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브로커

[스포] 브로커를 보면서 떠올린 나의 아저씨...

류겐 2022. 6. 13. 10:35

이제는 칸의 여신님~

 

모두가 다 보셨으리라고 생각되는 '브로커'를 어제 봤습니다. 대단한 감독님, 엄청난 배우들 덕분에 이미 개봉 전부터 기대가 많았던 작품이죠. 저는 좀 늦게 본 편이라 이래 저래 들려오는 후일담에 기대감을 조금 내려놓고 보긴 했습니다. 뭐 영화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가요? 우리 아배우님이 중하죠. ㅎㅎ

 

 

영화를 전부 보고나서 느낀 점은 쉽지 않다 라는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매우 잔잔하다 싶을 정도의 흐름이지만 각 대사 대사마다 캐릭터들의 서사를 간파할 수 있게 해 놓았고 이리저리 복선을 깔아놔서 스토리 진행을 이해할 수 있게 해 놓았더군요. 과연 명감독님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과연 제대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거나 이해하려고 하는 관객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걱정도 되었습니다. 저 역시 기대보다는 못 미쳤지만 그래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세세하게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스타일의 관객들에게는 조금 불친절할 수 있겠다 싶었네요. 

 

 

너와 나의 인생드라마 '나의 아저씨'

 

 

모두 아시다시피 지은양이 '브로커'에 캐스팅된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아저씨'에서의 지안 역할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화 속 소영이의 존재, 모습이 지안과 어떻게 비슷할까? 에 집중해 보았네요. 그런데... 제 개인적인 감상은 지안과 소영은 전혀 닮지 않았다입니다. 오히려 영화 전체를 보고 나서 고레에다 감독님이 말하고자 하는 대체 가족을 생각해보며  '나의 아저씨'가 떠올랐네요. 

 

 

'나의 아저씨'는 단순하게 말하면 어리지만 모진 인생 굴곡을 겪으며 자라온 20대 여성과 순탄한듯 보이지만 파국을 눈앞에 두고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벼랑 끝으로 몰린 40대 중년 남성의 치유기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지안은 동훈을 연애의 대상으로도 보고 아버지의 모습으로도 봅니다만 동훈은 지안을 연애 대상으로 보지는 않으며, '나의 아저씨'는 둘이서 만들어내는 유사가족을 보여줍니다. 

 

 

지안이 도청을 하고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을 모두 알면서도 동훈은 지안에게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 내가 널 알아."라고 합니다. 이 말은 동훈이 지안이 떠안은 빚을 갚아주려고 대부업체를 찾아가 싸움을 벌이다가 "나라도 죽여. 내 식구 패는 새끼 다 죽여!"라며 가족을 위해서라면 모두 이해해줄 수 있다는 말로 지안의 울음을 터뜨렸던 장면이 오버랩되게 합니다.

 

 

동훈은 자신의 가정 내 역할이 망가져가는 상황 속에서 지안을 통해 다시금 역할을 부여받고 삶의 의미를 부여받게 됩니다. 그리고 지안 또한 평생 받지 못한 가족의 울타리라는 것을 동훈을 통해 처음 겪게 되죠. 그렇게 지안과 동훈은 서로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지만 마치 가족처럼 서로를 위해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해주는 유사가족이 됩니다.  

 

 

유사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지안과 동훈

 

 

고레에다 감독님이 '나의 아저씨'를 감명깊게 보았고 그래서 지은양을 캐스팅했다는 것은 결국 이런 유사 가족을 이루는 모습을 연기한 것에서 확신을 받지 않았나 합니다. '브로커'에서 소영이 아이를 버리고 심지어 살인까지 했다는 배경이 밝혀지고 시종일관 아이에 대한 모성이 그다지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그리고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천천히 서로의 사정에 대해서 알고 이해하게 만들죠. 

 

 

'브로커'는 그렇게 천천히 쌓아 올린 서사를 마지막 종반부에 터뜨리는데요. 더 이상 진짜 가족 속에서 자신의 역할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상현이 대체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 그리고 동수가 우성이의 아버지를 자처하며 소영의 우산이 되고자 경찰에 잡혀 희생하는 것은 위에서 말한 '나의 아저씨'에서의 동훈을 생각나게 합니다. 며칠 전까지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만 함께한 시간 속에서 어머니의 모성이 필요했던 두 사람이 각자 나름의 생각으로 소영을 위해 희생한 거죠. 소영이 자신들을 버리고 새 삶을 찾고자 경찰에 자수할 거라는 것을 모두 알면서도... 마치 동훈이 지안에게 했던 것처럼 소영의 과거를 감싸고 자신들을 희생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지안이처럼 소영이도 상현, 동수, 수진 등의 도움을 통해 얻은 새 삶을 시작하게 되죠. 

 

 

 

솔직히 영화를 보고나서 바로 든 감상은 고레에다 감독님에 대한 의심이 들 정도로 뭔가 비어있다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서 계속 장면 장면들을 곱씹어보니 이런 생각들이 들게 되었네요. 과연 명감독이시구나... '브로커'는 개인적으로는 두 번은 봐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보는 것으로는 전부 이해하기 쉽지 않고 아마도 놓친 부분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주말에 2회 차 관람을 하려고 합니다. ^^; 다시 보면서 좀 더 찬찬히 뜯어보며 감상해야겠어요. 

 

 

여신의 손키스~ 안 반할 수 없겠구나

 

감히 이제 칸의 여신이 된 지은양의 연기에 대해서 논하기 그렇습니다만... 욕설을 하는 씬은 아직까지 좀 어색하게 느껴지더군요. 연기 자체는 좋았던 것 같은데 욕하는 톤이 일정하다든지 화난 감정 속에서도 차분함이 느껴진다든지... 랄까요? 지은양의 일상 속 모습이 떠올라서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만 ^^; 암튼 더 끌어올릴 수 있는데 덜 끓인 라면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감독님의 연출이라고 생각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드림'에서의 모습이 정말 기대되는 이유가 되기도 하네요. 

 

 

여담으로 지은양이 연초에 'Mother Nature'를 발표하였는데 공교롭게도 '브로커'에서 모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 이런 것들이 아이유양에게 연결되는 인연인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30대 지은양의 시작은 순탄해 보입니다. 아쉽게도 '브로커'의 대흥행은 좀 어려워 보입니다만 정말 좋은 영화 속 주연으로서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좋네요. 음... 아이유 참 좋다~~ =3=3=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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