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아이유 이야기

서태지와의 콜라보가 갖는 의미

류겐 2014. 10. 20. 16:41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30~40대 분들이라면 비오는 날 이 노래가 간혹 떠오르곤 하시죠? 어느새 창 밖을 보니 비는 그쳐있지만 꾸물꾸물 회색빛 하늘이 아직 좀 더 남은 가을비를 걱정하게 합니다. 제발 출근 시간에는 좀 안내리면 안되겠니? ^^; 이 비가 그치고나면 기온이 많이 떨어질거라고 하는데요. 옛날에 비해 가을이 몹시 짧아져서 아차 하는 사이에 계절을 놓치실 수 있으니 아직 사놓고 입지 못한 가을옷이 있다면 부지런하게 꺼내입어보세요~ ^0^





지난 18일 토요일에 서태지 'Chrismalo.win' 콘서트가 있었죠. 예고되었던대로 콘서트에서 아이유양과 서태지님과의 듀엣 무대가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네이버의 중계영상에는 생목소리가 그대로 송출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었죠. 무슨 중계를 이따위로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만... 25일에 방송되는 MBC 쪽 영상은 다르겠거니 하면서 기다려 봅니다. 


애시당초부터 '소격동 프로젝트'는 알려진대로 두가지 버전이 합쳐져 하나의 음악이 되는 것이었기에 이 합동 무대도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것이었습니다. 무대의 훌륭함을 떠나서 이 두 가수의 상징적인 의미가 제게는 나름 큰 의미로 다가왔네요. 그 의미에 대해서 말씀드리기 전에 서태지님의 음악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아주 약간만 양념을 쳐볼께요.(사실 저도 쥐뿔도 모릅니다. ㅡ_ㅡ)





아마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번 서태지님의 '크리스말로윈'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사실 저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그런 제게도 꽤나 듣기 편하고 중독성이 있더군요. 그러면서 다른 분들이 평가하는 것들에서 보이는 것처럼 하나의 음악이라는 공간에 참 많이도 밀어넣었구나~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혹시 클래식에 조예가 있으신 분들이 있으신가요? 뭐 관심이 없으신 분들에게는 그저 지루한 음악이겠지만요. ^^; 그럼 조금 쉽게 몇년 전에 대흥행을 했던 예능 '남자의 자격'에서 있었던 합창 프로젝트를 기억하시나요? 단기간이었지만 합창에 대해 잘 모르던 사람들을 모아서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감동을 보여주었던 방송이었습니다. 저도 나름 합창을 좀 했던 추억이 있어서 정말 빠져들었네요. 


단순히 하나의 음, 하나의 목소리를 몇십개로 불려서 뭉친다면 그건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소리일 겁니다. 베토벤이라든지 모챠르트, 슈베르트 등 우리가 어렸을 적 배워왔던 클래식의 거장들의 위대함은 바로 그 수많은 악기와 목소리를 합칠 때 연상되는 하모니를 만들어낸 사람들이라는데 있습니다. 바이올린 파트가 1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서 그 10명이 모두 같은 소리는 또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그 정해진 틀에서 수많은 소리가 합쳐져서 완성된 하나의 위대한 음악을 들을 때 압도되는 느낌과 풍성하게 채워지는 기쁨이 바로 클래식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정말 클래식의 ㅋ 자도 모르는 놈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습니다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렇습니다. 서태지의 음악이 무엇이다~ 라고 정의할 정도로 대단한 팬은 아니지만 적어도 거의 음악이 정말 가득채운 음악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네요. 특히나 이번 '크리스말로윈'이 전문가들에게 호평을 받는 부분도 이 제한된 공간 속에 밀도 높은 소리들을 가득 채우면서도 완성된 소리를 뽑아내었다는 것이었죠. 디지털 음악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에서 이런 트렌드는 앞으로도 아마 계속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 트렌드의 상징적인 인물 중 한 명이 서태지님이라는 것이죠.



그런 가운데 아가수가 서태지님과 콜라보레이션을 이루었습니다. 제가 앞서 장황한 설명을 왜 드렸을까요? 바로 아가수가 앞서 설명드린 그런 음악의 대척점에 서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유양이 많은 선배 뮤지션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아날로그 감성' 때문이죠. 아가수의 자작곡을 들어보시면 가득 채움보다는 비움의 미학을 추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뭐 아직 다 채울 능력이 안되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만...ㅎㅎ  적어도 우리가 아는 아날로그라는 감성은 조금 넉넉함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젊은 가수 or 뮤지션 중에 아날로그 감성으로 무장한 분들이 많이 있지만 대중적으로 인지도 높은 아이콘은 지은양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분히 팬심을 마구마구 섞어서...ㅋㅋ)






그런 두 사람의 크로스워크는 꽤나 독특하면서도 영리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풍성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서태지님과 아날로그 감성을 추구하는 아이유양이 만남으로 이 두 장르가 서로 크로스오버되는 것이죠. '소격동 프로젝트'를 보면 그 효과가 드러납니다. 원래 서태지님의 작업 특성이 보컬 또한 악기와 동일 레벨에 놓고 작업을 하기에 목소리가 조금 뭍히는 경향이 있는데, 아이유양이 부른 '소격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아하고 청량한 보컬이 또박 또박 들려 기존 서태지님의 노래와는 색다른 매력을 갖게 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소격동'은 원래의 음악이 추구하는 바 대로라면 서태지님의 버전이 맞겠지만, 한명의 청취자로서 선택을 한다면 아가수가 부른 버전을 선택하고 싶네요. 어쩌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스스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서태지님이 아가수를 전면에 세워 컴백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됩니다. 더불어 아가수 또한 자신과 대척점에 놓여진 대선배 뮤지션과의 협업으로 본인의 위치 확인과 위상이 높아짐을 얻을 수 있었죠.



마케팅을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하나의 음악적인 작업으로도 정말 영리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고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아가수도 소속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태지님과의 콜라보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겠지요. 아.. 우리 아가수 똑똑해~~~ ^0^ 이 선택은 좋은 결과를 내었죠. 지난주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차지했으니 말입니다. 물론 서태지 팬덤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도 사실이죠. 그것을 부인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 영향까지 몰고올 수 있는 선택이었으니 말이죠. ^^; 


올 한해는 정말 쉴새 없이 팬들을 놀라게 만들어서 더 이상 놀랄게 또 있을까? 싶긴 합니다만.. 다음주 목요일에 발표되는 윤현상군과의 듀엣곡을 기다려봅니다. 또 얼마나 좋은 노래로, 그리고 아름다운 목소리, 하모니로 제 귀를 행복하게 해줄지 말이죠. 늘 입버릇처럼 얘기하지만 정말 아이유양 팬하길 잘한 것 같아요. 아이유 참 좋다~