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리만치 포근한 늦은 밤입니다. 사실 서울 콘서트를 다녀오고나서 바로 쓰고 싶었지만 아직 부산 공연도 남아있는데 그러는건 예의가 아니겠다 싶어서 기다렸네요. 이제 콘서트도 다 끝이났고 그 동안 생각해오던 것들을 정리해야겠다 싶어서 늦은 밤에 적어봅니다. 사실 적어놓지 않아서 이거 근사한 생각이다~~ 라고 했던걸 이미 까먹어버렸네요. ㅎㅎ
1. 문화에 대한 고찰
'콘서트 문화 만들기'... 참 뭔가 거창한 말이죠. 문화라는 것이 만들어지는데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제부터 시작~!" 한다고 바로 문화가 생기는 것은 절대 아니죠. 오랜 시간 쌓이고 쌓여서 누구나 공감하고 누구나 이해하는 뭐 그런 것이 문화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작년부터 우리가 사랑해마지않는 아이유양의 콘서트가 시작이 되었고 올해로 그 두번째 콘서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애당초 '문화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 에 대해서 조금 고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아주 가까이서 접하는 간단한 문화로 식사문화가 있습니다. 식사를 할 때 다리를 떨지말아라, 소리를 내며 먹지 말아라, 식기 소리를 크게 내지 말아라, 먹으면서 말하지 말아라 등등 예의범절에 관한 것이 있겠고,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찌개라는 문화가 있어서 한 식기에 여러 사람이 숟가락을 넣는다던지 하는 요즘은 조금은 꺼리는 문화도 있습니다. 비빔밥 같은 것도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구요.
관람문화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혹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자주 다녀오신 분들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곳은 무조건 촬영금지입니다. 소란을 피워도 안되구요. 촬영이 불가능한 것은 애당초 그곳에 전시되어 있는 문화재들의 가치를 위해서이겠고 소란을 피우지 말라는 것은 그 문화를 즐기는 분들에 대한 배려이겠죠. 이 두가지에 사실은 제가 이번 '콘서트 문화 만들기' 라는 캠페인을 진행해온 모든 이유가 들어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가치의 존중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내가, 그리고 우리가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유라는 가수에 대한 가치를 존중하고 함께 콘서트에서 행복한 시간을 공유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배려. 그것이 바로 한달여 넘게 준비해와서 이번 콘서트에서 해온 '콘서트 문화 만들기' 의 의미였습니다.
2. 콘서트 문화 만들기의 시작
위의 사진이 무엇인지 아시겠나요? 제가 '콘서트 문화 만들기' 라는 것을 시도하게끔 만든 장면입니다. 바로 작년 9월 일본에서 있었던 콘서트의 한 장면이죠. 다녀오신 유애나 분들이 후기에도 올려주시고 했는데 일본 공연 중 관객 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 계셨다고 합니다. 영상을 봐도 끝까지 서서 관람하시더군요. 제게는 너무나 신선한 모습이었고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문화적인 충격까지 받았습니다. 아무리 우리에게는 미운나라이지만 적어도 저들은 장인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지킬 줄 아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그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구요.
제가 글을 열번도 넘게 쓰면서 일관되게 말해왔던 것은 딱 하나였습니다. 첫 공연을 기립해서 맞이하는 모습이었죠. 사실 일어서서 맞이하고 그냥 바로 앉아도 되는 거였습니다. 애시당초 목적은 오랜 시간 동안 무대를 위해 준비해준 아이유양에 대한 존경과 예의를 갖추고자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여러 회원님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적어도 첫 무대가 끝날 때까지는 그냥 서 있는 것이 덜 혼잡하지 않겠느냐? 하는 결론이 모아져서 안내문에 그렇게 적게 되었죠.
일본처럼 공연 내내 서서 관람하는 것은 솔직히 지금의 우리에게는 큰 무리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보셨겠지만 쭈뼛쭈뼛거리면서 일어났었죠. 그나마 서울 공연에서는 많이 호응을 해주셨지만 부산은 좀 잘 안되었다고 합니다. 잘되고 안되고는 사실 중요한게 아니구요. 그저 관객분들이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3. 나타난 문제점
가장 먼저 나타난 문제점은 사실 준비해오면서도 여러차례 얘기가 나왔던 신장 차이에 따른 시선의 제한이었습니다. 키가 작으신 분 앞에 키가 큰 관객이 서 계시면 시야가 가려져서 아무래도 제대로 공연을 즐기기 힘들죠. 그것에 대한 지적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은 딱히 생각이 나지 않네요. 그냥 일어서지 않는 것 말고는 답이 없겠더라구요. 공연장이 저 일본 콘서트 장소마냥 적당한 경사가 있다면 모를까 이번 콘서트 공연장 같다면 어떻게 해도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두번째로 이것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것인데.... 경희대 평화의 전당을 보시면 C열 첫번째 블럭의 가장 끝 줄에 장애우석이 있습니다. 평화의 전당이 경사가 조금 완만한 편이라 어느 정도 각도가 생기는 첫블럭 뒤편에 그런 좌석을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요. 첫 무대를 기립하면 그 분들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서 이것에 대한 어떤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라서 적잖은 충격도 받았고 분명 일본에도 그런 상황이 있을텐데 저들은 그것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건 팬인 저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었거든요.
마지막으로 안내문의 배포에 관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해보는 것이었고, 로엔과의 협력도 거의 없던 상황인지라 약간 현장에서 즉흥적인 방식으로 배포가 이루어졌습니다. 나름 열심히 뛰어다녔던 서울 토요일 콘서트는 관객분들도 일찌감치 오신 분들이 많았고 줄도 상당히 길었기에 나눠드리는데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비가 내려서 혼잡하던 서울 일요일 콘서트는 말 그대로 정신없이 나눠드려도 놓치는 관객분들이 상당수여서 제대로 나눠드릴 수가 없었네요.
이틀간 이 일을 겪고나니 지난 번에 앞만보고달림님이 올려주셨던 김범수 콘서트에 대한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좌석에 안내문을 붙여놓았다는 내용을 보고 정말 부러웠는데, 애시당초 안내문의 분량은 좌석수만큼을 준비했었기에 공연 주최측과 협조만 잘 되었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네요.
4. 하고 싶던 말
시야가 방해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힘들게 고생하면서 콘서트를 준비해온 아가수를 성의껏 맞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팬분들도 다같이 동참해주시지 않을까 했습니다. 이제 막 아가수의 팬이 되었거나 정말 그냥 관람하러 오신 분들께는 죄송할 따름입니다. 다만 유애나에서 그런 말씀들을 들으니 참... 내가 괜한 짓을 했구나.. 하는 마음이 올라오곤 하더군요. 어떤 분 말씀처럼 오지랍이겠고 어떤 분 말씀처럼 이기적인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해도 되는 일이었을수 있구요.
앞서도 길게 말씀드렸지만 이 '콘서트 문화 만들기'는 결국 배려와 존경 그리고 예의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유애나에 계신 팬분들이라면 이해를 해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것이 첫 발걸음이 될 것인지, 마지막 발걸음이 될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은 자연스럽게 다음 콘서트에 대한 준비까지 말씀하시더군요. ㅎㅎㅎ 정말 생각도 안하고 있거든요. ^^;
그저 첫 걸음이라고 생각했기에 큰 기대보다는 시도한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었습니다. 함께 동참해주시고 콘서트에서 호응해주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구요. 정말 그곳에서 거절도 당하면서 많이 부끄러우셨을텐데도 열심히 안내문 배포해주신 모든 분들께 새삼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 분들 없었으면 절대로 할 수 없었을 꺼에요.
어느새 새벽 2시가 넘엇네요. ㅡㅡ; 암튼 글만 쓰면 이렇게 길어지니... ㅡㅜ 이것부터 정리를 하고 이번 콘서트도 다시 정리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올 다음 콘서트에 대한 기대와 희망도 품어봐야겠죠. 늦은밤까지 아이유 앓이 하느라 후유증에 잠 못 이루고 계신 분들도 많으시겠죠? ^^; 작년 단콘 때 정말 심각할 정도로 그 후유증에 허덕였는데 어느새 그런 것들에 초연하게 되었다니... 뭔가 자연스러우면서도 허전하네요. ㅎㅎ 그럼 모두 아이유 팬 하시고 천국 가세요~~ My Life for 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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