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모던 타임즈(2013)

일요일 콘서트 후기 -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류겐 2013. 11. 25. 02:13

오늘 아이유의 두번째 단독콘서트 'Modern Times' 일요일 공연을 다녀왔습니다. 방금 집에 돌아왔네요. 정말 무지무지 피곤합니다. 오늘은 원래 차를 가지고 가려하지않았건만... 결국 안내문 보관 문제도 있고 들고 이동하기도 어려울듯 해서 차를 갖고 가고 말았네요. 비가 오기 시작하면서 차가 생각보다 막혀서 오늘 도와주시기로 했던 분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훨씬 늦게 도착해버렸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들 드리겠습니다. (__)

 

어제는 그냥 대강의 후기를 적었다면 오늘은 조금은 정리된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부산콘서트도 남아있지만 아마도 제가 딱히 스포를 하지 않더라도 이미 어지간한건 다 스포가 된 듯 하더라구요. 아마도 제가 늘 그러하듯이 조금은 길고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 혹시라도 부담되신다면 조용히 마우스 스크롤을 휙휙 내려주시면 감사하겠네요. ㅎㅎㅎ 

 

그럼 이제부터 차분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보겠습니다. 

 

1. 콘서트 문화 만들기

 

 

2030 게시판에 계시는 분들을 포함해서 아마도 유애나에 계신 분들 상당수가 알고 계시는 '콘서트 문화 만들기' 켐페인은 폭풍 같은 강렬한 임팩트가 아닌 잔잔한 물결처럼 팬분들에게 퍼져나간듯 합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애초에 이 캠페인은 아주 단순하게 '콘서트 첫 무대를 기립해서 맞이하기'라는 아주 간단한 팬들의 동참을 유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조금씩 살이 붙었지만 실제로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너무나도 얌전하고 수줍은 아이유 팬분들이 조금은 자신의 마음을 자신있게 표현하고 부끄러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거든요. 일단 토,일요일 양일간 지켜본 바로는 성공입니다~ ^^;

 

사실 오늘은 큰 걱정이 없었구요. 토요일이 걱정스러웠습니다. 첫 시작을 잘해야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텐데... 하고 말이죠. 베일 속으로 아가수가 보이고 관객들이 환호를 하는데 언제 일어날지 잘 몰라서 여기 저기 두더쥐 게임 하듯 팬들이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는등 재미있는 모습이 연출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첫 곡 반주가 나오자 토요일 반응이 뜨거웠던 A,B 구역 분들이 일어서기 시작했고 곧내 E구역 분들이 일어서자 D,C 구역 그리고 B 구역의 안쪽 분들도 일제히 일어나더군요. 확실히 앉아서 환호하는 것과 일어서 환호하는 것에는 에너지의 차이가 상당합니다. 아가수도 (제 생각에는 이미 알고 있었으리라고 보고 어찌하나 지켜보고 있었겠지만) 팬들의 모습을 보고 흐뭇한지 안무를 하면서 시종일관 표정이 좋더군요. 일요일 콘서트에서 밝혔지만 토요일 콘서트  시작 직전까지 컨디션이 너무 안좋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콘서트가 시작되면서 힘이 생겼다고 하더라구요. 아주 미력하지만 그 힘에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서 팬으로서 행복했습니다. 

 

오늘은... 역시 어제 오신 분들도 상당수 계셔서 그런지 쉽게 기립해 주시더군요. 그리고 더 큰 환호로 지은양을 맞이해 주셨습니다. '아... 이제 정말 우리도 이런 것들이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겠구나...' 했습니다. 심지어 일요일 콘서트에는 엔딩에서도 다들 일어서서 박수를 보내주셨어요. 아가수도 좋았겠지만 저도 감동 받았던 순간이었습니다. ㅠㅠ

 

안내문은... 아마도 대략 토, 일 양일간 3천여장 정도가 배포된 것 같습니다. 관객들이 많았고 날씨가 좋았던 토요일에는 아무래도 배포가 훨씬 쉬워서 그런지 거의 빠짐없이 나눠드릴 수 있었던 것 같구요. 일요일은 비가 와서 실내가 어수선한 가운데 드리다보니 제대로 다 드리지도 못하고 겨우 천여장 정도 밖에 못나눠드린것 같더군요. 더군다나 비 때문에 늦게 도착하신 분들도 상당해서 저희들도 콘서트 시작 시간 때문에 어쩔수 없이 철수하는 바람에 토요일에 비해 훨씬 작은양 밖에 못나눠드린것 같습니다. 사실 서울 콘서트를 위해서만 8천장을 준비했는데 절반 이상이 남았네요. ㅡㅡ; 부산 콘서트에 내려가는 지인에게 약 3,500여장 가까이 보냈는데 서울 콘서트의 경험으로 보면 그걸로도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안내문을 거절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전반적으로 다들 '이게 뭔가?' 궁금해 하시며 잘 읽어주셔서 좋은 호응이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 마지막에 쓰레기에 대한 부분도 말씀드렸는데 생각보다 호응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구요. 준비한 사람으로서 정말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제, 오늘 함께 고생해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늘 옆에서 힘이 되어준 MuDaePPO님, NaDia님, 끝내 제게 얼굴을 보여주시지 않으셨지만 열심히 도와주신 물새꽃님, 몸이 안좋은 와중에도 늦게나마 표를 구해 토요일에 도와주신 욱카프리오님, 수줍은 얼굴이 인상적이셨던 하늘에걸린별님, 역시나 열심히 도와주신 범버미님, 원래 도와주시기로 하신 것도 아닌데 양일 모두 도와주신 고마운 Flowiz님, 불만제로님, 먼 대구에서 올라오셔서 불혹이 눈앞임에도 열심히 도와주신 새알님,  비와서 혼잡한 실내에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나눠주신 지하철님, 사쿠님, 그리고 독특한 복장으로 사진까지 찍히신 물총의달인님, 그 밖에 못난 제게 힘이 되어준 많은 지인분들... 참 별일 아닌것 같았는데 준비하면서 저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네요. 다시 한 번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부산 콘서트를 위해 뭔가 가이드를 적고 싶은데 그러자면 너무 길어질듯하여 여기서 줄이고 그 부분은 따로 글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출처 : MuDaePPo님>

 

 

 

2. 아이유의 단독 콘서트, 그 두번째

 

이번 단독콘서트를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가까워짐? 친숙해짐? 익숙해짐? 인정?

 

이런 단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결국 편해졌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콘서트를 통해서 남은 것이 이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어떤 무대보다 긴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한 응답을 할 수 있는 시간... 그것이 바로 콘서트죠. 

 

 

저도 처음에는 콘서트를 토,일 모두 가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레파토리인데 뭐하러 또 가지?' 이런 생각이었죠. 그러다가 도대체 왜 같은 공연을 연달아 보는지 알아보려고 작년 앵콜콘서트를 양일 모두 다녀왔더랬습니다. 그랬더니만... 똑같은 기쁨이 2배가 되는것이 아니라 그냥 서로 다른 즐거움으로 채워지더군요. 아... 이것이 라이브의 매력이고 콘서트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팬들의 마음이구나...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콘서트도 역시나 토, 일요일 모두 가게 되었죠. 물론 진행하는 캠페인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저는 제가 먼저 행복해야 지은양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팬이라서.... ㅎㅎ 아무리 캠페인이 중요해도 제 콘서트 관람에 대한 즐거움은 절대로 포기 못합니다. ^^; '콘서트 문화 만들기' 도 결국 하면서 다 제게 기쁨이 되었기 때문에 한 것이구요. 

 

 

아가수가 일요일 콘서트에서 밝혔듯이 저 또한 토요일 콘서트 초반에 지은양의 목 상태가 그리 좋지 않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막귀인 제가 느낄 정도라면 아마 그 자리에 계셨던 많은 팬분들도 느끼셨을 꺼에요. 게다가 원래 기타곡 시간에 움직여야할 장치도 움직이지 않는등... 아마 초반에 아가수로서는 오늘 쉽지 않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희한하게 점점 목소리가 좋아지더군요. 보이스메일 틀린건 그냥 애교~ ^^;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 라는 말은 정말 진리인것 같습니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라서 그런걸까요? 우리 팬분들도 어떻게 하면 우리 가수가 좋아할지를 학습을 통해서 알게된 것 같았습니다. 실수를 해도 더 큰 환호와 응원으로 그녀에게 에너지를 채워주었고 아가수 또한 그 에너지에 힘입어 더 훌륭한 무대로 응답해 주었지요.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라는 스포츠계의 격언이 있듯이 '실수 또한 콘서트의 즐거움이다' 라는 말을 막 만들어서 변호해 주고 싶습니다. ㅋㅋㅋ 보고있나? 아가수? 우린 그런 당신도 좋다구~~

 

 

 

<사진 출처 : MuDaePPo님>

 

 

오늘 아주 엄청난 시간이 있었죠. 오늘 갔다오신 분들은 다 아실겁니다. 아마 이미 소문이 퍼질대로 퍼져서 다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구요. 토요일 콘서트에 커튼이 모두 내려가고 관객이 대부분 퇴장했을 즈음에 아가수가 살짝 커튼을 걷고 나와서 2곡의 짤막한 무대를 선물했었죠. 저는 안내문 보관을 MD상품 판매하는 곳에 맡겨두었던터라 콘서트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그 쪽으로 갔다가 그만 그 좋은 선물을 받지 못했더랬습니다. ㅠㅠ 그런데 오늘 아예 처음부터 아가수가 그 얘기를 꺼내더군요. 지인들과 농담으로 "어제 아가수가 오늘은 안한다고 했어~~" 하는 장난을 치긴 했지만, 그 얘기를 들을때부터 '아가수가 그 시간이 정말 좋았었구나... 아마 오늘도 또 하겠네' 라는 생각을 했어요. 혹시라도 제 말에 속아서 퇴장하신 관객분들이 계시다면 사죄드리고 싶습니다. (__) 

 

 

암튼 저 구석에 지은양이 나타나자마자 앞쪽으로 뛰어갔더랬습니다. 이미 자리 잡으신 분들도 많이 계셨지만 꽤 앞에서 정말 라이브 중의 라이브를 감상할 수 있었네요. 아마 제가 보기엔 관객의 70% 가까이가 집에 안가시고 그냥 계시더군요. ㅎㅎ 아가수도 설마 이렇게까지 남아있을거라고는 생각 못했는지 연신 당황스럽다고...^^;  

 

 

'가리워진길'을 들으면서 진심어린 지은양의 목소리에 온몸이 떨리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다 부르고나서 저희들에게 "나에게 힘이 되어줄꺼죠? 나에게 길이 되어줄꺼죠?" 라고 물었을 때, 그녀 또한 당신이 내 편이라고 말하는 팬들에게 애정을 갈구하고 있고 의지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꼈네요. 그리고... 두번째곡, 세번째곡,  '히든싱어' 출연자분들 모시고 같이 부른 '좋은날', 그것도 모자라서 다섯번째곡, 여섯번째곡까지 더 해주고서도 관객분들에게 뭔가를 더 해주고 싶어하는 아가수의 눈빛에서 '이 사람도 정말 바보구나. 자기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도 모르고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바보...' 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유애나송'을 다 같이 부르고서야 '안녕!' 한마디와 함께 돌아설 수 있었던 지은양... 당신에게, 그리고 모든 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이승철님이 부른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의 OST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영화만큼이나 절절한 가사지만 오늘은 지은양에게 이 가사 그대로 전해주고 싶네요. 

 

 

천번이고 다시 태어난 데도 그런 사람 또 없을테죠
슬픈 내 삶을 따뜻하게 해준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그런 그댈 위해서 나의 심장 쯤이야 얼마든 아파도 좋은데 
사랑이란 그 말은 못해도 먼곳에서 이렇게 바라만 보아도
모든걸 줄수 있어서 사랑 할수 있어서 난 슬퍼도 행복 합니다


나 태어나 처음 가슴 떨리는 이런 사랑 또 없을테죠
몰래 감추듯 오랜 기억속에 단 하나의 사랑 입니다
그런 그댈 위해서 아픈 눈물 쯤이야 얼마든 참을수 있는데
사랑이란 그말은 못해도 먼곳에서 이렇게 바라만 보아도
모든걸 줄수 있어서 사랑할수 있어서 난 슬퍼도 행복 합니다


아무것도 바라지않아도 그대 웃어준다면 난 행복할텐데
사랑은 주는거니까 그저 주는거니까 난 슬퍼도 행복합니다

 

 

소극장 공연을 얼른 해야겠다고 하는 지은양. "다들 오실거죠?" 라고 물었지만 정말 우리가 바라는게 그거라는거 알고 있을까요? 아마도 여느때처럼 막 지른거겠지만 정말로 자주 소극장에서 노래하며 가까이서 아가수와 호흡할 그 날을 기대해 봅니다. 

 

<사진 출처 : NaDia님>

 

 

이번 콘서트에서는 성숙함이라는 컨셉 아래 정말 아름다운 발라드곡들을 많이 불러줬습니다. 곡 숫자만 세어봐도 무려 서른 한곡입니다. 사실 무대 끝나고 난 뒤의 무대에서 두 곡 부르고 나서 솔직한 제 심정은 '이미 충분히 해줬어요. 그만 들어가 쉬어요' 였네요. 그래서 "고마워요~" 라고 몇번을 말했는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뭔가 더 해줘야 하는데 못해줬다는 듯이 쉬이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는 지은양을 보면서 새삼 '아이유 팬하기 정말 잘했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마 나는 이 사람에게 등 돌리는 짓은 못하겠구나.. 했네요. ^^;

 

 

아직 부산 콘서트가 남아있지만, 분명히 아가수는 전보다 더 가깝게 팬들에게 다가가려고 했습니다. 물론 팬분들도 작년보다 더 가깝게 지은양에게 다가갔구요. 이런 한걸음 한걸음이 더해져서 오늘처럼 행복한 시간들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해요.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의 엔딩 멘트를 전하면서 글을 맺을까 합니다. 

 

 

"우리는 더 행복해질꺼에요~"

 

 

<아이유 앓이 하세요~>

 

 

 

P.S. 혹시 아가수가 콘서트에서 마쉬멜로우 부를 때 초반부에 "이게 뭐지" 라고 왜 물어보는지 아시는 분? 이번 콘서트를 보니 역시나 다들 모르고 계신것 같아서 말씀드리자면 아가수가 인트로 부분에서 그 "마쉬멜로우~" 하는 그 타이밍에 맞춰서 팬들에게 "마쉬멜로우" 라는 함성을 듣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부산 콘서트 가시는 분들은 아가수가 "이게 뭐지?" 하면 바로 "마쉬멜로우!!!" 하고 외쳐주세요~~ ^0^ 제 옆에 옆에 앉았던 꿈나무 별사탕님에게 작년 야광봉 빌려드렸다가 그만 똑 부러져서 돌아왔습니다. 흙흙~  이거 하나 남은거였는데... ㅜㅜ 그래도 미래를 생각해서 별사탕 꿈나무에게 배푼거니까.. 저 잘한거죠? 데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