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Palette(2017)

밤편지 M/V에 대한 해석...

류겐 2017. 3. 25. 15:47

이라고 하면서 뭔가 써보려고 했더니만 뮤직비디오 감독님이 이미 얘기를 다 풀어내버렸습니다. 아... 이 허탈한 기분이란... 난 뭐한다고 뮤비 장면 하나 하나를 곱씹어보면서 뭔가를 알아내려고 했을까...

 

 

<젖은 눈동자에서 이미 슬픈 결말임을 암시>

 

 

 

아이유님이 그리는 컨셉은 명확했다. ‘작은 방에서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어요.’ 작은 방이라.. 미팅 후 집에 돌아와 아이데이션을 시작하며 로케이션에 대한 아이디어부터 쥐어짜기 시작했다. 어떤 방이 좋을까. 아니, 정확히 말해 어떤 방에서 노래를 불러야 이 노래가 갖고 있는 처연함을 아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남루한 1.5평짜리 고시원? 평창동 고급주택에 딸린 셋방? 방 모양을 꽤나 잘 흉내낸 햇살이 떨어지는 오픈세트? 아, 아무래도 현대극은 아닌것 같다.그렇다면 보는것만으로 그저 서글펐던 시대를 떠올려보자. 그렇게 뮤직비디오의 주된 배경이 되는 로케이션의 시대는 5,60년대 말로 정해졌다. 


해방 후, 수년이 흘렀지만 일본의 잔재는 여전히 남아있고, 가난으로부터의 도약을 꿈꾸지만 상처가 채 씻기지 않은 혼재된 시대. 마음놓고 그저 사랑하기엔 낭만이 결여되어있던 시대. 그렇다면, 한옥보다야, 해방된 땅에서 채 허물지 못한 일본식 가옥이 좋겠다. 그게 긴 설명은 할 수 없는 뮤직비디오의 특성상, 더 직접적으로 시대적 배경을 설명해줄테니까. 그렇게, 현재 대한민국 땅에 남아있는 일본식 가옥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적지 않은 비용과 수고로움을 들여 온 스탭들이 그 긴 시간을 운전해 촬영지인 부산에 모여들게 된다. (쇤네가 죄인이옵니다..)


영화적 화법을 추구하는 본인의 작업 성향으론, 이 가옥이 숨겨진 이야기를 전달하는 미쟝센으로는 맞춤이었다. 주인공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밤잠을 설쳐가며 써내려간 연서를 사랑하는 이에게 결국 전해주지 못한다. 이 부분의 숨겨진 이야기도 시대적 배경이 5,60년대로 설정됨에 따라 자연스레 해결이 되었다. (물론 뮤직비디오엔 담을 수 없지만..) 못다 전한 편지. 아, 그 큰 가옥에 덩그러니 남은 여주인공을 떠올리니 그저 가엽다.

- 이래경 감독의 M/V 설명 중...

 

 

이 뮤직비디오의 배경이 부산에 있는 정란각(貞蘭閣)이라는 것은 이제 다들 아시고 계시죠? 이 정란각이 1939년에 지어진 건축물이라니... 부산이라는 지역에 있어서 전란 중에도 잘 보존될 수 있었다 해도 그 오랜 세월을 버텨왔다는 것이 사뭇 대단해 보입니다. 감독님의 설명대로 정란각은 아가수님이 원하는 공간감과 동시에 당시 시대 상황까지 아울러서 설명해줄 수 있는 그런 장소였네요. 

 

 

 

<노래하는 화자의 표정의 주된 감정은 처연함>

 

 

뮤비 속에서의 화자는 마이크를 붙잡고 노래를 하는 여성입니다. 당연히 뮤비 속 여성은 모두 동일 인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동시간대의 인물이라고 볼 수는 없을듯 싶네요. 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모습만 연결해서 봐도 뮤비 속 주인공이 느끼는 모든 감정이 다 표현될 만큼 노래하며 연기한 아이유님의 표현력이 정말 좋았습니다. 슬픈 표정이었다가 미소가 지어졌다가 하는 것이 반복되는 것을 바라보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울컥하며 가슴이 져미는 슬픔을 느낄 수 있네요. 

 

 

 

 

 

 

참고로 위 마이크가 달려있는 기계는 릴데크라고 합니다. 이 릴데크는 1967년 TEAC 에서 생산된 A-4010 시리즈로 보이구요. S인지 SL 인지까지는 솔직히 귀찮아서 더 이상 찾아보지 않았네요(귀차니즘이... ㅜㅜ). 1940년대 말부터 아날로그 테입으로 녹음하는 것이 보편화 되었다고 하니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겨나는 '밤편지' 에게는 제격인 소품이 되겠습니다. 

 

 

 

 

 

 

"이 밤 그 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반딧불이는 일반적으로 좋은 징조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꿈을 해석할 때도 반딧불이는 주로 합격, 성공 등을 의미한다고 하죠. 대략 이 시기에서 보이는 반딧불은 사랑하는 이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그런 메타포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 과하게 생각해보면 그렇게해서라도 님이 무사히 다시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고 보면 되겠죠. 

 

 

'밤편지' 의 뮤직비디오는 위의 반딧불이로부터 해서 수많은 메타포가 존재합니다. 암시적인 은유를 뜻하는 메타포는 굳이 여러가지를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각각의 소품들이 뜻하는 바를 이해하게 되면서 전체적인 이해를 돕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이래경 감독님은 직접적으로 깨진 거울, 구슬, 반딧불이 등을 거론하기도 했는데 그것말고도 상당히 많은 암시가 존재하더라구요. 

 

 

 

 

 

 

<기다림...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연인에 대한 원망이 담긴 답답함>

 

 

감독님이 설명한 것 외에도 이렇게 대놓고 이거 암시야~~ 라고 보여주는 듯한 실타래가 풀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거 보고 느낌이 좋았던 분 있나요? 이런 장면은 대부분 사건, 사고를 암시하는 장치들로 자주 쓰이는 클리셰입니다. 저는 깨진 거울을 빛에 반사하면서 해맑게 웃는 장면을 보며 울컥하게 되었네요. 혹시 이미 다 알면서 저러는건가? 하는 생각으로 몇번을 다시 보았지만 뒤이어 기다림의 시간을 의미하는 장면을이 나오는 걸로 보면 그냥 막연히 순수한 그리움을 표현한 것인가 봅니다. 

 

 

 

 

 

 

 

 

등장하는 꽃들에 대한 말들도 이미 많이 밝혀져 있더군요. 앞서 보였던 안개꽃, 아카시아, 백일홍 등은 모두 좋은 징조로 해석되는 꽃들이 아닙니다. 위 장면 속 우표의 꽃이 백일홍이죠. 백일홍은 일반적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의미하는 암시입니다. 자신에게 사랑을 만들어주고 (전쟁 등이 아닐까 하는 이유로) 떠나간 님에게 설레는 맘으로 편지를 써서 우표를 붙여 보내보려고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 편지는 전해지지 못했죠. 아니면 뭐 보내졌지만 유품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르구요. 마지막에 개봉된 편지봉투를 보면 그게 맞겠다 싶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저렇게 우표에 슥~ 혀로 침을 발라서 붙이던 시절이 언제였나... 싶습니다. 한 20년 전까지는 저렇게 떠나가는 시대의 감성을 붙잡아보려고 억지로 손편지를 보내보곤 했지만 이내 핸드폰의 시대 속에서 잊혀져갔네요. 새삼 뮤비를 보면서... 직접 손으로 편지를 쓰며 설레던 감정, 편지를 부치며 흥분되던 그 때... 편지가 제대로 도착은 했나? 받았으면 답장은 오는걸까? 하는 그런 기다림의 시간 들이 좋았던 그 시절의 감성을... 이제는 다시 경험해보지 못할 그런 감성들을 느껴봤습니다. 

 

 

 

 

 

지난 번에도 글에 적었지만 '밤편지'는 대중들에게 이게 바로 나, 아이유야~ 라고 각인시키는 듯한 그런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공백기간으로 대중들에게 가수 아이유가 어느새 희미해진듯 싶은 지금에, 대체 불가능한 감성 보컬로서의 자신을 확인시키는 듯한 자신감이 물씬 뭍어나는 '밤편지'. 복잡한 세션보다 아가수님의 목소리 하나 하나에 더 집중한 듯한 이 '밤편지' 를 마주하며 한 명의 팬으로서 이런 당당한 자신감이 참 좋네요. 

 

 

각종 차트에서 1위를 휩쓰는게 어찌보면 이제 너무나 당연해보이기에 어쩌면 아이유님에게 왠지 모를 부담감이 있었으리라고 보는데요... 이런 멋진 결과로 앞으로 나올 정규 4집의 마무리 작업 등을 한결 신나게 할 수 있을것 같아요. 그렇게 신나하고 있을 아가수님을 상상하며 오늘도 '밤편지'에 흠뻑 빠져 보렵니다~ 아이유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