠지만 나머지 노래들은 공연의 스토리 상 필요하지 않다면 가급적 앞으로도 쭉 제외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CHAT-SHIRE]의 노래들이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이 정말 아쉽습니다. 챗셔는 정말 당시의 아이유 그 자체였거든요. 그리고 '새 신발'이 사라진다는 게 넘나 슬퍼요. 혹시라도 다시 무대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는데... 아! 그래도 '이 지금'은 아닐 수 있겠습니다. '이 지금'은 비록 [Palette]의 수록곡이지만 내용만으로 보면 [Love Poem]과 가장 가까운 곡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부디 '이 지금' 만이라도 계속 볼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지은양의 가장 행복했던 스물다섯 아이유의 '팔레트'가 퇴장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스물셋, '팔레트', '에잇' 등으로 이어오던 나이 시리즈가 사실상 종결됨을 의미한다고 봐요. 이미 [LILAC]에서 나이 시리즈를 담은 노래가 수록되지 않음으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무대에서조차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이유양이 완전히 새로운 서사로 구성하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어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dlwlrma Universe의 서사, 그 시작은 러브포엠
예전 [Love Poem] 앨범을 리뷰할 때 이야기하였지만 '시간의 바깥'을 통해 소녀 판타지의 대표곡이자 공연의 핵심 중 핵심인 '너랑 나'가 10년 만에 서로 연결되었습니다. 과거 자신을 지독하게 괴롭히던 이 소녀 판타지를 10년의 시간이 흐른 뒤 '시간의 바깥'에서 만나게 하여 하나의 세계관으로 만들어 버렸죠. '너랑 나'의 작사가 김이나님 또한 이 '시간의 바깥'에 대해 굉장히 고마운 감정을 표하였습니다.
관련 글 링크 - IU 미니 5집 [Love poem] 리뷰 - 시간의 바깥
'이지금 유니버스'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종종 글로 소개를 한 적이 있으니 함께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좋은 날, '너랑 나', '분홍신'으로 대표되는 소녀 판타지 3부작에 의한 아이유가 있습니다. 아가수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스스로 만들어가기를 원했고 그 결과 소녀 판타지를 만들어준 이민수 작곡가, 김이나 작곡가 등을 포함한 아이유 사단과 이별하고 스스로 프로듀싱을 하게 됩니다. 자기 혐오로 인한 거식증을 겪는 등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팔레트'를 기점으로 스스로를 인정하게 되었구요. 결국 '시간의 바깥'을 통해 그토록 벗어나려고 했던 과거의 아이유와 화해하고 하나로 통합하게 됩니다. 이 세계관을 바로 '이지금 유니버스'라고 해요. 좀 거창한가요? ^^;
앨범 [Love Poem]의 타이틀 '러브 포엠'과 '시간의 바깥'은 굉장히 선언적인 노래입니다. 보편적인 사랑, 즉 인류애를 바탕으로 하는 노래들이었고 앞으로 아가수 자신이 어떤 삶의 방향으로 갈 지를 보여준 노래들이죠. 그리고 이어지는 [LILAC] 또한 선언적인 내용이 상당히 많은 앨범이라고 봅니다.
'러브포엠'과 그 궤를 같이 하는 '셀러브리티', 치열했던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과감하게 노출시킨 '코인', '시간의 바깥'처럼 과거의 아이유와 현재의 아이유 둘의 존재가 점차 하나의 존재가 되어감을 노래하며 지난날들을 함축시킨 아나바다. 그리고 그걸 뛰어넘어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넉살 좋게 표현한 '어푸'까지... 굳이 '에필로그'에서 "들어줄 거지요~"라고 하지 않았어도 앨범 [LILAC] 에는 정말 많은 말들이 담겨 있습니다.
다시 말해 [Love Poem]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었던 서사의 첫 줄을 쓰기 시작했다면, [LILAC]은 새롭게 시작될 30대 아이유의 서사라는 책의 서두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지은양은 결국 이 부분을 8만 5천여 관객들 앞에서 '좋은 날'과 '팔레트'를 은퇴시키며 이 '이지금 유니버스'를 시작으로 하는 새로운 서사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라고 봅니다.
걱정스러운 몸 상태
아마도 오래 공연을 보아온 팬들은 아가수 현재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바로 눈치채셨을 겁니다. 아무리 3년 만의 콘서트라지만 이미 2018 dlwlrma 콘서트에서 "나는 나를 믿으니까"라고 공연 중에 직접 얘기할 정도로 자존감과 함께 무대에서의 자신감이 엄청났던 아가수였는데... 이번 골든아워 공연에서의 모습은 마치 예전 공연을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에 홀로 힘들어하던 그때 그 모습이었어요. 그렇게까지 부담감이 심했을까? 싶었는데 결국 일요일 공연에서 귀가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이야기하였습니다. 결국 그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진 듯싶고 어떻게든 제대로 된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아마도 지은양은 홀로 전쟁 같은 이틀을 보냈나봐요. 하아... 그런 가운데 듣게 되는 에필로그란... 눈물이 흘러내리는 걸 간신히 참았습니다. ㅠㅠ
아이유라는 가수는 스스로도 그렇게 말해왔고 실제로도 많은 분들이 귀가 좋은 가수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귀가 정상이 아니라네요. 그래도 혹시나 시간이 좀 흐르면 나아지진 않았을까 했는데 여전히 문제가 있나 봅니다. 아직 청력에 손상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실제로 손상이 오게 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곳 중 하나라서 가급적 온전한 치료를 했으면 좋겠어요. 지은양이 왕성한 활동을 하길 바라는 욕심이 있지만 이제 본인이 말한 대로 30대의 여유로운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정말 아이유를 사랑하는 한 명의 팬으로서 다 그만두고 휴양이라도 하면서 제대로 회복하길 바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동안 아이유양 쭉 보아 오면서 느낀 것은 아가수 걱정만큼 쓸데없는 걱정도 없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방법을 찾고 노력하고 도전해서 그것을 뛰어 넘어온 것이 아이유의 역사였어요. 이번에도 그러하리라고 믿습니다. 부디 콘서트에서 말한 것처럼 14년 해왔으니 이제 14년 더 하자는 말처럼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이제 다시 시작될 14년을 함께 할 수 있길 바라요. (근데 저는 다시 14년이 지나면 어느새 환갑.. 쿨럭...)
이 글을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우선 허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긴 글 밖에 못쓰는 몹쓸 병을 가진 터라 여기까지 오시느라 힘드셨을 거예요. 설마 그래도 아직까지 콘서트 여운에 허우적거리신다면... 제가 예전에 쓴 지난 콘서트 이야기들을 잠시 보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야이유의 20대와 함께한 콘서트의 추억들]
아이유의 20대와 함께한 콘서트의 추억 2012
아이유의 20대와 함께한 콘서트의 추억 2013
아이유의 20대와 함께한 콘서트의 추억 2014
아이유의 20대와 함께한 콘서트의 추억 2015
아이유의 20대와 함께한 콘서트의 추억 2016
아이유의 20대와 함께한 콘서트의 추억 2017
아이유의 20대와 함께한 콘서트의 추억 2018
아이유의 20대와 함께한 콘서트의 추억 2019
암튼 진짜 공연이 끝났네요. 조금은 허무하고 아주 많이 허전하지만 그래도 지은양이 그리 멀지 않은 시간 내에 다시 만나자고 했으니까... 이건 앵콜콘각인거죠? 제발 그렇다고 해줘요~~~~ 앵콜콘 합시다~ 제발~~ 아직까지 저를 도와주시지 못한 조상신님 부디 후손을 어여삐 여겨 지은양 꿈에 나타나 앵콜콘 좀 하라고 해주세요~~ 굽신굽신...
후유증이 가시긴 개뿔... 자꾸 콘서트 장면들이 아른아른거립니다. 일해야 하는데... 흠흠.. 다들 힘든 시간들 보내고 계시죠? 주말 동안 열일한 지은양은 시체처럼 누워있을 테니 우리라도 열심히 일하자구요. ^^ 다들 콘서트 후유증 잘 치료하시고 앵콜콘에서 만나요~ 꼭이요~ 그리고 아이유 참 좋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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